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사탐' 손주은, 사교육 인생을 후회하다

윤종훈 2018. 5. 12. 19: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정임의 문답쇼, 힘]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오마이뉴스 윤종훈 기자]

손주은 회장은 과외지도와 학원 강사, 온라인교육서비스 등 사교육으로 돈을 번 인생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SBSCNBC
"그 당시 사교육에 열중하던 친구들에게 제가 늘 한 말이 있습니다.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30대가 된 그 친구들이 공부로 구원을 못 받고 있거든요. 한국사회가 지금 저성장에 몰리니까 대학진학의 사회적 효용성도 많이 떨어지고요. 내가 다시 20대 후반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이 인생을 선택할 건가 하는 질문에 그러진 않을 것 같다…, 그런 인생을 살았던 부분에 대해 후회할 만한 일이 아닌가…."

공부가 너희를 구원하지 못하는 세상

서울 강남 학원가와 인터넷 강좌 등에서 '손사탐'(손선생 사회탐구)으로 유명했던 손주은(58) 메가스터디 회장이 지난 10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사교육 인생을 후회한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대학 졸업 무렵 잠시 돈을 벌기 위해 과외지도를 시작했다가 첫 학생이 5개월 만에 전교 300등에서 15등으로 성적이 오르면서 고액 강사로 자리 잡게 된 것 등 자신의 '사교육 인생'을 회고했다.

그는 소수 부유층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주는 일이 불평등을 부추기는 것이란 생각에 대중 강의로 전환했지만, 학원들이 대치동 집값을 올려 지역 불평등을 가중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온라인교육서비스 회사를 창업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부에 매달려도 구원받을 수 없는 사회가 된 현실이 그를 반성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손 회장은 "살아갈수록 부끄러움이 커지는데, 부끄러운 채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윤민창의투자재단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2016년 사재 300억 원을 내 설립한 재단은 청년창업투자지원, 중고생창업교실, 장학금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윤민'은 그가 교통사고로 잃은 아들과 딸 중 장애를 겪다 숨진 딸의 이름이다.

"부유층 유리한 대학입시... '계층할당제' 도입해야"

손 회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에 손을 대면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사교육업체만 돈을 벌게 됐다”며 “입시제도는 적어도 1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SBSCNBC
손 회장은 이날 방송에서 현재의 대학입시제도가 부유층에게 유리하게 돼 있고 사교육 회사들 돈벌이만 시켜주고 있다면서 '계층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 입시는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대학별 논술, 적성검사, 수능, 비교과 등을 다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지역균형선발은 지역에서 잘 사는 계층 자녀들의 전유물이 됐고요.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10분위 중 1~3분위) 학생들이 주요 대학에 일정 비율 우선 선발될 수 있도록 해야 진정한 교육 평등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수시전형이 대학별 입학정원의 70~80%까지 늘어나면서 상위 100여 명 외에는 수십만 수험생 중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입시가 됐다며,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5대 5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수시 6회, 정시 3회인 지원 횟수를 각각 2회로 줄여 대학들의 '원서 장사'를 막고 수험생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와 함께 '교사들도 못 푸는' 수학 30번 문항 등 지나치게 어렵거나 너무 쉬운 수능의 난이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젊은이들이여, '창직'을 하라"

손 회장은 저성장 시대를 맞아 ‘안정적 일자리’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새로운 발상으로 ‘창직’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SBSCNBC
최근 서울 노량진에 서점과 카페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연 그는 "노량진에서 공시(공무원, 공기업시험)를 준비하는 수험생 중 오직 2%만이 합격한다"라며 "그런데도 안정적 직업이란 이유로 매년 수십만 명이 이 시험에 매달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창업, 창직(직업을 만드는 것)에 나설 것을 권했다. 새로운 직업 하나가 일자리 1만 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대학 시절 서울대 졸업식에서 커피를 팔았던 '첫 장사'의 경험을 들려주며 '일단 덤벼보라'고 조언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도전하면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이 다른 기회를 열어준다는 얘기다. 또 창업할 때는 너무 거창하게 벌리지 않아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고, 목숨을 건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