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2라운드.. 생활 속 방사선, 이렇게 심했어?
방사성물질, 호흡기 통해 체내 유입.. 땀-배변 등으로 일부만 배출
장기간 누적되면 암 유발할 수도
WHO-렘팬 '내부피폭' 워크숍.. "생후 3개월 이하 피폭땐 치명적"
[동아일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근 단순 노출에 따른 외부 피폭을 평가한 1차 조사 결과에서는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호흡을 통해 체내로 방사성물질이 유입되는 내부 피폭까지 합산한 2차 조사 결과에서 연간 피폭선량은 기준치의 최대 9.35배까지 치솟았다. 하루 10시간씩 침대 위 2cm 이내에 호흡기를 밀착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라돈(Rn-222)과 토론(Rn-220)에 의한 내부 피폭선량은 외부 피폭선량(연간 0.025mSv)보다 최대 37배 많았다.
내부 피폭은 호흡뿐 아니라 음식물 섭취, 상처 부위 노출,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등을 통해 방사성을 띤 물질이 체내로 유입될 때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방사성물질의 입자가 작을수록, 체액에 대한 용해도가 높을수록 인체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심한 경우 장기에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방사성물질이 체내에 한 번 유입되면 반감기(에너지가 절반이 되는 시간)를 거쳐 완전히 붕괴돼 방사성물질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반감기가 길면 그만큼 피폭선량이 누적돼 많아진다. 체내 방사성물질은 땀, 배변 등으로 배출되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라돈과 라돈의 동위원소 토론의 반감기는 각각 3.8일, 55.6초로 짧은 편이다. 요오드(I-131)는 8일, 세슘(Cs-137)은 30년, 아메리슘(Am-241)은 432년에 이른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라돈과 토론은 반감기가 짧아 폐에서 혈액으로 침투되기 전에 방사성을 잃는다. 따라서 폐, 기도 등 호흡기를 제외한 갑상샘 등 다른 기관에는 큰 영향이 없다. 모유 수유도 괜찮다”고 말했다. 최근 기준치 초과 사실이 확인된 매트리스 7종의 연간 피폭선량(1.59∼9.35mSv)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을 때(1회 약 7mSv)와 맞먹는 수준이다. 우주 방사선, 땅·대기의 라돈 가스 등 자연적으로도 우리는 연간 3.08mSv에 노출된다.
하지만 적은 양이라도 장기적으로 반복해서 노출되면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생활 방사선량을 연간 총 1mSv 이하로 권고한다. 진 센터장은 “성인보다는 몸집이 작은 어린이가, 비흡연자보다는 흡연자가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라돈과 토론은 폐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춘성 캐나다 복지부 방사선보호국 선임연구원은 17일 서울에서 내부 피폭을 주제로 열린 ‘제3회 아시아 세계보건기구(WHO)-렘팬(REMPAN) 워크숍’에서 “생후 3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내부 피폭은 매우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렘팬 프로젝트는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내부 피폭 건강영향평가로 한국 등 세계 16개국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카시 마코토 일본 국립양자방사선과학기술연구원(QST) 박사는 “생활 속 내부 피폭의 경우 대기 중 방사성물질에 대한 측정 데이터가 매우 적고 음식물에 대한 방사선량 평가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성별과 연령, 식습관 등 개인별 차이가 큰 것도 순수 내부 피폭 영향을 파악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생활 방사선에 대한 인체 영향은 쉽게 일반화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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