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류평가 110위가 2위로..기가 막힌 채용비리, SR "퇴출방침"(종합)

김규태 2018. 5. 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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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능범죄수사대 브리핑실에서 SR채용과정에서 서류평가결과 110위였던 지원자를 2위로 끌어올려 합격시켰다고 전했다. 사진=경찰제공
수서 고속철도 사업자인 (주)SR에서 전·현직 임원이 연루된 대규모 채용비리가 발생했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비리 혐의자 대부분이 전직 코레일 출신이어서 경찰이 향후 코레일로 수사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SR 채용과정에서 특정 입사지원자들을 부정채용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전직 SR 임원 A씨(58)와 인사부장 B씨(47) 등 2명을 구속하고 노동조합 위원장 C씨(52)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노조 위원장은 부정채용 대가로 금품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신입·경력 공개채용 때 특정인의 서류 점수를 조작하고 면접 점수를 수정하는 방법으로 총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다.

노조위원장 C씨는 부정채용 대가로 입사자 부모 등 청탁자 11명으로부터 1회 200만원부터 3700만원까지 총 1억 23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12월 개통 예정이던 SR의 정상 운영을 위해 직원을 대거 채용하는 점을 노려 주로 친인척, 주변 지인 등에게 “SR에 입사시켜주겠다”며 직접 입사를 권유하거나 채용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현직 임원들이 특정인 채용을 부탁 받으면 B씨 등 채용 담당자에게 직접 채용을 지시하고 채용 담당자는 서류 점수 조작, 면접 점수 보정 등의 방식으로 청탁 대상자들을 모두 합격 시켰다.

이들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마련한 외부 위탁 업체의 서류평가마저 특정인 채용을 위해 점수를 조작, 상위 105명을 탈락시켰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또 면접에 참가하지 않은 지원자를 합격시키고 조카 면접에 임원이 면접위원으로 참여, 친인척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상위 5명을 뽑는 최종면접에서 15등이던 채용청탁 대상자의 합격을 위해 5등인 지원자를 6등으로 최종 탈락시키고 대상자가 5등으로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5등에서 6등으로 밀려나 최종탈락한 지원자 박모씨(28)는 “옆자리에 있던 지원자가 ‘아버지가 현직 코레일 철도기관사’라고 강조했다”면서 “나에게는 다른 회사의 건설이념에 대해 묻는 등 SR과 상관 없어 보이는 질문이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코레일은 SR의 최대 주주다.

15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지능범죄수사대 브리핑실에서 SR채용과정 중 최종 5명을 뽑는 면접에서 15위였던 지원자를 5위로 끌어올려 합격시키고 기존 5위였던 수험생을 6위로 떨어뜨려 탈락시켰다고 전했다. 사진=경찰제공
이들은 △서류 평가 조작 △배수(순위) 조작 △모집분야·합격인원 조작 △면접 불참자 합격 △합격자 사전 내정 △친인척 면접위원 참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특정인을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채용 청탁을 받은 대상자가 합격되지 않으면 임원들이 해당 면접위원을 찾아가 “특정인을 채용하라”며 압박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전·현직 임원들이 자녀들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 채용자 24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당시 현직 직원의 자녀였다”며 “당시 공공기관이 될 예정이던 SR에서 안정적인 직장 대물림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 검거된 13명 중 12명은 전·현직 SR 임원이었고 나머지 1명은 자영업자로, 노조위원장 C씨에게 돈을 주고 청탁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서류 전형이 끝났는데 임원 이메일을 통해 서류가 뒤늦게 접수되는가 하면 청탁 비용은 200만~3700만원까지 다양했다”고 밝혔다. 채용청탁자 중에는 형제 2명을 모두 청탁해 합격시키고 전직 임원의 단골 식당 주인까지 딸의 채용을 부탁해 합격됐다는 것이다.

"임원 단골식당 주인 딸까지 합격"
경찰은 코레일을 상대로 채용비리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12명이 코레일 출신인 점, 현직 노조위원장이 과거 코레일 노조 서울지부장을 맡았던 점을 감안하면 코레일에서도 비슷한 채용 비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채용 청탁자 중에는 현직 코레일 간부도 있었다”며 “현재 수사는 SR이 대상이지만 채용 비리 연루자들이 전직 코레일 출신이고 1회성 수법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해 코레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SR측은 이날 ‘채용비리 후속조치 방안’이란 자료를 내고 채용비리 당사자를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정채용을 통해 입사한 24명과 노조위원장 등 청탁 혐의자 일부는 재직 중이다. SR 관계자는 “채용 청탁자들에 대해 우선 직무 배제하고 향후 기소될 경우 12명을 비롯한 부정채용자 24명에 대해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퇴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며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구제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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