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학선 "춤인생 50년…돌아보니 춤은 '수신'이더라"

춤인생 50년 정리하는 저서 4권 동시 출간
'임학선 안무론' '임학선 안무노트' 등
"창작춤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되길"
작가적 관점 담은 '창작 대작' 나오길 기대
  • 등록 2018-05-17 오전 8:09:55

    수정 2018-05-17 오전 8:09:55

임학선 성균관대 무용학과 문행석좌교수는 무용계의 영원한 현역으로 왕성한 춤작업을 해왔다. 임 교수는 “춤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며 “시대에 따라서 예술의 형태는 변해가도 정신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사진=두리춤터).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춤인생 50년을 마무리하며 스스로 돌아봤을 때 나에게 춤은 ‘수신(修身)의 과정’이었다. 춤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양할 수 있었고 교육자와 예술가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아내로서 제대로 살았는지를 반추해볼 수 있었다.”

반세기 동안 춤을 췄고 춤과 함께했다. 그럼에도 또 다시 나온 ‘춤’ 얘기에 귀가 번쩍 트이고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창작춤 1세대’인 임학선(68) 성균관대 무용학과 문행석좌교수 얘기다. 임 교수는 최근 춤인생 50년을 맞아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4권의 책을 펴냈다. ‘임학선 안무론’ ‘임학선 안무노트’ ‘임학선 작가론’ ‘임학선 춤평론’ 등이다. 책에는 크고 작은 국내외 활동과 예술세계, 작품의 제작과정 등을 꼼꼼하게 담았다.

임 교수는 “무용 화보집을 내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무용가가 직접 춤현장을 기록하고 안무노트 등을 정리한 것은 아마도 처음일 것”이라며 “후배 무용학도는 물론 창작춤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굿·태극·문묘일무’…한국 창작춤 원형 찾는 작업

임 교수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춤 개발에 몰두해왔다. 무속의 ‘굿춤’은 물론 ‘태극 구조’로 형성하는 한국춤, ‘문묘일무’(文廟佾舞)에 이르기까지 한국춤의 근간을 찾아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간 ‘공자’ ‘고시래’ ‘고구려의 혼’ ‘버즈 아이 뷰’ 등 수십 편의 창작품을 제작·발표했다. 또한 무용계에서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2014 한국예술평론가 협의회’ 예술공헌상과 ‘2015 이데일리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상, ‘2016 대한민국 대통령상’ 근정포장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대개 무용은 실기위주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춤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하다 보니 연구의 주제가 잡히더라. 특히 아무도 하지 않았던 문묘일무 춤사위의 원형을 복원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저서 중 한 권인 ‘임학선 안무론’의 테마는 ‘굿에서 태극, 그리고 문묘일무’다. 1999년 ‘여유와 극복의 춤새김질’(현대미학사)로 출간한 첫 번째 안무론 ‘굿에서 태극에 이르기까지’의 연장선상이다. ‘문묘일무’를 연구하고 무용극 ‘위대한 스승 공자’ ‘영웅 이순신’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쓰게 됐다. 안무를 고안하며 메모한 스케치, 연구내용과 더불어 평생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쳐 써나간 저서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했다.

‘임학선 안무노트’는 안무과정의 실체를 보여주는 일종의 예술노트다. 작품을 구상하고 실제 안무에 임하기까지의 제작과정을 기록했다. 춤대본을 쓰고 각각의 장면을 디자인하고, 그것를 토대로 안무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학생들이 춤의 원리를 터득한 뒤 스스로 자신의 춤을 만들고, 몸도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춤을 만들려면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팁인 셈이다.”

△춤인생 50년…‘춤은 수신’ 다져온 과정

지난 50년간 ‘임학선의 춤역사’를 지켜봐준 다른 이들의 글은 ‘작가론’과 ‘춤평론’에 실었다. ‘작가론’은 임 교수의 예술세계를 비평적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살피고 분석한 글을 모았다. 이상일·김태원·성기숙·김기화·박자은 등 춤연구가들이 발표한 작가론을 앞세우고 춤작가 데뷔 30년 공연에 대한 김경애의 글 등을 붙여 펴냈다. ‘춤평론’은 춤문화의 역사적인 현장을 기록한 리뷰형식의 글들이 실렸다. 무용평론가들의 평론과 함께 인터뷰·대담 등을 모아 그간의 활동을 주제별로 엮었다.

“오늘에 오기까지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옛 고서를 연구하다 보면 한자와 씨름하는 일이 절반인데 모르는 게 나오면 동료 유학과 교수들에게 뛰어가서 묻곤 했다. 춤에서도 이런 걸 가르치느냐며 놀라더라. 주위의 크고 작은 도움이 없었다면 연구를 이어나가기 힘들었을 거다.”

2년 전 정년퇴임을 한 임 교수는 ‘사은회’에서의 일을 잊지 못한다. “제자들이 사은회에서 ‘춤은 수신’이란 말을 종이에 써서 흔들더라. 하하. 학생들을 가르칠 때 얼마나 ‘정신’을 강조했으면….” 요즘 임 교수는 매주 정기적인 모임을 하면서 춤을 통해 인생을 가르치고 있다. “어떤 화려한 무대보다 더 보람있는 일”이란다.

한국무용계를 위한 진심 어린 조언도 건넸다. 무용수의 테크닉은 날로 발전하지만 작가정신이 부족한 게 아쉽다고 했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단순히 춤을 잘 춘다고 해서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화려한 기교만 담는 게 아니라 관객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테크닉과 소품 위주로 볼거리만 입힌 그냥 그런 작품이 아니라 작가론적인 관점을 담은 대작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임학선 성균관대 무용학과 문행석좌교수(사진=두리춤터).
임학선 성균관대 무용학과 문행석좌교수(사진=두리춤터).
임학선댄스위 ‘버즈 아이 뷰’의 공연 모습(사진=임학선댄스위).
임학선댄스위 ‘버즈 아이 뷰’의 공연 모습(사진=임학선댄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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