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새 건져낸 해양쓰레기 6톤 '악취 진동'
[경향신문] ㆍ충남 해안청소선 타보니
15일 오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안흥외항. 지난 3월 충남 서해안에 배치된 ‘어항서해2호’(59t)가 어항(어선이 정박하는 항구) 안쪽 바다에 가라앉은 해양쓰레기를 건져 올리고 있었다. 이 배는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전국 12곳에서 운영하는 어항관리선 중 하나로 충남지역 어항 37곳을 돌며 해양쓰레기를 수거한다.
배에 오르니 어항 바닥에서 건진 쓰레기가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겼다. 짙은 회색의 썩은 펄과 뒤엉킨 그물, 통발, 밧줄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타이어, 목재, 가전제품, 플라스틱 음료수통 등 생활쓰레기도 많았다.
배의 앞쪽에 장착된 다관절크레인은 바닷속에 무작위로 대형집게를 넣어 쓰레기가 잡힐 때마다 갑판 위에 쓰레기를 쏟아냈다. 이 크레인은 수심 8m 아래까지 집게를 넣어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다.
해양쓰레기는 밀물로 어항의 수위가 높아져 작업이 어려워질 때까지 끊임없이 나왔다. 차진호 어항서해2호 선장(32)은 “크레인으로 2시간 작업을 하면 평균 6t 정도의 해양쓰레기를 건진다”며 “해양쓰레기가 바닥에 쌓이면 펄 등을 썩게 할 뿐만 아니라 운항 중인 배의 스크루 등에 걸려 고장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충남을 비롯한 전국 해안이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들이 매년 해양쓰레기 수거에 나서지만 예산·장비·인력 부족으로 수거하지 못한 해양쓰레기가 침적돼 해양오염과 생태계 파괴, 어업인 조업활동 방해 등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도의 해양쓰레기 현황 자료를 보면, 해양쓰레기는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17만t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이중 수거되는 해양쓰레기는 7만t에 불과하다. 연간 10만t 정도는 바다에 떠다니거나 가라앉아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해양쓰레기의 수거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충남 서해안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의 양은 2013년 4416t이었지만 2014년 7161t, 2015년 7547t, 2016년 8386t, 지난해 1만1215t으로 증가했다. 충남도는 수거하지 못한 해양쓰레기가 상당량일 것으로 추정했다.
충남도는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해양쓰레기 수거·처리사업의 국비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양쓰레기 정화사업은 국가가 50%의 예산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육지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강을 타고 바다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처리는 해양쓰레기가 발생한 연안 지자체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예산 부족으로 완벽한 처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기준 충남도 해양정책과장은 “국가·지방재정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비 보조사업의 보조율을 현행 50%에서 70%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권순재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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