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망한다?..진실 따져보니

조혜진 2018. 5. 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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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대기업의 갑질 관행 뿐만이 아닙니다.

"최저 임금 인상 때문에 망한다"라는 이야기, 최근 한 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자영업자들을 직접 만나보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힘든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조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편의점 사장 이우성 씨의 한 달 매출은 970만 원가량입니다.

여기에서 가맹점 수수료 287만 원을 내고 평균 75만 원꼴인 직원 6명 인건비와 4대 보험료, 임대료 200만 원에다 세금과 다른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이우성/편의점주 : "갑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을도 아닙니다. 저희는 중간적인 입장에서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가맹 노동자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 씨의 본사 가맹점 수수료는 매출의 25%지만, 경우에 따라 60%까지 무는 곳도 있습니다.

장사가 좀 되는 곳이면 천정부지 오르는 임대료도 문제입니다.

현행법상 5년인 인상 규제기간이 끝나면 건물주가 마음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들의 또 다른 어려움은 신용카드 수수료입니다.

0.7%가량인 대기업 마트와 달리 동네 가게 카드 수수료는 이보다 3배 높은 2.3~2.5% 수준입니다.

[박은호/동네 마트 업주 : "(지난해) 2억 2천만 원이 나갔어요. 카드수수료로. 임대료 1.5배나 더 많은 카드수수료를 내가 내고 있어요."]

하도급업체 업주들은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인건비는 오르는데, 원청에서 그만큼 납품 단가를 올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보원/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 "대기업에서 전체적으로 납품단가를 5%면 5%, 7%면 7% 인상해주겠다고 하면 1차 밴드(협력업체), 2차 밴드, 3차 밴드에서 착착 (임금이) 올라가거든요."]

실제 현대자동차의 지난 6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9.1%지만 1차 협력업체는 3%대로 떨어지고, 그 아래 2차, 3차는 1%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사정 탓에 7월부터 하청업체가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개정 하도급법이 시행되지만, 협상에서 올려주지 않으면 또 그만입니다.

임대료 폭탄을 막기 위한 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고, 신용카드사의 차별적 카드 수수료는 이제서야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김남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 "최저임금 인상의 일정 부분을 (반영해) 납품대금을 조정을 해준다든가, 가맹수수료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해서 대기업들이 분담을 해줘야지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가능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사는, 정의로운 임금이 자리잡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조혜진기자 (jin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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