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강의실 '일베 논란'.. 이번엔 노무현·고래 합성사진

이택현 기자 2018. 5.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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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강사가 수업 도중 노 前 대통령 희화화 사진 활용 강사 "이해 돕기 위해 사용"반사회적 이미지 집어넣는 '일밍아웃' 행위로 우월감 일베 특유의 인증 문화 때문세월호 희생자 조롱하는 '어묵' 방송화면 일베 인증 대표 사례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만든 합성 게시물이 또 대학교 강의실에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수업에서 강사가 자료로 제시한 고래 사진이 노 전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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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얼굴을 고래에 합성한 사진이 경북대 강의실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는 장면. 경북대학교 대신말해드려요 페이스북 캡처

경북대 강사가 수업 도중 노 前 대통령 희화화 사진 활용 강사 “이해 돕기 위해 사용”
반사회적 이미지 집어넣는 ‘일밍아웃’ 행위로 우월감 일베 특유의 인증 문화 때문
세월호 희생자 조롱하는 ‘어묵’ 방송화면 일베 인증 대표 사례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만든 합성 게시물이 또 대학교 강의실에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합성 이미지 속에 반사회적 메시지를 숨겨 전달하는 일베 특유 인증 문화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경북대학교 대신 말해드려요’에는 수업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사진이 활용됐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수업에서 강사가 자료로 제시한 고래 사진이 노 전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것이었다. 제보자는 수업 도중 찍은 사진과 함께 “학생들이 헛웃음을 짓는데도 해당 교수가 당황한 기색 없이 설명을 이어나갔다”고 전했다. 사진을 사용한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시간 강사는 문제가 불거지자 “수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넷에서 찾아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이 강사가 해당 사진에 노 전 대통령 얼굴이 합성됐음을 알고도 사용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합성사진은 일베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2005년 11월 신임 사무관 대상 강연에서 한반도 역사를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에 비유했는데, 이를 조롱하기 위해 이 같은 합성사진을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올라와 160여개의 추천을 받았다.

대학가의 ‘일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6월에는 부산대 최모 교수가 과학철학 강의 중 “노무현은 전자개표기 사기극으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이라고 했고, 같은 달 홍익대 법대 류모 교수도 기말고사 시험문제에 “‘Roh’는 여섯 살 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머리가 나빠졌고, 이로 인해 고통받았다”는 영어 지문을 제시했다.

임윤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보수 진영은 대학생들을 미성년자 취급하고 비정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그러나 결국 이 이야기가 강의실 밖으로 흘러나온다는 것은 표출하는 방식만 다를 뿐 학생들이 저항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일베 사이트 이용자들은 일베의 반사회적인 담론을 합성 이미지에 담아 공적인 공간에 몰래 게시하는 일을 즐긴다. 일베 이용자들은 이른바 ‘일밍아웃’(일베 커밍아웃)이라는 행위를 통해 우월감을 느끼고 결속력을 다진다. 대학 강의실도 일베 인증 장소 중 하나로 쓰였을 뿐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교 교수는 “어느 사회나 극우가 다수로부터 외면당할 때 자기들끼리 연대하기 위해 인증을 활용한다”며 “한국도 보수 세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응원을 보내는 의미에서 인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 화면도 일베 인증의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5일 MBC 한 예능프로그램이 어묵 먹는 장면과 세월호 침몰 보도 장면을 합성해 내보냈다. 어묵은 일베 유저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롱하기 위해 썼던 단어다.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문제의 편집이 일베 인증의 의도가 있었는지 무신경한 실수였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일베 사이트에는 회원들이 자신을 대기업 직원이거나 의사 교수 등 엘리트층이라고 증명하는 경우도 있다.

신 교수는 “자기 이익에 침해받는 것에 저항하기 위해 의사, 교수 등 기득권층도 일베 사상에 쉽게 동조될 수 있다”며 “떳떳하지 못한 행위라는 것을 알기에 숨어서 인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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