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스스로 변하는 드레스가 출력됐습니다"

최인준 기자 2018. 5. 1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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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4D 프린팅' 시대
알아서 변형 가능한 입체물 출력.. 온도·습도 등에 따라 형태 달라져

3D(입체) 프린팅을 넘어 4D 프린팅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4D 프린팅은 3D 프린터로 출력한 입체가 온도와 시간에 따라 형태와 구조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 3D 프린팅에 '시간'이라는 1차원을 추가한 셈이다. 스스로 크기와 모양을 바꾸기 때문에 지금껏 없던 새로운 방식의 제품 설계가 가능하다.

/그래픽=김하경

예를 들어 현재 3D 프린팅으로 집을 찍어내려면 집과 같은 크기의 프린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4D 프린팅을 하면 기존 프린터로도 얼마든지 제작이 가능하다. 압축 형태로 3D 프린팅한 여러 개의 형상기억 소재가 시간이 지나며 서로 합쳐져 집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SF(공상과학) 영화 속에서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트랜스포머' 로봇도 4D 프린팅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헤어드라이어로 맞춤형 깁스 제작 4D 프린팅은 지난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자가조립연구소의 스카일러 티비츠 교수가 '4D 프린팅의 출현'이라는 제목의 테드(TED) 강연을 하면서 처음 대중에게 알려졌다. 티비츠 교수는 당시 특수 소재로 만든 일자 형태의 가느다란 막대가 물속에서 스스로 접히면서 정육면체로 변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수분을 빨아들이면 모양이 바뀌는 소재를 이용해 순식간에 전혀 다른 형태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당시까지 이 기술은 간단한 형태로의 전환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러 있던 4D 프린팅 기술이 최근 상용화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명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은 올해 초 헤어드라이어로 맞춤형 깁스를 만드는 방법을 발표했다. 형상기억 소재를 사람 팔보다 굵은 원통 형태로 제작한 다음 헤어드라이어로 열을 가하면 팔 형태에 맞게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기존 3D 프린팅 방식도 팔이나 다리에 꼭 맞는 깁스를 만들 수 있지만 바로 장착할 수 없었다. 한번 잘라서 팔다리에 갖다 댄 다음에 붙여야 했다. 문 센터장은 "최근 들어 형상기억 소재 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4~5년 후 4D 프린팅 기술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4D 프린팅은 물건의 부피와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주 화물 운송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글루시오 폴리노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는 지난해 초 뜨거운 물에 넣으면 최대 10배 이상 부피가 커지는 구조물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구조물을 우주정거장의 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폴리노 교수는 "우주선은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부피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우주정거장 자재를 4D 프린팅으로 만들면 우주선에 더 많이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4D 프린팅을 위한 측정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이용구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공학부 교수팀은 지난달 초 4D 프린팅의 재료로 사용되는 형상기억합금과 형상기억 고분자가 형태를 바꿀 때마다 작용하는 힘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4D 프린팅으로 물건을 만들 때 형태가 바뀌는 지점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아이 성장 따라 커지는 기관지 부목 4D 프린팅은 변형이 자유롭기 때문에 시시각각 형태가 바뀌는 생체에 적합하다. 신체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 형태가 조금씩 바뀌는 인체 보형물이나 인공장기를 만들 수 있다. 기온·습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드레스도 가능하다.

미국 미시간대 의대는 최근 4D 프린팅으로 제작한 부목을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한 생후 5개월 아기의 목에 이식했다. 연구진은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을 토대로 아이의 기관지에 꼭 맞는 부목을 제작했다. 부목 재료는 변형이 가능한 플라스틱인 폴리카프로락톤(PCL)을 썼다. 아이가 자라면 부목 크기도 조금씩 커진다. 기관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3년 이후에는 물에 녹아 없어진다. 과거에는 아이가 자라면 다시 수술을 해서 부목을 갈아줘야 했다. 4D 프린팅으로 변형이 가능한 부목을 만든 덕분에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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