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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으르렁’ 가슴 뛰는 고성능차 한판 승부 벤츠 AMG·BMW M에 현대차 N 도전장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8.05.14 11:19:28
아우디 RS7, 현대차 벨로스터 N

아우디 RS7, 현대차 벨로스터 N

국내 고성능차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브랜드 ‘N’의 국내 첫 모델인 ‘벨로스터 N’을 선보이며 고성능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이에 맞서 전통의 강자인 수입차 업체 역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통상 고성능 라인업은 기존 양산 자동차 엔진을 고출력으로 튜닝해 별도 브랜드를 붙이는, 일종의 프리미엄 차량으로 보면 된다. 고성능차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독일계 브랜드 3사다. 벤츠의 ‘AMG’, BMW의 ‘M시리즈’, 아우디의 ‘S·RS’ 등이 고성능차 대표주자다. BMW 3시리즈, 5시리즈의 고성능 버전은 각각 ‘M3’ ‘M5’가 되고 아우디 A3, A7은 ‘S3’ ‘RS7’로 표현된다. 벤츠는 각 모델 이름 뒤에 AMG가 붙는다.

모터스포츠(Motor Sports)의 약자를 딴 BMW M은 원래 1972년 설립된 BMW의 레이싱 부문을 담당하는 회사였다. 이후 1978년 일반 도로용 차량에 모터스포츠 기술을 적용시킨 ‘M1’을 시작으로 일반인도 탈 수 있는 고성능 M 차량 개발을 시작했다. M은 양산형 기본 모델에서 배기량과 엔진 성능이 대폭 향상된다. 휠, 서스펜션, 트랜스미션을 비롯해 계기판과 내외관 디자인도 확 달라진다.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는 1967년 튜닝 업체로 시작했다. 벤츠를 튜닝한 차로 여러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싹쓸이하며 인지도와 기술력을 키워나가자 벤츠에 인수합병됐다. AMG라는 브랜드는 두 창업자의 이름(Aufrecht, Melcher)과 이들이 회사를 세운 지명(Großaspach)의 머리글자를 따 만들어졌다. AMG의 힘은 ‘1인 1엔진(one man-one engine)’ 전통을 지키는 장인정신에서 나온다. AMG 엔지니어 한 명이 아팔터바흐에 위치한 AMG 엔진숍에서 엔진 전체를 수작업으로 조립한다.

아우디 고성능 모델에는 RS와 S가 붙는다. RS는 레이싱 스포츠(독일어로 Renn Sport)를, S는 최고 성능(Sovereign performance)을 의미한다. S라인은 A4, A6, A7 등 아우디의 기본 모델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RS 모델은 아우디 100% 자회사인 콰트로 GmbH에서 생산하며 경주용 서킷에서도 달릴 수 있는 수준까지 성능이 업그레이드된다는 점이 다르다.

고성능차 시장은 절대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벤츠 고성능 브랜드 AMG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3206대로 전년(2057대) 대비 약 56% 늘었다. 이는 글로벌 시장 성장률 33%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고성능차 주요 브랜드 중 하나인 BMW M브랜드도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755대를 기록해 전년(620대) 대비 22% 늘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가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고성능차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크게 2가지 원인을 꼽는다.

▶스피드 즐기는 마니아층 탄탄

미래기술 발달해도 수요 꾸준

무엇보다 아무리 미래 자동차 기술이 발달해도 운전 본연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수요층이 탄탄하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대중적인 브랜드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스포츠카 느낌의 고속 주행과 강렬한 사운드 등을 즐기는 소비자층은 여전히 두텁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는 와중에서도 스피드에 대한 본능,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층은 미래에도 여전히 두터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 기술력 확보와 연관 짓는 분석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성능차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은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며 “이는 결국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다른 차량의 판매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수입차 업계는 올해 고성능차 신차를 쏟아내며 시장 주도권을 탄탄히 다질 계획이다.

BMW에서는 고성능 M 모델인 뉴 M5와 뉴 M4 CS, 뉴 M2 컴페티션 등 3가지와 미니 JCW 클럽맨, JCW 컨트리맨, JCW 컨버터블 등 고성능 존쿠퍼워스(JCW) 모델 3가지를 합쳐 총 6종의 고성능 신모델이 나온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M브랜드는 지난해 2016년 대비 21.8%, 같은 기간 미니 JCW는 30.2%가 증가했을 정도로 성장세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2분기에 뉴 M5를 선보인다. 뉴 M5는 럭셔리 4도어 비즈니스 전통 세단을 기반으로 고성능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게 적합한 차량. 기존 M5의 완전변경 차량으로, M 트윈파워 터보 기술이 접목된 4.4ℓ V8 바이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뉴 M5는 최고 출력 600마력, 최대 토크 76.5㎏·m의 힘을 낸다. M브랜드 최초로 사륜구동이 적용됐다.

BMW 뉴 M5, 벤츠 AMG E63

BMW 뉴 M5, 벤츠 AMG E63

이에 맞서 벤츠의 AMG도 최근 뉴욕모터쇼에서 공개한 신차 5종(E53, E63, G63, CLS 53 등)을 올해 새롭게 내놓는다. 고성능차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 나선다. 벤츠는 현재 7개인 AMG 전용 서비스센터를 올해 말까지 5곳(인천, 마포, 서초, 안양, 수원 등)을 추가해 12개로 늘릴 예정이다.

최근 첫선을 보인 인피니티 ‘뉴 Q60’은 디자인과 퍼포먼스 2가지를 겸비한 차로 평가받는다.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할 400마력대 출력과 고성능을 외관으로 표현하려는 디자인 철학이 조화를 이뤘다. 국내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의 강자로 평가받는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고성능에 특화된 SVR 버전을 선보였다. 최고 출력 575마력, 최대 토크 71.4㎏·m의 힘을 내며, 최고 시속은 280㎞,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 시간은 4.5초에 불과하다.

수입차 브랜드의 탄탄한 아성에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차가 도전장을 던지면서 하이엔드급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5월 3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6월 시판 예정인 벨로스터 N의 미디어 사전 체험 행사를 열었다. N은 연구개발센터가 있는 ‘남양’과 주행 성능 테스트센터가 있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영문 앞글자를 딴 것이다.

벨로스터 N은 지난해 유럽에서 출시한 i30 N에 이어 개발된 현대차의 두 번째 고성능차다. i30 N은 유럽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벨로스터 N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첫 고성능차다. 현대차 측은 벨로스터 N의 3대 특장점으로 코너링 악동(곡선로 주행 능력), 일상 속 스포츠카, 레이스 트랙 주행 능력 등을 꼽았다. 기본 차량만으로도 트랙 위를 경주하듯 즐기며 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벨로스터 N에 탑재된 고성능 2.0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275마력과 최대 토크 36㎏·m의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고성능에 최적화된 전륜 6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해 우수한 변속감은 물론 뛰어난 가속 성능을 구현했다.

이외에도 주행 감각을 자극하는 여러 장치들이 즐비하다. 주행 모드 간 승차감을 명확하게 차별화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 변속 시 RPM을 동기화해 빠른 변속이 가능하게 만드는 레브 매칭, 정지 발진 시 엔진 RPM과 토크를 제어해 최대 발진하는 런치컨트롤 등이 기본 적용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벨로스터 N은 가변 배기밸브 시스템을 통해 주행 모드별로 배기음을 조절할 수 있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는 세단처럼 조용하게, N(고성능) 모드에서는 고출력의 배기음이 연출된다. 모터스포츠 선수는 물론 일반 고객까지 차와 운전자가 상호 교감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고성능차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8호 (2018.05.16~05.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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