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유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안방극장의 외국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이 거세다.

현재 방송중인 미국드라마 리메이크작 KBS ‘슈츠’ 미국과 영국에서 방송한 케이블TV OCN ‘미스트리스’에 일본 드라마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맥스의 ‘리치맨’과 6월 방송예정인 영국 원작 리메이크 드라마 OCN ‘라이프 온 마스’, 3월 종영한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 tvN ‘마더’까지, 브라운관 속 리메이크 바람이 번지고 있다.

왜 리메이크 드라마일까?한국에서 리메이크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주로 비슷한 문화적 배경이 있고 탄탄한 원작이 많은 일본 드라마가 재구성돼 리메이크되기 시작했다. SBS ‘요조숙녀’(2003) ‘봄날’(2005) ‘101번째 프로포즈’등의 시도에 이어 2007년 MBC에서 방송한 ‘하얀거탑’은 지금까지도 명작드라마로 꼽히며 웰메이드 작품으로 완성됐다.

KBS ‘꽃보다 남자’(2009)는시청률 고공행진 속에 청춘스타들을 대거 탄생시키며 해외에서도 붐을 일으켰고 KBS ‘직장의 신’(2013)도 주연배우 김혜수의 열연 속에 호평받았다. 주로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던 데서 나아가 미국 등 서구 드라마 리메이크 바람이 분 데는 달라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취향이 자리한다.

미국 드라마의 빠르고 논리적인 전개와 감정보다는 사건에 치중하는 방식에 매료된 마니아팬층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영국 등 서구 드라마 리메이크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

여기에는 드라마 소재 고갈이라는 제작진의 고민도 담겨 있다. 매일같이 시청률 전쟁을 치르는 드라마 업계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고민을 검증된 시청률과 화제성을 담보한 리메이크 드라마가 덜어주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일방향적이지만은 않다. KBS ‘굿 닥터’ 와 SBS‘신의 선물’은 미국에서, SBS '미남이시네요'와 tvN ‘기억’은 일본에서 각각 리메이크되는 등 같은 이유로 한국 드라마에 대한 해외 드라마 업계도 늘어나고 있다.

서구권 드라마 리메이크작, 아직까지는 글쎄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 등 서구권 드라마 리메이크작의 경우 성공한 예가 드물다는 점이다.

현재 방송중인 KBS‘슈츠’와 OCN‘미스트리스’는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기대만큼의 선전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본질적으로 서구 문화권과의 정서적 차이가 자리하는 가운데 이를 어떻게 현지화시키는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슈츠’의 경우 원작에서는 마약을 즐기고 여러 여성들과 잠자리를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이를 재벌가를 둘러싼 대립구도나 직장 내 관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각색했다.

각자의 위기를 안고 사는 30대 여성 4명의 삶과 일, 사랑을 그린‘미스트리스’도 잦은 베드신에 이어 불륜, 살인 등 파격적인 스토리가 이어지는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국 리메이크작은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따 오면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아직까지 시청자들이 적극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드라마 특유의 많은 대사와 빠른 전개, 등장인물들의 강한 캐릭터 등이 어우러진다기보다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감정이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이같은 점은 앞서 방송한 미국드라마 리메이크작 tvN ‘크리미널 마인드’‘안투라지’등에서도 지적됐던 요소로 원작의 설정과 분위기가 한국적인 정서 속에 녹아들지 못했을 때 보여지는 리메이크 작품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굿와이프’의 성공 이유? 정교한 각색반면 2016년 방송한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작 tvN‘굿와이프'는 작품성과 시청률 모두에서 성공한 드라마로 남았다.

주부로 살아오던 여자가 남편의 불륜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 일에 뛰어들며 자신의 일과 사랑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원작의 자극적인 요소는 걷어내면서도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도록 각색됐다.

매 회 벌어지는 법정공방은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아내는가 하면 남편의 불륜과 거짓말을 뒤로하고 10여년만에 일터에 돌아온 여주인공의 정서는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잘 살아났다. 결국 좋은 리메이크작은 상황과 정서에 맞는 ‘각색’이 관건이라는 점을 정확히 보여준 예이기도 하다. 점점 늘어나는 리메이크 드라마 제작진이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요소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