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 북에 "한국 수준 번영 돕겠다"..핵·경제 '빅딜' 시사

2018. 5. 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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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경제 유인책 내보이며
최대 압박→회유로 전환 모양새
"풍계리 핵실험장 23~25일 폐쇄"
북, 폼페이오 발언 뒤 긍정적 조처

"비핵화 시한 공감 이룬듯" 분석도
미 국무부 관리 "2020년까지 비핵화 가능"

한-미, "주한미군은 북-미 의제 아니다" 재확인

[한겨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과감하고 신속하게 비핵화한다면 “한국 수준의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한달 앞두고 ‘빅딜’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발언이다. 특히 북한에 경제적 유인책을 적극 내보이며 기존의 ‘최대한의 압박’에서 ‘최대한의 회유’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지난 11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만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연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과 주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행동을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한국 친구들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한국의 동맹들과 이 문제 등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인들을 도운 역사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그가 지난 9일 평양에서 두번째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오고, 그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날짜·장소(6월12일 싱가포르)를 발표한 다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 “만족한 합의”를 언급했고,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5월23~25일 공개 폐쇄 방침을 발표하는 등 긍정적 신호를 잇따라 보낸 것과도 맞물린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자신과 김 위원장)는 미국 역사에서 종종 적국들이 지금은 긴밀한 동반자가 된 사실, 북한에 대해서도 똑같은 일을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했다”고도 했다.

특히 ‘평화’와 ‘번영’은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열쇳말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을 강조해왔으나 최근 “북한 주민들이 누려야 할 모든 기회를 누리도록 협력하기를 희망한다”(9일 폼페이오 장관) 등 대북 지원 의지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대북 접촉과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종합하면서 경제 문제와 체제 보장 등 북한이 원하는 부분을 적극 파고들어 ‘빅 딜’을 향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관련해 미국이 강조하는 ‘포괄적·일괄적 해법’과, 북한이 밝혀온 ‘단계적·동시적 상응 조처’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 서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함께 이해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를 위해서는 “단단한 검증 프로그램과 이를 위해 전세계 파트너들과 함께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위성락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정상회담을 성공적인 모습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가 진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번영’이 나오는 배경에는 북한이 국가 노선을 핵·경제 병진에서 경제 총력 집중으로 정한 것에 부응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시간 축소를 두고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 시한을 줄이라’는 것”이라며 “그 대가로 제재를 해제하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경제기구의 지원 활동까지 도와주겠다는 것까지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사찰을 받는다는 조건 아래 제재 완화에 합의한 것 같다”며 “경제적 지원은 ‘베트남 모델’처럼, 북-미 수교 등으로 관계가 정상화되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한·중·일 등의 투자, 원조가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독자적으로 북한뿐 아니라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개인과 금융기관까지 제재하고 있다. 유엔 차원에서도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 차례의 결의로 북한에 원유·정유제품 공급을 제한하고, 북한산 광물자원과 해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유엔 제재도 미국이 주도하면 해제 또는 완화될 수 있다.

비핵화 시한과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미 3개국 정상이 조속한 타결에 대한 큰 결의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과거의 어떤 핵 관련 합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늦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인 2020년 말까지는 비핵화가 완료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브라이언 훅 선임 정책기획관은 <피비에스>(PBS) 방송 인터뷰에서 ‘불가역적 비핵화가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 4년이 끝날 때까지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가능하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은 비핵화 외에 생화학무기나 인권 문제까지 들고나올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에 영구적인 체제 보장이나 경제 보상을 하겠다는 뜻보다는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는 북한과 논의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 동맹 사이에서 다뤄질 일이지 북한과 다룰 일이 아니라는 것을 폼페이오 장관과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도 만나 이에 공감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황준범 노지원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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