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화려한 휴가' (5·18진압작전) 복귀 안 한 7공수, 헬기 동원 '광주 뒤처리' 정황
[경향신문] ㆍ전교사 ‘교훈집’·미대사관 비밀전문에 6월6일 복귀 기록
ㆍ광주공항 주둔, 항공대와 무등산 공동작전 문건 등 확인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7공수 부대원은 734명. 이들은 전두환 등 신군부가 5월17일 자정을 기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자 광주에 가장 먼저 투입됐다. 이 부대는 5월18일부터 전남대 앞과 금남로 등지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진압작전을 벌인다. 다른 공수부대가 광주를 떠난 그 해 5월27일 이후에도 7공수부대는 최소 10일 동안 광주에 남는다. 하지만 부대원들의 10일간의 행적은 전투상보 등 일반문서에서는 일절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7공수는 10일 동안 비밀리에 광주에 주둔하면서 알리고 싶지 않은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의심된다. 5·18 연구자인 안길정 박사는 16일 “5·18 이후 공수부대가 광주에 남아 뭘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그동안 본 적이 없다. 특전사 전투상보 등에도 5월27일까지만 나온다”면서 “7공수가 광주에 남아 공수부대가 저지른 일에 대해 뒤처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10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히는 것은 5.18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시민 몰래 광주공항에 주둔
3공수와 함께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발포로 시민들을 학살한 7공수는 5월21일 오후 늦게 광주 외곽으로 철수했다. 광주와 화순을 잇는 동구 주남마을 인근에 배치된 7공수는 너릿재를 차단했다. 광주 외곽 차단작전을 하던 3·7·11공수는 5월24일 모두 광주공항(당시 광주비행장)에 집결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5월27일 새벽 진행될 도청진압 작전을 준비했다. 7공수는 광주공원, 3공수는 도청, 11공수는 전일빌딩 등을 목표로 했다. 이들은 동이 트기 전 작전을 끝낸 뒤 현장을 20사단과 31사단에 인계한 뒤 철수했다. 전투병과교육사령부가 만든 220쪽 분량의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 문건에는 진압작전이 성공리에 끝났다고 판단한 계엄군이 3공수와 11공수를 5월27일 원대복귀시켰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7공수는 6월6일, 20사단은 6월27일 원래 주둔지로 돌아간 것으로 기록됐다.
주한 미대사관이 6월6일 미 국무부로 보낸 문건에도 “현재도 그렇고 7공수를 제외한 공수부대들이 서울로 돌아왔고 3여단을 제외한 대부분은(11여단) 서울의 대학에 주둔지를 차렸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7공수가 5·18 진압 직후에도 최소 10일 동안 광주에 주둔했지만 시민들은 도심에서 공수부대가 사라지자 모두 철수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 ‘무등산 작전’ 밝혀져야
광주공항에 남아 있던 7공수는 헬기를 이용해 무등산 깊숙한 곳까지 이동해 작전을 폈다. 5·18 당시 광주에 파견된 육군 항공대의 작전 상황이 담긴 ‘1항공여단 작전일지’에는 UH-1H 헬기가 광주공항에 있던 공수부대원을 수송한 기록이 나온다. 5월29일자 항공여단 작전일지에는 UH-1H 1대가 무등산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기록됐다.
일지는 ‘오전 7시경 임무접수 후 오전 9시에 K-57에서 공수병을 태워 사고 지점에 3회 내려주고 이륙하는 순간 테일로타(꼬리날개) 기능 상실로 추락 전복된 사고’라고 적었다. 이 사고로 공수병 2명이 부상을 입었다. ‘K-57’은 광주비행장이다.
항공여단 작전일지에는 사고가 난 무등산 지점이 좌표로 적혀있다. 경항신문이 군이 사용하는 이 좌표를 확인한 결과 무등산 중턱 해발 800m 지점에 있는 ‘동화사’라는 절터 부근이다. 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은 “해당 지점은 등산로 초입에서 1시간30분 정도 가야 하는 깊은 산중”이라면서 “헬기착륙장이 없으며 탐방객이 많지 않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나의갑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장은 “7공수가 광주에 남아 무등산에서 작전을 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들이 뭘 했는지를 밝히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암매장’ 문제 등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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