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김씨 단식 때 원희룡 "기운 많으시네" 발언해 악연

2018. 5. 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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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포화로 2015년 성산읍 쪽에 2공항 추진
주민들 문제 제기로 사전타당성 조사 재검증 중
후보 토론회서도 "원점 재검토" "필요해" 엇갈려

[한겨레]

지난해 11월8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반대 기자회견.

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예비후보가 후보토론회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제2공항 건설 추진을 놓고 또다시 논쟁이 일고 있다. 또 이날 폭행을 가한 당사자인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김경배 부위원장과 원 후보 사이의 관계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오후 5시께 제주시 제주벤처마루 제주지사 후보토론회장에서 열린 제2공항 관련 ‘제주도지사 후보 원 포인트 토론회’가 끝난 직후 단상으로 걸어가 원 후보에게 계란을 던지고 얼굴 등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옆에 앉아 있던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김씨를 제지했고, 원 후보는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흉기로 자해를 시도한 김씨는 지난해 10월부터 42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다.

대책위 쪽의 말을 들어보면, 김씨의 원 후보에 대한 앙금은 지난해 10월23일 당시 원 지사가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김씨를 찾아가면서 시작됐다. 원 지사는 단식 13일째에 접어든 김씨와 대화를 하다 “기운이 아직도 많이 있으시구나”라고 했고, 김씨와 대책위는 이 발언에 반발했다.

지난해 4월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열린 제2공항 반대 촛불집회.

원 지사는 “건강을 먼저 챙겨주길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지 비아냥거리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이들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 그 뒤 대책위와 제주도가 함께 국토교통부에 제2공항 관련 합의문서를 보내면서 김씨가 원 지사와 1대 1로 면담했으나 이때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게 대책위 쪽은 밝혔다. 김씨는 이날 2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제주 제2공항 논란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에 이어 제주지역의 가장 큰 현안이다. 국토부는 2015년 11월 제주국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500만㎡의 터에 2025년까지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초 제주도는 도민들의 숙원사업이라며 제2공항 건설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평생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주민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삶터와 일터, 조상 묘가 있는 주민들은 자신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제2공항 건설은 “뒤통수를 때리는 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책위 등은 제2공항 예정지 주변에서 동굴이 발견됐고, 오름 훼손 가능성 등을 들어 국토부의 ‘제주공항 인프라확충 사전타당성’ 용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21일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그러나 용역업체가 사전타당성 용역에 참가한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토부는 최근 계약을 철회하고, 지난 4일 재공모 공고했다.

대책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선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 후 기본계획 수립 착수 여부 결정’을 요구해왔다. 대책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가해 당사자는 법과 원칙에 입각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러나 제2공항의 무리한 사업추진 등으로 누적된 사회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제주도와 국토부 역이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제2공항 에정지로 발표된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한편 14일 열린 토론회에서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제2공항 추진은 객관성과 민주성, 투명성을 상실했다. 국책사업이라고 하지만 ‘선 결정, 후 논의’로 추진됐기 때문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 후보는 “주민과 시민사회가 부실검증 의혹 제기에 따라 사전타당성 조사에 대한 재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사전타당성 재조사 후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김방훈 자유한국당 후보는 제2공항의 필요성을, 장성철 바른미래당 후보는 제주-호남 해저터널과의 연계방안을, 고은영 녹색당 후보는 제2공항 백지화 입장을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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