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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에 묻다]④루이비통 앞에서 작아지는 면세점·백화점 왜?

최고가 브랜드 유치여부 면세점·백화점 매출·수익 직결
면세점, 中 관광객 비중 높아…"中, 작년 세계 명품 매출 1/3 차지"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8-05-14 15:13 송고 | 2018-05-14 21:08 최종수정
부루벨코리아가 지난 1일 국내 면세점 기업들에 보낸 문서. 현대백화점면세점과 맺은 의향서 내용 중 입점을 '확약'했다는 내용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 있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언론에 대응한 내용을 담고 있다. © News1

# 2017년 11월. 현대백화점이 고가 브랜드인 명품인 루이비통 등을 공급하는 부루벨코리아와 '입점 의향서'(LOI)를 맺었다고 보도자료를 내놨다. 오는 11월 문을 여는 무역센터 면세점에 루이비통 입점이 확정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 주요 면세점들이 항의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시 부루벨코리아는 '브랜드 입점을 확약했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부루벨코리아는 에이전트 또는 서비스 공급자로서 결정권한이 없으며 확약은 브랜드(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만이 할 수 있다'고 롯데·신라·신세계 등에 메일로 알렸다.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려는 국내 유통기업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면세점 "명동점 중국인 매출, 상위 20개 브랜드에 과반 쏠려"

14일 업계에서는 해외 명품 브랜드의 콧대가 한국에서 유독 높은 이유에 대해 국내 명품 시장의 특성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대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중국인 관광객 및 '따이공'(보따리상)의 '싹쓸이' 구매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한 관계자는 "지난해 명동본점에서 중국인 매출 중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불가리, 티파니앤코, 롤렉스 등 상위 20여개 브랜드 비중이 50% 이상"이라며 "중국인 매출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시내면세점에서 명품 브랜드 유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주요 명품 브랜드 입점 여부가 중국인 고객 유치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며 "신규 면세점들도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백화점 루이비통 입점 논란도 시내면세점이 급증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규 면세점 중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경우 지난해 5월 개장할 때부터 구찌, 티파니앤코,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셀린느, 에트로, 피아제 등이 입점했다. 이어 8월엔 까르띠에, 펜디가 오픈했고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곤 루이비통도 매장도 문을 열었다. 그 결과 신세계디에프 분기 매출은 지난해 2분기 200억원에서, 3분기 990억원, 4분기 1890억원으로 반년(6개월) 만에 무려 945% 폭증했다.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도 '보따리상(따이공)'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과 가까우면서 국내 면세점에서 파는 핸드백·주얼리·시계·화장품 등 고가제품 가격이 중국보다 저렴해 중국인이 몰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따이공들이 부피가 큰 화장품보다 한 번에 많이 운반할 수 있는 고가 시계류와 주얼리를 주로 사들이게 되면서 객단가(1인당 구매금액)도 점점 높아졌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佛금융그룹 보고서 "명품, 중국이 가장 비싸고 한국은 두 번째"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쿼츠가 프랑스 금융그룹 엑산BNP파리바의 지난해 3월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4846개 명품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판매되는 명품 가격이 국제 평균보다 21% 높아 가장 비싸고 그다음이 한국으로 14% 높았다. 한국에서 명품 가격은 프랑스·이탈리아보다 평균 36% 정도 높지만 중국은 46%(약 1.5배) 비싸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7% 저렴한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자국 내 판매 가격이 국제 평균보다 22% 낮은 78%였다.

<뉴스1>이 최근 중국 SNS 웨이신·웨이보 등을 통해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의 판매가격을 살펴본 결과에서도 중국 가격 대비 최대 40%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상은 중국 SNS '웨이신(위챗)'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대리구매 상인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후 공진향 인양3종'은 현지 가격보다 35.4% 저렴한 788위안(약 13만3000원) '후 수연 3종' 현지 가격보다 31.6% 싼 718위안(약 12만1000원)에 이들은 판매했다. '설화수 여윤팩'의 경우 220위안에 판매해 현지 정상가(380위안)보다 무려 42.1%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 '헤라 미스트쿠션'도 정가 360위안에서 38.8% 저렴한 220위안에 판매했다.

경영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가 발표한 '2017 세계 명품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명품시장 규모는 1조4000억달러(약 1500조원)로 이 가운데 중국인들의 구매 비중은 32%에 달한다. 이 보고서는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가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세계 시장의 4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링허우 세대로 불리기도 하는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소비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패션·주얼리·화장품 등 중국의 명품 소비 규모가 전년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뚜렷해지고 있기도 하다. 베블런 효과란 미국 사회학자 토스타인 베블런(1857~1929)이 부유층 분석을 통해 주창한 개념으로 과시욕이나 허영심 때문에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의미한다.

샤넬코리아가 지난해 5월, 9월, 11월, 올해 1월 네 차례나 올린 데 이어 결혼 시즌이 오자 오는 15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또 평균 11% 올리는 것도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은수 KB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의 고도성장으로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크게 늘고 있다"며 "신흥 소비층의 실질소득은 평균적으로 낮지만 성장 속도는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인 국가 중국에서 반부패 정책이 일단락되면 질적으로도 성장, 본격적인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명품 브랜드 콧대가 유독 높은 배경에는 국내 면세점과 백화점들의 마진율 및 수수료 인하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고 관련 업계는 말한다.

주요 면세점·백화점이 국내 업체에 대해서는 높은 마진율과 수수료를 책정하면서도 명품 업체에는 좋은 조건을 내걸고 유치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중에서도 샤넬, 루이비통은 수수료가 낮다"며 "백화점서는 10% 초반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면세점 한 관계자는 "면세점이 5년 한시법으로 바뀌면서 특허권이 불안정해지다 보니 면세점들이 해외 명품 업체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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