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미세먼지 원인, 중국 반 국내 반..화력발전이 '국내 주범' 맞았다

배문규 기자 2018. 5.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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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기상청 ‘나쁨’ 이상 32일 기류 분석
ㆍ바람 역추적하니 발전소 밀집 서해

지난겨울 수도권을 덮친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실제로 ‘세어본’ 결과 국외와 국내 영향이 사실상 ‘반반’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가 수도권 미세먼지의 중요한 원인이었음이 확인됐다.

1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기상청 ‘미세먼지 나쁨 이상인 날의 기류 및 바람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세먼지 ‘나쁨’ 이상인 날은 32일이었다. 이 날짜들에 바람이 어디서 불어왔는지 확인한 결과 국외에서 14일, 국내에선 12일, 국외와 국내 양쪽에서 바람이 이동한 것이 6일로 조사됐다. 비율로 보면 국외 43.8%, 국내 37.5%, 국내외 18.7%이다. 미세먼지를 놓고 중국 요인과 국내 요인이 대략 6 대 4 비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는데,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상청은 미세먼지가 ‘나쁨’인 날 서울 종로구 송월동의 서울관측소를 ‘종점’으로 두고 바람의 경로를 72시간 거슬러 추적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서 개발한 ‘전 지구모델 예측자료 후방궤적 분석 모델(HYSPLIT)’을 이용했다. 지도를 바둑판처럼 나눈 뒤 지점별 관측 데이터로 앞선 바람의 위치를 역추정해 사흘간의 궤적을 이어봤다. 분석 결과 서쪽과 북쪽에서 바람이 올 때가 많았다. 풍속은 대부분 초속 1m 정도로 약했다. 대기정체가 발생하는 조건이었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빴던 1월20~21일은 북북서풍이 풍속 0.5~2.8m/s로 불었다. 미세먼지가 머무르기 좋은 조건이었다. 궤적을 그려보니 중국 랴오둥반도 부근에서 서해를 타고 서울로 이어졌다. 국외 영향이 큰 날이었다.

올해 최초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월15~18일에는 국내외 영향이 복합적이었다. 환경부는 이 기간 미세먼지 국외 기여율이 57%로 시작해 38%까지 낮아졌다는 발표를 내놓은 바 있다.

실제 당시 궤적자료를 보니 1월15일 산둥반도에서 시작된 기류가 16~18일 서해안을 타고와 수도권 주변에서 맴돌았다. 중국 쪽에서 온 먼지가 한반도 상공에 머물면서 국내 오염물질과 합쳐져 미세먼지가 ‘2차 생성’됐다는 분석과 일치한다.

■미세먼지 국내 주범은 화력발전

미세먼지가 주로 국내의 어디에서 생겨났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충남 서해안이다. 대기정체로 미세먼지 농도가 짙었을 때 바람의 경로들을 그려보면 서해안 지역에서 겹쳐진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30기가 이 지역에 몰려 있고, 인천 영흥도에도 6기가 있다. 충남 당진·보령·태안발전소는 설비용량이 6000㎿로 세계 최대 규모다.

미세먼지가 심했던 날, 서해안 주변을 지나온 바람이 수도권으로 흘러온 것으로 보아 화력발전소 배출물질을 주요 원인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감사원은 2016년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실태를 감사해 “충남 지역 발전소의 수도권 대기오염 기여율이 미세먼지는 21%, 초미세먼지는 최고 28%에 달하는데 정부의 대기환경관리계획에 화력발전소 관리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017~2031년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내놓으면서 노후 석탄발전소 7기를 폐쇄한다고 했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9기 중 2기만 LNG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짓기로 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미세먼지 발생원인의 전체 비중에선 제조업 사업장이 크지만, 단일배출원으로 보면 석탄발전소가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석탄을 태워 만든 전기를 쓰는 대가로 미세먼지를 마시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기후변화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역시 확인됐다. 1981~2010년과 2011년 이후를 비교했을 때 북극의 온난화가 뚜렷이 나타난다. 북극에 묶여 있던 찬 공기가 풀려나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겨울철 우리나라로 부는 북서기류가 강해졌고, 황사나 미세먼지가 유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북극에서 내려오는 공기는 지난겨울 강추위의 원인이었던 동시에 대륙에서 미세먼지를 싣고 오는 역할도 한 것이다.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약한 바람의 빈도도 예전보다 늘어났다. 두 현상이 맞물리면 한국 상공에 유입된 미세먼지가 정체된 채 머물게 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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