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는 마무리 수난시대로 정의할 수 있다. 그만큼 불펜 방화가 잦아진 가운데 KIA 타이거즈도 뒷문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헐거워진 뒷문을 막기 위해 김세현·윤석민 더블 스토퍼라는 KIA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을까.

믿었던 마무리 김세현의 부진은 올 시즌 초반 KIA의 행보를 주춤하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믿었던 마무리 김세현의 부진은 올 시즌 초반 KIA의 행보를 주춤하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마무리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투수는 시즌 초반부터 거듭 무너졌다.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1년 전처럼 도돌이표다. KIA 타이거즈 뒷문은 여전히 헐겁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블론세이브는 총 57번이 나왔다. 5월 12일 기준으로 총 197경기가 열렸기에 올 시즌 리그 경기당 평균 블론세이브는 0.29개다. 2017시즌(0.24개)·2016시즌(0.22개)의 리그 경기당 평균 블론세이브 개수와 비교하면 올 시즌 초반 리그 전체 불펜진의 방화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KBO리그 사상 최초로 리그 200블론세이브(현재 최고 기록은 2017시즌 174블론세이브)에 도달할 흐름이다.

한마디로 마무리 수난 시대다. 올 시즌엔 한화 이글스 정우람(14세이브·1블론세이브)·롯데 자이언츠 손승락(7세이브·0블론세이브)·두산 베어스 함덕주(9세이브·1블론세이브)만이 세이브 성공률 90% 이상을 기록 중이다. 나머지 팀의 마무리 투수들은 확고한 믿음을 못 주는 상황이다.

올 시즌에도 여전한 KIA의 뒷문 걱정

2013년·2014년 KIA의 외국인 마무리 투수였던 앤서니 르루(왼쪽)와 하이로 어센시오(오른쪽)(사진=KIA)
2013년·2014년 KIA의 외국인 마무리 투수였던 앤서니 르루(왼쪽)와 하이로 어센시오(오른쪽)(사진=KIA)

최근 몇 해간 그 어떤 팀보다 뒷문에 가장 큰 고민을 한 팀이 바로 KIA다. 그간 KIA 마무리 자리는 변화무쌍했다. 2013시즌과 2014시즌엔 각각 앤서니 르루와 하이로 어센시오라는 외국인 마무리 투수들을 기용했다. 2015시즌엔 국외 진출 뒤 복귀한 윤석민을 마무리로 활용했다.

2013년부터 KIA 마무리 투수들의 성적. 2016년 임창용은 국외 불법 도박 관련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한 뒤 시즌을 치렀다(표=엠스플뉴스)
2013년부터 KIA 마무리 투수들의 성적. 2016년 임창용은 국외 불법 도박 관련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한 뒤 시즌을 치렀다(표=엠스플뉴스)

다행히 지난해 후반기 넥센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세현이 마무리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김세현은 올 시즌 초반 극악의 부진(1승 5패 4세이브 4블론세이브 평균자책 9.24)으로 5월 5일 1군에서 말소됐다.

김세현 말소 뒤 KIA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전환했다. 그나마 현재 불펜진에서 구위가 비교적 나은 임창용과 김윤동을 유동적으로 활용하면서 뒷문을 막겠단 의도였다. 하지만, 김세현 말소 뒤 처음 찾아온 세이브 상황에서 첫 결과는 좋지 않았다.

KIA는 5월 10일 광주 두산전에서 5-4로 앞선 8회 초 1사 1, 3루에서 임창용을 마무리로 올렸다. 임창용은 8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9회 초 오재원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다행히 연장 승부 끝에 6-5로 이겼지만, KIA는 여전히 뒷문 불안을 피할 수 없었다.

1976년생인 임창용은 한국 나이로 43세의 노장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임시 마무리 성격이 강한 데다 연투도 쉽지 않은 나이다. 무엇보다 우타자(피안타율 0.097·피OPS 0.394)보다 좌타자(피안타율 0.235·피OPS 1.056)를 상대로 극명한 약점이 있다. 김윤동도 제구(17경기 등판 14볼넷 허용) 약점이 발목을 잡는다.

김세현·윤석민 ‘더블 스토퍼’ 체제는 가능할까

오랜 재활 끝에 윤석민의 복귀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오랜 재활 끝에 윤석민의 복귀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결국, 김세현이 구위를 회복한 뒤 지난해 후반기 활약을 재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KIA 이대진 투수코치는 “(김세현의) 속구가 몰리면서 장타를 많이 허용했다. 결과가 계속 좋지 않았기에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라며 “자신의 속구에 대한 확신을 되찾을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바라봤다.

김세현은 1군 말소 뒤 단 한 차례도 퓨처스리그 등판을 소화하지 않았다. 몸이 아픈 건 아니다. 공을 던지는 것보단 마음을 추스르는 게 먼저인 까닭이다. KIA 관계자는 “선수 자신도 심리적인 충격이 큰 상태일 거다. 회복이 먼저다. (김세현은) 3군에서 계속 훈련을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김세현보단 어깨 부상으로 장기 재활 중인 윤석민의 퓨처스리그 등판이 먼저 이뤄질 분위기다. 윤석민은 5월 15일 퓨처스리그 함평 KT WIZ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이미 윤석민은 9일 독립리그 연천 미라클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무실점(43구)을 기록했다.

2016년 10월 11일 LG 트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등판 이후 1·2군 통틀어 첫 실전 투구라는 점이 윤석민에게 의미가 있다. KIA 관계자는 “15일 선발 등판에서 총 80구 정도를 던질 계획이다. 이후 어깨 상태를 본 뒤 5일 정도 휴식을 주고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 선발로 복귀를 준비한다기보단 투구 체력을 올린단 의미로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윤석민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다면 KIA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윤석민의 선발진 투입도 가능하지만, 윤석민이 팀의 약점인 불펜진에 합류한다면 앞·뒤가 모두 탄탄한 팀 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다. 윤석민에게 휴식을 보장하면서 김세현과 함께 ‘더블 스토퍼’ 체제 구축이 가능한 까닭이다. 두 투수 모두 세심한 연투 및 휴식일 관리가 필요하다. KIA 팬들의 숙원인 ‘편안한 9시 야구’가 윤석민의 복귀와 함께 현실로 이뤄질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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