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친 성격"

강지은 입력 2018. 5. 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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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승절 앞두고 화재 나자 고함"
"장성택 처형, 뿌리깊은 원한 때문일 듯"
"3층 서기실은 세습통치 유지위한 조직"

【서울=뉴시스】강지은 기자 =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4일 언론에 공개한 그의 첫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성격과 장성택 처형, 3층 서기실 등 북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겼다.

태 전 공사는 저서에서 김 위원장의 성격을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표현했다. 태 전 공사는 2013년 7월 재개관을 앞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전쟁기념관)에 화재가 발생한 사건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7월27일은 휴전협정일이지만 북한에서는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다"며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부리나케 달려와 아직도 물바다인 지하에 구둣발로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수백 명이 진화와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김정은은 '내가 그렇게 불조심하라고 했는데 주의 안 하고 무엇을 했느냐'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쌍욕을 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또 2015년 5월 김 위원장이 자라양식공장을 현지 지도한 일을 언급하며 "새끼 자라가 거의 죽었다. 공장 지배인은 전기와 사료 부족을 이유로 들었으나 김정은은 '전기, 사료, 설비 때문에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넋두리'라고 심하게 질책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김정은을 수행하던 고위 간부들도 고개를 떨군 채 지시를 받아쓰기에만 급급했다"며 "차에 오르면서 김정은은 지배인 처형을 지시했고, 즉시 총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 대선 당시) 영국 APTN 통신과 인터뷰를 했다. 그가 '우리는 대화(트럼프 후보가 언급한 북미대화)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전쟁 때도 하는데 대화 못할 이유는 없다'고 외무성이 작성해준 원고대로 말했다"고 전한 뒤, 그러나 이도 역시 김정은의 분노를 사게 됐다고 했다.

보도가 나가자 김정은 위원장은 김계관 외무성 1부상에게 "야. 그 늙은이(양형섭)가 내 승인도 없이 트럼프와 대화하겠다고 말할 수 있나. 나를 대표해서 말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줬는가. 나는 조선의 지도자이고 트럼프는 대통령도 안 된 후보인데 같은 급이 아니다. 외무성이 그 늙은이한테 그리 말하라고 써줬는가"라고 질책했다. 양형섭은 1925년생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일성 주석의 사촌 매부다.

이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이유에 대해 "김정은은 고모부에게 뿌리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는 정철·정은 형제 중의 하나가 후계자가 되지 않으면 결국 온 가족이 숙청 당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김일성 생전에 자신의 아이들을 인사시키고 인정받고 싶어 했다. 이것을 누가 막았겠는가. 장성택과 부인 김경희였다. 김경희와 장성택이 고영희 존재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는 말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고영희의 남겨진 사진에는 김일성과 같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김정은도 할아버지(김일성)와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다. 김일성과 찍은 사진 한장만 있었다면 스스로 백두혈통이라고 백번 외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며 "때문에 김정은은 아이 때부터 장성택을 미워했고 장성택 부부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태 전 공사는 또 "(김정은은) 모든 재력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야 하는데 북한의 경제적 이권 대부분은 장성택이 쥐고 있었다"며 "김정은이 가차 없이 처형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장성택이 경제적 이권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저서 제목이기도 한 '3층 서기실'의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3층 서기실은 지난 3월 북한에 파견된 문재인 대통령 특별사절단이 집무실과 3층 서기실이 있는 노동당 3층 청사에서 김정은과 만남으로써 처음 존재가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3층 서기실은 기본적으로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가 주민들이 김씨 부자의 실체를 알게 되면 3층 서기실은 와해된다"고 말했다.

또 3층 서기실을 "3층 규모 당중앙 청사로,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와 같다"며 "3층 서기실은 대통령 비서실에 가깝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중앙당 일꾼들도 마음대로 접근할 수 없는 완전한 금지구역으로 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태 전 공사는 이번 저서를 출간하기까지 그간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원래 이 책을 3월초에 내려고 했었다. 그런데 3월부터 남북관계는 급격한 해빙무드에 들어섰고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며 "나의 책이 정상회담 성사에 찬물이라도 끼얹을 수 있을 것 같아 정상회담 뒤로 출간을 미루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남북한의 현실을 서로에게 정확히 알려 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이제 나의 길은 오직 하나, 통일"이라고 천명했다. 태 전 공사는 2016년 대한민국 망명 후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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