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야맞교대 10년, 온갖 수당으로 겨우 채운 월 207만원

2018. 5. 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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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평 남짓(23㎡)한 탈의실에 때아닌 덧셈, 곱셈이 난무했다.

"이게 상여가 들어간 건가?" "나는 월요일부터 일해서 주차수당을 받았잖아. 너는 화요일부터 일했으니까 못 받은 거 아니야?" 언니들은 답 없는 질문을 주고받았다.

희경 언니는 "기본급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니까 자연스레 잔업, 특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직책수당, 가족수당 등 사람마다 받는 수당도 다 다르니까 월급명세서를 보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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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 특별기획/ 노동 orz]
1부 노동OTL 10년, 다시 찾은 제조업 현장 ② 떠도는 언니들

'언니'의 급여명세서 살펴보니
기본급 147만원에 연장·야간수당..
"기본급이 적으니까 어쩔 수 없이
잔업·특근 선택할 수밖에 없어"

[한겨레]

“너는 얼마 받았어?”

7평 남짓(23㎡)한 탈의실에 때아닌 덧셈, 곱셈이 난무했다. 3월9일 월급날, 언니들은 저마다 핸드폰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빴다. 통장에 입금된 급여와 다른 사람들의 급여를 비교해 덜 받은 급여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계산은 쉽지 않았다. 최저시급으로 계산하는 기본급여 외에도 각종 수당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잔업, 특근 참여 횟수에 따라서 시간외수당은 달라졌고 주휴수당, 만근수당도 출근 날짜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지급됐다. “이게 상여가 들어간 건가?” “나는 월요일부터 일해서 주차수당을 받았잖아. 너는 화요일부터 일했으니까 못 받은 거 아니야?” 언니들은 답 없는 질문을 주고받았다.

한 달 전 경기 안산시에서 일할 때도 비슷한 풍경을 목격했다. 기본급에 각종 수당이 붙는데 통근버스를 안 타면 1100원의 출근수당을 준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인쇄회로기판(PCB)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면 현미경 수당이 지급된다. “현미경 수당은 조립하는 사람한테는 나오지 않고 검사하는 우리한테만 나오니까 밖에는 말하고 다니지 마. 언니들 마음 상해.”

월급날 언니들은 저마다의 셈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기본급여의 비중은 작고 각종 수당의 종류는 천차만별이었다. 낮은 기본급여와 이를 보전하는 각종 수당으로 구성된 복잡한 임금 체계는 장시간 노동을 초래하는 유인으로 작용했다. 다수 노동자들은 적정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연장근무, 휴일근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임금 유연화가 진행되면서 80%였던 기본급 비율이 뚝 떨어졌다. 임금총액을 높일 때도 기본급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수당을 ‘도배질’하는 식이었다. 기본급이 낮으니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외수당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희경(50·가명) 언니의 월급명세서를 살펴봤다. 주야 맞교대로 10년여 일한 언니는 올해 초 한 달 동안 28일 일해서 207만3500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기본급은 147만7840원이었다. 나머지 급여는 상여금 13만1420원 + 연장근로수당 31만7610원 + 야간근로수당 36만1320원 + 근속수당 4만8천원 + 복지수당 1만8천원 + 교대·소음 수당 2만원 등으로 메꿔졌다. 희경 언니는 “기본급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니까 자연스레 잔업, 특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직책수당, 가족수당 등 사람마다 받는 수당도 다 다르니까 월급명세서를 보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복잡한 임금 체계는 인상된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와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송에서도 쟁점이 됐다. 회사 쪽이 자의적으로 구성한 임금 체계는 각종 노동정책이 노동 현장에 적용되는 것을 막는 견고한 장벽이었던 셈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낮은 기본급 비중을 늘리고 복잡한 임금 체계를 단순하게 만들어 시간 외 근로를 자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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