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의 월드컵 명단, 3가지 키워드 엿보인다

노성빈 입력 2018. 5. 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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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신태용호의 월드컵 키워드 #경험, #3백, #K리그 선수들 적극 활용

[오마이뉴스 노성빈 기자]

2018 FIFA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약 한 달 남긴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은 최종엔트리 23명에  5명을 추가 발탁한 28명의 엔트리를 발표했다.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청용 발탁을 비롯해 이승우와 문선민, 오반석 '깜짝 발탁'까지 벌어지며 월드컵을 향한 로드맵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3가지 정도의 키워드를 찾아볼 수 있는 신태용 감독의 엔트리 발표였는데 '경험'과 '3백', 'K리그 선수들 적극활용'으로 압축해 풀이할 수 있는 28명의 명단이다.

경험

1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월드컵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의 본선 성적은 1무 2패. 21세기 들어 출전한 월드컵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이 이유에는 예선을 거치면서 2번의 감독 교체와 투명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된 선수 선발 의혹, 상대팀 전력분석 미흡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유는 경험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은 동메달 신화를 쓴 2012년 런던 올림픽 멤버들을 신뢰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월드컵을 치르기로 결정했고, 실제 23명의 멤버의 절반가량이 런던 올림픽, 올림픽 예선을 거치면서 홍명보 감독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멤버들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런던 올림픽동메달 때처럼 녹록지 않았다.

올림픽과 달리 월드컵은 너무나 벽이 높았다. 연령별 대표팀과 달리 다양한 연령대와 최정예 멤버로 출전하는 월드컵에서 올림픽 신화를 쓴 멤버로 월드컵 본선에 임하기엔 우리나라의 전력은 한참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홍명보 감독도 부임한 지 1년도 안되다 보니 조직력을 가다듬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험 또한 너무 부족했다.

당시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는 박주영과 정성룡, 기성용, 이청용 정도였지만 기성용과 이청용은 당시엔 팀을 이끌어가기엔 너무 어렸다.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다 보니 팀을 이끌 경황조차 없던 상황이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타진했으나 당시 박지성의 무릎 상태가 안 좋아 무산됐다. 차두리 역시 부상을 입어 테스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결국 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경험 많은 선수가 없는 것이 정작 본선 무대에서 발목을 잡았다. '그라운드 위의 감독'이 존재하지 않았던 대표팀의 본선 성적은 처참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월드컵을 통해 경험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신태용 감독은 비록 아직 정예 23명의 엔트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논란 속에서도 이청용과 김영권이라는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를 발탁하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인지시켰다.

팀 전력상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전력이 떨어지는 팀일수록 분위기에 휩쓸리면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이 점을 지난 대회를 통해 증명했기에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가 단 한 명이라도 더 있다는 점은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큰 플러스 요소임에 틀림없다.

문선민과 이승우의 발탁은 스웨덴전에 초점을 맞춘 신태용 감독의 의중을 읽을 수도 있지만 유럽무대 경험 또한 무시할 수 없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스웨덴 리그에서의 경험이 있는 문선민과 이탈리아 세리아A에서 활약하며 발전 가능성을 보인 이승우를 발탁한 신태용 감독은 부임 후 유럽원정에서 드러낸 약점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두 선수 발탁으로 유럽대륙에서 치러지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들의 유럽무대 경험을 믿어보려는 의중을 읽을 수 있다.

3백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은 3백 포메이션 정착이다.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 후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성공의 열쇠로 3백 포메이션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러시아-모로코와의 평가전과 지난 3월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3백카드를 꺼내든 신태용 감독은 3경기에서 모두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드러냈다. 완성도 있는 전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3백 포메이션 대신 4-4-2 포메이션이 플랜 A로 굳어지는 듯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하지만 본선을 앞두고 부상을 입은 김진수와 김민재의 이탈로 인해 3백 포메이션을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신태용 감독은 김영권과 권경원, 그리고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는 오반석을 발탁하면서 3백 포메이션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반석은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는 소속팀 제주에서 3백 포메이션의 한 자리를 맡으면서 탄탄한 수비력과 제공권을 바탕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한때 대표팀 승선에 유력한 후보로도 거론됐었다.

여기에 측면 수비자원에 있어서도 최철순이 제외되고 고요한이 오른쪽 측면수비 자원으로 발탁됐다. 이와 함께 김민우의 발탁으로 미뤄봤을 때 3백 포메이션에 있어서 여전히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소집기간 동안 3백 포메이션에 대한 조직력 극대화가 신태용호에게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K리그 선수들 적극 활용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과 이번 러시아월드컵 엔트리를 비교해봤을 때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수가 확실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선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6명에 그쳤는데 이번 28인 엔트리에는 절반에 해당하는 14명의 선수가 발탁됐다. 이어 나머지 7명의 예비명단에 있는 선수까지 합하면 그 수는 18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브라질 월드컵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과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는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발탁이 확연히 늘어났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선 이용과 정성룡, 김승규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벤치 멤버 역할에 그치며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아이러니하게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이근호와 김신욱과 같은 K리그 선수들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는 부임초기에는 적극적으로 K리그 선수들을 찾아나서며 이정협이란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K리그 멤버들의 활용도는 날이 갈수록 줄어든 채 K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할 때는 중용하지 않다가 해외리그로 진출할 경우 발탁해 활용하는 기이한 현상도 연출되곤 했다.

그리고 부임한 신태용 감독은 K리그에서의 활약을 보고 발탁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대표팀과 멀어졌던 이근호와 염기훈이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다시 발탁됐다. 김민재와 이창민, 윤영선과 같은 새로운 얼굴들이 대표팀에 대거 승선되는 효과까지 봤다.

비록 염기훈과 김민재가 부상으로 낙마하며 최종명단에 들진 못했지만 문선민과 오반석이라는 K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대표팀은 경쟁 체제 확립과 K리그 선수들도 얼마든지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까지 심어주는 효과도 한번에 누릴 수 있게 됐다.

K리그 선수들의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기대가 되는 이유는 최근 침체된 K리그 흥행에도 적잖게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자연스레 관심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스타선수 부재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K리그에도 반가운 소식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K리그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가 될 수 있기에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겐 월드컵이 크나큰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당시 K리그에서 활약하던 조용형과 김재성, 김정우, 이승렬과 같은 선수들이 2002년 월드컵 멤버와 기성용, 이청용, 박주영 등 K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과 잘 융화되면서 원정 월드컵 역사상 첫 16강 진출이란 쾌거를 이뤘다. 또 지난 대회에서도 부진한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 속에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와 같은 K리그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28명의 엔트리가 발표되었지만 5명은 탈락의 쓴잔을 마실 수밖에 없기에 어쩌면 냉혹한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남은 기간 착실히 준비해서 월드컵에서 새로운 희망을 남기는 그런 대표팀이 되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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