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드풀2> 공식 포스터.

영화 <데드풀2> 공식 포스터.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그 분이 돌아오셨다. 마블 역사상 가장 매력터지는 캐릭터라 불리는 그는 답답한 상황이 올때마다 카메라를 향해 말한다. "대본 정말 대충 쓰네."

내편이든 네 편이든, 그게 카메라 너머의 관객이든 제작진이든, 쉴 새 없이 약올리고 불평불만을 쏟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악동 히어로 데드풀. 2016년 개봉해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역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국내에서도 청불 외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경신한 <데드풀>은 더 쎄고, 더 섹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데드풀> 1편에서 전직 특수요원 웨이드 윌슨은 암 치료를 위해 비밀 실험에 참여한다. 알 수 없는 온갖 실험 끝에 피부는 일그러졌지만, 강력한 힐링팩터(재생능력)을 얻게 되고,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다.

2편에서 데드풀은 홍콩 삼합회, 일본 야쿠자, 미국 마약상 등과 싸우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느 슈퍼히어로처럼 세계 평화나 정의구현과 같은 거창한 이유 때문은 아니고,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초인적인 힘을 남을 위해 쓰는 일에는 별 관심 없는 제멋대로 슈퍼히어로.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 분) 앞에서는 슈퍼 울트라 로맨티스트다. 바네사와 평범한 행복을 꿈꾸던 데드풀. 하지만 슈퍼히어로의 행복이 그냥 이루어지길 두면 악당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총알에 바네사가 죽고,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 데드풀. 깊은 슬픔에 바네사의 곁으로 가고 싶지만, 망할 '힐링팩터' 능력 때문에 죽을 수도 없다.

슬픔에 허우적대는 데드풀의 고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등떠밀리듯 '수습 엑스맨'이 되어 투입된 현장에서 만난 초능력 소년 러셀(줄리안 데니슨 분)을 도우려다 성질을 못 이겨 감옥에 갇히고, 미래에서 온 정체불명의 터미네이터, 케이블까지 나타나 그를 궁지로 몬다. 힐링팩터 능력을 버리고 그냥 죽고만 싶은 데드풀. 절망에 허덕이던 그는 결국 결심한다. 미래에 악당이 될 어린 아이를 구하고 미래를 바꾸기로.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촘촘해진 스토리... 전편보다 나은 <데드풀2> 

거침없는 막말과 혼을 쏙 빼놓는 수다, '19금'에 걸맞은 잔인함 등 전편의 흥행 요소는 그대로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들 하지만, <데드풀2>는 확실히 <데드풀>보다 낫다.

우선 규모가 커졌다. 1편 제작비는 5800만 달러(약 600억)로, <아이언맨2> 제작비 2억 달러(약 2150억 원)에 비하면 저예산 수준. 1편에서는 전투신을 간략하게 처리한 뒤 카메라를 향해 "돈 없어서 그러는 거야?" 불평했지만,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비는 2~3배가 늘었다. 여전히 히어로 영화치곤 적은 예산이지만, 쏟아 부은 물량만큼 액션신도 더 화끈해졌다. 그 빈틈은 데드풀 만의 잔망스러움이 빼곡히 채웠다.

데드풀은 맘에 안 드는 상황이 닥칠 때마다 '대본 정말 대충 쓰네'를 외치지만, 말장난과 19금 드립이 대부분이던 전작과 달리, 나름의 서사와 감동 포인트가 채워졌다. 초능력 소년 러셀이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다. 플러스 사이즈 히어로 봤냐"며 '차별이 심한 분야'라고 말하거나, '엑스맨'은 성차별적이라면서 성 중립적인 이름 '엑스포스'로 하자는 대사처럼, 데드풀만의 풍자도 유쾌하다.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

영화 <데드풀2> 스틸 사진.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여기에 경쟁사인 DC 코믹스 히어로를 향한 조롱이나, 자신의 망한 전작 <그린랜턴>을 셀프디스하는 대사, 캐스팅 논란이나 캡틴 아메리카의 키스신 논란 등을 승화시킨 대사 등 데드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데드풀 만의 위트가 넘친다.

데드풀의 유머는 DC와 마블도 넘나들지만, 스크린 안팎도 넘나든다. 중간 중간 카메라 넘어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슈퍼히어로인 자신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꼬마 아이에게 '웨이드 윌슨' 이라는 극 중 이름 대신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자신의 실제 이름을 적어주기도 한다. 영화 곳곳에 깔린 드립과 패러디는 쉴 새 없이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문제는 이 웃음 포인트들이 "아는 만큼 웃기다"는데 있다. 모든 시리즈물이 그렇기는 하지만, <데드풀>은 알면 알수록 웃기고, 모르면 옆에 관객이 왜 웃는지, 이게 왜 웃긴 장면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데드풀2>의 가진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이다.

영화의 템포는 빠르고, 데드풀의 수다만큼이나 웃음 포인트도 많다. 여기에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하게 웃긴 장면도 있다. 엑스포스 멤버 중 하나인 베니셔(투명인간)의 정체도, 깜짝 놀랄만한 쿠키 영상도, 놓칠 수 없는 장면이 끝까지 이어진다. 16일 개봉.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 데드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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