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원희룡 폭행사건 비판 사설로 성동격서

몇몇 신문이 오늘(16일)도 이틀 전 일어난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 폭행사건을 놓고 사설을 썼다. 한겨레신문은 오늘 사설에서 ‘폭력자해, 극단의 정치적 의사표시 안 된다’는 제목을 붙였다. 동아일보는 ‘의견 다르다고 정치인 폭행, 후진적 테러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중앙일보는 ‘우려스러운 외로운 늑대형 정치테러’라고 했다.

한겨레는 가해자 김경배씨의 행동을 ‘폭력자해’와 ‘극단의 정치적 의사표시’로 규정했지만 동아와 중앙일보는 ‘테러’로 규정했다. 폭력과 테러로 갈렸다. 특히 중앙일보는 ‘외로운 늑대형 정치테러’라고 규정해 한 발 더 나갔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건을 “‘외로운 늑대형’ 테러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중앙일보는 “조직적 배후 없이 개인적 반감을 토대로 혼자 계획하고 단독적으로 실행하는 이런 류의 공격은 감행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정보 수집이 쉽지 않아 더 위험하다는 게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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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
그러나 가해자 김경배씨와 원희룡 전 지사는 전부터 갈등했다.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오래 갈등했던 제주에 요즘 최대 현안은 제주2공항 건설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2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를 두고 환경파괴 논란과 폭등한 땅값을 둘러싼 주민들 반발이 적지 않았다. 가해자 김씨는 2공항 성산읍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건설에 반대하며 42일간 단식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제주도청 앞에서 2공항 반대 단식하던 김경배씨를 당시 제주지사였던 원희룡 후보가 찾아갔다. 원 후보는 김씨에게 “기운이 아직 많이 있으시구나”라고 말했고, 단식 13일째던 김씨는 단식을 비아냥댄 것으로 여겨 항의했다. 원 지사는 “건강 먼저 챙기길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다.(한겨레 16일 19면) 이쯤 되면 김씨를 ‘외로운 늑대’라고 규정하긴 어렵다.

중앙일보 사설의 결론은 정작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사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사령탑인 각 정당의 대표들부터 자신의 언행이 분열적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 보고 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당 대표’, ‘언행’, ‘분열적 갈등에 기름 붓기’의 교집합을 찾으면 떠오르는 이가 딱 한 사람 있다. 중앙일보가 ‘외로운 늑대’라는 다소 자극적인 사설 제목까지 동원해 지적하려 한 건 그 정당 대표의 돌출발언이 아니었을까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전무 ‘구속하라’ ‘석방하라’ 엇갈린 탄원서

15일 하루도 사회부 기자들은 바빴다. 이날 새벽부터 검찰은 삼성노조 와해 공작을 총괄한 혐의로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를 포함한 본사를 세 번째 압수수색했다. 일감 차별 배당 등 임금차별 증거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노조와해 실무 총책임자 역할을 한 최 점누를 구속하고 윗선 수사에도 속도를 냈다.(국민일보 10면)

이 소식을 국민일보는 ‘노조원 급여 차별 산정 드러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검찰 수사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원에겐 일감을 줄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신문이 비슷한 논조로 보도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좀 달랐다. 서울신문은 오늘(16일) 1면에 ‘삼성노조 와해 전무 구속 반대한 노조원’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이어 9면에도 ‘삼성 전무 구속 기로에서 탄원서 전쟁’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서울신문은 최 전무 구속을 놓고 노조에 상반된 목소리를 담았다. 금속노조와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최 전무의 노조 파괴 공작을 묵인할 수 없다며 “엄벌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반면, 같은 노조의 조모씨는 최 전무가 수리기사 8000명의 정규직화 노사협상 파트너이기에 구속 되면 향후 협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구속에 반대하는 개인 명의의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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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1면
최 전무가 과거 노조 파괴공작 주동자였지만 현재는 정규직화를 둘러싼 노사협상을 이끄는 책임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서울신문은 이를 ‘맞불 탄원서’라고 표현하며 노조내 이견까지 보도했다. 맞불 탄원서를 보도하면서도 서울신문은 노노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노조 내 불화를 뜻하지 않는다. (노조 내에서도) 서로 견해가 다를 수 있고, (이를) 조율하며 더 나은 노동조건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금속노조의 입장도 전했다. 아무튼 서울신문 1승이었다.

경향신문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오늘 12면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한 달 새 1000명 늘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경향은 700명 수준까지 떨어졌던 노조원이 회사가 노조활동 보장에 합의한 뒤 한 달 만에 1700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했다.

경향도 취재했듯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2013년 첫 결성때 1600명까지 갔다가 계속된 노조와해 공작으로 700명까지 떨어졌다가 5년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앞으로 이 노조 조합원 수는 삼성이 노조에 진짜 마음의 문을 열었는지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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