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경파 볼턴에 '직격탄'..북미 협상 '판흔들기'

임경구 기자 2018. 5. 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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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식 핵폐기 언급 불순한 의도"..협상 앞둔 신경전 관측

[임경구 기자]

 
북한이 16일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것이며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깰 수도 있다는 경고다. 북미 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리며 '리비아 방식'의 핵폐기를 주장해 온 미국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정면으로 겨냥한 비판이 담겨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발표된 '담화'를 통해 북한은 "조미 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여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담화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페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위해 "북한 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면서 "모든 핵무기를 처분하고 해체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네시주 오크리지는 미국의 핵과 원자력 연구 단지가 있는 지역으로 과거 리비아 핵 협상을 통해 폐기된 리비아의 핵시설과 핵물질이 보관된 곳이다. 

담화는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 수 없으며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미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가에 대하여 의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담화는 특히 "세계는 우리 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핵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담화는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이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 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것은 불보듯 명백하다"고 했다.

담화는 이어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하였다"며 "그런데 지금 미국은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조치들을 나약성의 표현으로 오판하면서 저들의 제재 압박 공세의 결과로 포장하여 내뜨리려 하고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 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 건설을 해본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적 지원의 선결 조건이라는 미국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요구해 온 북한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담화는 "전 행정부들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핵이 아직 개발 단계에 있을 때 이전 행정부들이 써먹던 케케묵은 대조선 정책안을 그대로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은 유치한 희극이 아닐 수 없다"며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역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이처럼 '리비아식 모델'과 존 볼턴 보좌관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조선반도의 정세 완화를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큰걸음"이라고 평가함으로써 회담 무산을 위한 수순밟기라기보다는 협상을 앞둔 신경전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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