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하와이 화산처럼 백두산도 폭발할 가능성 있을까

김민수 기자 2018. 5. 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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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 무드 분위기에서 과학자들의 공동연구 단골 메뉴는 단연 백두산이다. 활화산인 백두산은 언제든 분화할 가능성이 있고 화산 분화와 지질학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북한의 상황으로 한국 과학자들은 물론 해외 과학자들도 백두산을 제대로 연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열점화산으로 이뤄진 하와이에서 흘러내리는 용암. /위키미디어 제공

특히 최근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이 분출하자 백두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백두산에는 하와이처럼 분출할 마그마가 충분히 있는지, 있다면 언제 어떤 형태로 분화하는지를 예측하는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 과학자들이 정부를 통해 북한에 백두산 공동연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공동연구 실행 가능성이 있는지 확정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과학계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조치들이 차분히 실행된다면 남북한 백두산 공동연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와는 별개로 기상청 지진화산국은 5월 초 백두산 화산에 대한 심층 연구를 위해 ‘화산특화연구센터’의 문을 열고 최대 9년간 백두산의 분화 가능성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같은 듯 다른 하와이와 백두산

지난주 용암이 분출한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구상에 있는 대표적인 ‘열점 화산’이다. 마그마가 분출되는 지점을 일컬어 ‘열점’이라고 부르는데 땅 밑 깊숙한 맨틀 상부에 마그마가 있는 열점 위에 생긴 화산이 열점 화산이다.

하와이의 화산 분출은 열점 위를 태평양판이 움직이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하와이 제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10시 방향으로 섬들이 쭉 있는데 열점에 의한 화산활동으로 생긴 화산섬들”이라며 “일정한 방향으로 화산섬들이 생겨나고 지금도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태평양판이 북쪽이 아닌 서쪽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암시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는 특히 현무암 성분이 많은 화산섬이어서 점성이 낮아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형태로 분출된다. 그러나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된 형태의 용암이 지하수를 만나 증기를 만들어 압력을 높이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잠잠해진 킬라우에아 화산이 수주 내에 다시 폭발 형태로 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9일(현지시각) 발표하기도 했다.

백두산은 하와이와 달리 열점 화산은 아니다. 주요 구성 암석이 하와이처럼 현무암이 아니라 유문암이기 때문에 점성이 높다는 점도 다르다. 점성이 높으면 하와이처럼 용암이 흘러내리지 않고 폭발 형태로 분출할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호수로 이뤄진 천지와 용암이 만날 경우 급작스러운 대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하와이의 화산 활동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 하와이보다 센 백두산 분화 가능성 연구 필요

백두산 천지. /조선DB

2016년 12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북한의 평양지진국,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946년에 일어난 백두산 화산 폭발 때 생긴 천지 인근의 암석에 남아 있는 기체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북한 연구진도 포함된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 1000년 전 백두산 화산 폭발 때 ‘황’의 양이 1815년에 일어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백두산 화산 폭발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는 연구결과로 약 1000년 전 폭발한 백두산에서 방출된 ‘황’ 등 가스가 역대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다.

백두산은 지난 1000년 동안 약 30회 이상의 크고 작은 분화가 있었다. ‘밀레니엄 대분화’로 알려진 천 년 전의 백두산 분화는 다량의 화산재가 동해를 건너 일본까지 날아가 쌓인 것으로 기록됐다. 이를 현재의 ‘화산분화지수(VEI, Volcanic Explosivity Index)’로 추정하면 VEI 7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화산분화 중 하나였다.

화산의 폭발력을 나타내는 지수인 VEI는 0부터 8까지 매겨지며 1이 증가할 때마다 분출량이 10배가 된다. 2010년 유럽 항공을 마비시킨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분화시 VEI는 4였다. 수치로만 본다면 이 화산 분화 때 분출량보다 약 1000배에 달하는 분출량이 백두산 화산 폭발시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원진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박사는 “VEI 7의 분화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용암은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최대 15km, 고온의 화성쇄설류는 최대 60km, 화산재와 천지의 물이 섞여 만들어지는 화산 이류는 최대 180km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며 “기압에 따라 남한까지 화산재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 때문에 백두산 화산 분화 가능성과 예측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원진 박사는 “백두산에 직접 가서 연구할 수 있다면 화산 가스나 지표 변위를 조사하고 화산성 지진을 관측할 수 있는 지진계를 설치해 장기적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된다”며 “백두산 화산 분화감시 등에 대한 남북협력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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