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의 '타노스'는 구조조정 '합리화'를 위한 캐릭터?

이현우 입력 2018. 5. 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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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가 개봉 19일만에 누적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만화 원작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데스 여신의 마음을 얻고자 살육전을 벌였던 슈퍼빌런 타노스가 구조조정 전문가처럼 바뀐 것은 그만큼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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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가 개봉 19일만에 누적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역대 어벤져스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이번 편의 사실상 주인공인 악당, 타노스(Thanos)의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엄청난 능력으로 어벤져스 팀을 초토화시키는 슈퍼빌런으로서의 능력 뿐만 아니라 단순 악당이 아닌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는 독특한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타노스는 원작 마블 코믹스에서의 타노스와 달리 그저 이기적이고 살육을 좋아하는 절대악이 아닌 자신의 사명감을 위해 악역을 자처한 특이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행성 타이탄이 엄청난 인구압에 시달리다 종국에 자원고갈로 완전히 파멸한 것을 거울삼아 전 우주의 행성들에서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야한다는 확고한 사명감을 갖고 막대한 힘을 가진 인피니티 스톤을 찾아 헤매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것은 죽음이나 질병의 본질에 대한 고대 신화 속 해석들과 더욱 가까운 모습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인 타노스는 원래 그리스에서 죽음을 의인화한 신인 '타나토스(Thanatus)'에서 왔다. 신화 속 타나토스는 밤의 여신인 닉스(Nyx)와 태초의 어둠을 상징하는 에레보스(erebus)신의 아들로 잠의 신인 히프노스(Hypnos)와 쌍둥이 형제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신은 그저 죽음을 불러오는 악당이 아니라 자연계에서 없어선 안될 중요한 신으로 등장한다. 죽음이 없고 생명들만 넘치게 되면 자원이 고갈돼 종국에 모두 파멸을 맞이할 수 있다는 고대인들의 두려움이 만든 신이기도 하다. 잉여농산물이 적고 국제교역로가 미비했던 고대에는 실제로 한 지역에 기아가 발생할 경우, 인구압으로 많은 도시들이 사멸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경험이 축적돼 만들어진 신으로 추정된다.

타노스 캐릭터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책을 뒤섞어 패러디한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대적 관점에서 이런 '죽음의 신'은 극단적인 환경보호론자나 기업의 구조조정 전문가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더 많은 이들이 살기 위해 일부 조직인원을 감축시킨다는 점에서 타노스의 논리는 구조조정(Restructuring) 논리와 흡사하다. 이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1년,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로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환경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 대기업들이 거대한 '몸집'을 줄여 환경에 맞는 구조로 변해야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였다.

공룡의 멸망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갑자기 크게 늘어난 것도 이때부터였다. 거대한 몸집을 활보하며 지구를 2억년 이상 지배하던 공룡이 갑작스런 빙하기에 멸종되고 몸집이 수백배 작은 쥐와 같은 포유류가 살아남아 지구를 지배하게 됐다는 이야기는 구조조정의 합리성을 요약한 교재처럼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광범위한 직종에서 막대한 인력이 구조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종 제조업에서 구조조정은 실적에 따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상으로 변모했다. 만화 원작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데스 여신의 마음을 얻고자 살육전을 벌였던 슈퍼빌런 타노스가 구조조정 전문가처럼 바뀐 것은 그만큼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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