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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Fine Dining] 골고루 봄

입력 : 
2018-05-15 10:34:59
수정 : 
2018-05-15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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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도 절제해야 하는 시대다. 미디어에서 요란하고 장황하게 소개하는 맛집들의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내장에 쌓인 지방과 성인병에 대한 걱정뿐이다. 이제 맛도 중요하지만 영양은 더 중요하고, 잘 먹는 것도 대견하지만 적당히 먹는 절제력도 필요하다. 1년 신체 농사의 시작인 봄철엔 특히 균형 잡힌 먹거리가 필수이다. 골고루 잘 먹고 잘 소화시켜 한 해를 건강히 보내자.

▶한식 대가와 역대급 건축물, 그리고 조선의 만남-한식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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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근처 현대그룹 사옥 바로 옆에 위치한 아라리오뮤지엄에 있는 한식 전문점이다. 이곳의 공간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건물은 원래 ‘공간’이라는 건축회사 사옥으로 수십 년 동안 유지되어 오다 아라리오뮤지엄에 팔린 경우이다. 이 공간에 한식 대가 조희숙 씨가 들어와 자신의 한식을 손님들과 나누고 있다. 유서 깊은 건물과 북촌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조선의 풍경와 우리 한식이 만난 기막힌 장소다. 점심(6만 원)과 저녁(12만 원) 모두 코스로만 맛볼 수 있다. 점심 차림에는 부각바구니, 더덕 관자 냉채, 새우 소박이 두릅 튀김 & 호박꽃 튀김, 봄나물 떡갈비, 진짓상이 나오고 후식으로 냉호박죽과 달고나가 나온다. 저녁 코스는 부각 바구니, 삼계선, 가지구이, 방울토마토 절임 등 한 입 거리에, 쑥과 콩죽, 편육, 겨자 냉채, 새우 소박이 두릅 튀김, 호박꽃 튀김, 통 전복구이, 도미면, 한우안심구이, 잔칫상이 등장한다. 후식으로는 냉호박죽과 딸기 달고나 약과, 잣강정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4

시간 12:00~22:00(브레이크타임 15:00~18:00) *일요일 휴무

▶짜장면 지존-홍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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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제1 메뉴는 역시 짜장면이다. 짜장면이 맛있는 집은 다른 음식도 맛있다. 홍명의 짜장면은 짜장면 위에 계란 프라이가 올라간다는 점, 짜장 소스의 양파가 엄청 맵지만 맛의 균형이 절묘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양파는 양에 비해 향은 그다지 독하지 않게 느껴지는 편이고 고기와 새우 등 첨가된 식재들의 배합도 골고루 잘 되어 있어서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느낌이다. 해서 식사 때만 되면 이 정통적이며 오묘한 짜장면을 먹으려는 손님들이 몰려 줄을 서야 하는 유명 맛집이 되었다. ‘이렇게 맛있는 짜장면을 본 적이 없다’ ‘나는 탕수육 마니아인데, 세상에, 탕수육보다 더 많이, 먼저 먹게 되는 짜장면은 이 집이 처음이다’ 라는 후기가 줄줄이 달리는 곳도 흔치 않을 것이다. 짜장면(6000원)이 맛있으니 다른 메뉴들도 출중하다. 중국집 대표메뉴인 간짜장, 짬뽕, 탕수육, 그리고 유산슬밥 맛도 그 어느 곳에 비교해도 우월하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131길 10 시간 11:00~21:30

▶매우 고급진 중국집-더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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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있는 중국 음식점이다. 기본 메뉴는 중식이 분명하지만, 다양한 맛을 선보인다는 점, 바 스타일의 분위기, 와인 등 퓨전화, 스타일이 분명한 운영 방식 등으로 잔잔한 인기를 끄는 집이다. 콜키지 프리(와인 반입이 허용된 서비스)까지 가능하니 역시 청담스럽다는 말 밖에. 먼저 소개하고 싶은 메뉴는 북경오리(8만5000원). 고급 음식점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 되시겠다. 더라운드의 북경오리는 그 바삭함에 있어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다. 그냥 셰프가 썰어줄 때 들리는 바스락바스락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녹아버리는 맛이다. 일단은 썰어준 그대로 먹어 본다. 이렇게 담백하고 고소하고 영양 넘치는 음식이 또 있을까. 그 다음에는 밀전병에 싸 먹어 본다. 폭신폭신한 것이 무엇에 비유해야 할까. 더라운드 북경오리를 먹고 싶다면, 예약은 필수이다. 포도씨유짜장면, 하얀짬뽕, 삼선짬뽕 등의 면 종류(1만2000원~2만 원선)부터 안남미새우볶음밥, XO볶음밥, 해선덮밥 등은 1만6000원에서 2만 원 선에 즐길 수 있다. 골고루 먹고 싶다면 런치, 디너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48길 37 시간 11:30~22:00(브레이크타임 15:00~17:30)

▶뜨거운 그곳-진미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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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으로 난리가 난 곳이 있다면 전국의 냉면, 그것도 평양냉면집들이다. 냉면이 사철음식이 된지 오래 되었지만, 대개 여름철 사람들이 몰리고 줄도 서고 그러는 게 상식인데, 판문점 선언 이후 이제 유명 냉면집들은 부쩍 빨라진 시즌 손님들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진미평양냉면은 개업한지 3년도 안 되는 집이다. 그런데 개업 2년 만에 <수요미식회>에 등장하면서 냉면 마니아들을 갸우뚱하게 했던 곳. 이곳을 만든 사람은 우리나라 평양냉면의 지존 중 한 곳인 ‘장충동 평양면옥’ 주방 출신이다. ‘의정부 평양면옥’과 장충동 평양면옥에서 20년을 일 했다고 하니 그의 냉면집에 ‘평양냉면’을 붙이는 게 무리는 아닌 듯 싶다. 이곳의 메인 메뉴인 평양물냉면과 비빔냉면은 어디에서든 맛볼 수 있는 평양냉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평양냉면은, 무색무취에 가까운 오리지널리티를 생각하면 양념화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맛있고 무난하게 먹기엔 손색 없다는 게 경험자들의 이야기이다. 냉면집에서 가면 꼭 먹게 되는 편육, 제육, 불고기 만두 등은 수준급이라 할 수 있다. 맛, 향, 북한 음식 특유의 담백함이 살아있다. 이런 메뉴들을 ‘반메뉴’로 분류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대표 메뉴로는 냉면, 접시만두, 만두반, 편육과 제육, 편육과 제육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305-3 정각빌딩 1층 시간 11:00~21:30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29호 (18.05.22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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