| 16일 개막한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경남고 서준원과 함께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동성고 좌완투수 김기훈의 이번 대회 출격이 불투명해졌다는 소식이다.

고교야구 좌완 최대어로 꼽히는 동성고 투수 김기훈(사진=엠스플뉴스)
고교야구 좌완 최대어로 꼽히는 동성고 투수 김기훈(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고교야구 팬들에게 아쉬운 소식이다. 올해 아마야구 최대어로 꼽히는 광주동성고 좌완 김기훈의 황금사자기 전국대회 출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동성고를 지휘하는 김재덕 감독은 5월 17일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열린 목동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기훈이 대상포진이 생겨 어제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밝혔다. “대상포진은 다 나았지만, 한동안 운동을 쉬었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번 대회 출전이 쉽지 않다.” 김 감독의 말이다.

김기훈은 올해 고교야구 최고 좌완 유망주로 극찬을 받는 투수다. 키 181cm-몸무게 85kg의 탄탄한 체격조건에 와일드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광속구가 매력이다. 지난해까지 140km/h 초중반대였던 빠른 볼 구속을 올해 들어 140km/h 후반까지 끌어올리며 주가가 폭등했다.

올해 전기 주말리그에선 5경기 등판해 21.1이닝 동안 단 9피안타 1자책점만 허용했고, 탈삼진은 35개를 잡아냈다. 여기에 외야수로서 재능도 뛰어나다. 올해 리그 타율은 0.188에 그쳤지만, 타격 재능이나 수비수로서 자질이 또래들과 차원이 다르단 평가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올해는 김기훈과 경남고 사이드암 서준원이 최대어”라고 밝혔다. 전기 주말리그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던 두 투수가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펼칠 고교 최고투수 자존심 싸움이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닥친 대상포진 악재로 에이스 맞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바이러스성 피부질환인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숨어 있다가, 환절기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피부 바깥으로 드러나면서 띠 모양의 물집이 생기는 증세다.

대상포진에는 신경통이 따른다. 몸을 움직이거나 피부에 마찰이 생길 때마다 칼로 베는 듯한 통증에 시달린다. 일단 감염되면 완치 전까지는 육체적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NC 다이노스 박석민도 올 시즌 내내 대상포진으로 경기를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기훈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 아닌데 왜 대상포진에 걸렸는지 모르겠다”며 “대상포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확실하게 치료해야 할 것 같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김기훈 없는 동성고, ‘최강’ 북일고 벽 넘어설까

김기훈의 올해 목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기훈의 올해 목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기훈의 황금사자기 출격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만약 동성고가 대회 후반인 8강 이상까지 살아남는다면, 컨디션을 회복한 김기훈이 마운드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

김기훈은 “아직 고교에 와서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동료들과 함께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며 대회 참가에 의욕을 보였다.

동성고 김재덕 감독은 김기훈을 무리하게 마운드에 세우지 않을 생각이다. 김 감독은 “나머지 선수들로 대회를 치르면 된다”고 밝혔다. 전기 주말리그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준 박지운, 신희수, 오승윤 등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어차피 올해 고교야구는 투구수 제한 도입으로 에이스 한 명만 갖고 대회를 치르기 어렵다”고 했다. 대회 규정에 투구수 30개 초과시 1일, 45개 초과시 2일, 60개 초과시 3일, 75개 초과시 4일 휴식이 의무화됐다. 또 경기당 투구수 105개가 되면 상황에 관계없이 바로 마운드에서 내려야 한다. 예전처럼 한 경기 완투한 에이스가 다음날 다시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매조지는 광경을 보기 어렵게 됐다.

앞의 스카우트는 “올해는 에이스 한 명보다는 좋은 투수를 충분하게 보유한 팀이 유리하다. 투수진이 풍부한 경남고, 북일고를 우승후보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만약 동성고가 나머지 투수들만 데리고 대회 후반까지 살아남는다면, 그때는 김기훈의 가세가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 내리는 목동야구장. 이틀간 딱 1경기만 열렸다(사진=엠스플뉴스)
비 내리는 목동야구장. 이틀간 딱 1경기만 열렸다(사진=엠스플뉴스)

한편 16일부터 시작한 황금사자기 대회는 개막일 내린 비로 전경기가 우천순연됐다. 둘째날인 17일도 첫 경기(울산공고-제물포고)를 제외한 나머지 2경기가 우천순연되면서 18일로 일정이 밀렸다. 이에 16일 경기가 예정됐던 동성고는 이틀을 쉬고 오늘 12시 30분 목동에서 우승후보 북일고와 상대한다.

북일고는 한화 출신 신경현 코치의 아들 신지후를 비롯해 최재성-최재익 ‘쌍둥이 에이스’가 버티고 있어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힌다. 김기훈 없는 동성고가 강호 북일고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어 3시 30분에는 부산고와 마산용마고가 ‘낙동강 더비’를 펼친다. 부산고 에이스 정이황과 용마고 포수 김현우의 맞대결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6시 30분에는 안산공고와 충훈고의 경기가 열린다. 안산공고 좌완 에이스 전용주가 어떤 피칭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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