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의 시장 될 수 있다" 서훈 원장이 트럼프 설득

정용수 2018. 5. 15. 0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 비핵화 보상 플랜 거론 배경은
"서, 폼페이오 최소 세 차례 만나
북 장마당 400개 예로 들며 설명"
미국, 비핵화 후 군수기업 손해
다른 기업 통해 상쇄 판단한 듯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주는 일괄타결 방안이 북·미 간에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여기엔 북한과의 대화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 작용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다양한 논리를 제공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14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손익계산이 밝다”며 “군사적인 긴장 상황보다 평화 상태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도 하나의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미국 측에 설명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도 이에 동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연평균 4조원 안팎의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는데, 한반도에 평화가 구축되면 미국의 대한국 무기 판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국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미국 기업들이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정치적 의미에 더해 군수기업의 손해를 다른 기업의 이익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서훈 원장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10일 출범 직후부터 북한과 대화할 경우 비핵화와 이익이라는 일거양득 논리를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는 서훈(사진) 국가정보원장이 나섰다는 게 정설이다. 다른 당국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원장을 맡은 서 원장이 폼페이오(현 국무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최소 세 차례 회동한 것으로 안다”며 “이 자리에서 ‘대북 압박만으로는 안 된다. 북한 경제가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시장이 400개가 넘고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개방으로 갈 수 있도록 촉진한다면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의 이런 설명이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서 원장은 지난해 대선(5월 9일)을 앞두고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지원-협력-공동생산)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 왔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통일 구상인 ‘한반도 신경제지도’로 나타났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동해권(부산-금강산-원산-나선)과 서해안 벨트(목포-서울-개성-평양-신의주), 그리고 두 벨트를 비무장지대(DMZ)가 잇는 ‘H라인’을 만들어 경제발전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초기엔 “북한에 구매력이 없다”거나 “인구(2500만)가 많지 않아 시장이 되겠느냐”며 의구심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서 원장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북한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다리’인데 이곳이 끊겼다” 또는 “다리를 연결해야 완전한 경제의 선(線)이 완성된다”고 접근했다. 북한이 개방을 선택할 경우 대규모 건설과 투자가 불가피한데, 미국의 시장이 될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폼페이오 장관)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민간기업들의 투자나 국제은행 등의 참여가 가능하다. 또 남북 가스관이나 철도·도로 연결, 전력망 설치 등에 미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