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오딧세이③]월가가 뛰어든 가상화폐..큰 판이 바뀌나

이종희 2018. 5. 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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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미국 CME·CBOE에 이어 월가 최초로 가상화폐 시장 진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도 비트코인 거래에 관심 보여..진출 가능성
비트코인 시가총액 5000억 달러 예상도 나오지만..여전한 '사기' 논쟁
"비트코인 공급 2100만개로 제한..채굴 난이도와 비슷한 상승 추세"
국내 전문가 "파생상품 발행은 규제 기준 만드는 것..블록체인 산업에도 영향"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월가가 암호화폐 시장에 본격 뛰어들 기세다.

지난해 12월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만든 이후 사태를 관망해오던 뉴욕증권거래소가 최근 암호화폐 플랫폼 개발을 공식화하고, 자본시장의 빅 플레이어인 골드만삭스도 본격 투자를 시작하겠다고 선언,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고 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트는 여전히 암호화폐에 비판적이지만, 블록체인의 무궁한 잠재력과 이에 기반한 암호화폐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월가의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큰 판이 바뀌고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골드만삭스가 미국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 은행 중 처음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한다. 월가는 그동안 가상화폐가 가격변동이 심해 투자수단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절하해 왔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인정을 받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최근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한 점도 암호화폐진영으로선 고무적이다. '비트코인은 사기'라는 극단적인 평가에서 '가격 거품론'까지 제기됐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가치를 인정하고 재점검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주장하며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에 비유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한 발언을 후회한다"며 "블록체인은 현실이다. 암호화된 가상달러화도 가능하다"고 입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을 직접 거래를 하진 않지만 파생상품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에 이사회를 열고 비트코인 파생 금융 상품 거래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수주 내에 자사의 운영 자산을 활용한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라냐 야레드 골드만삭스 임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싶은 투자자들의 요청이 있었다"며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사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월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도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시장에 공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가상화폐의 대장주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이 투자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자체를 사고파는 직접적인 거래는 아직 피하는 분위기지만, 가격과 연동된 파생상품이 새로운 투자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양대 선물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비트코인 선물 시장을 개장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가상화폐 거래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구매해 보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 3대 증시 가운데 하나인 나스닥도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할 의사를 내비쳤다. 아데나 프리드먼 CEO는 "나스닥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월가의 주요 투자자들도 이제는 가상화폐를 안정된 자산형성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트코인 시가총액 5000억 달러 예상도 나오지만...여전한 '사기' 논쟁

월가의 움직임에 정체됐던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에 접근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5000억 달러(약 538조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상화폐 투자 전문업체인 BKCM LLC의 브라이언 켈리 CEO는 스탠포드대학 후버연구소 주최의 연례 통화정책 컨퍼런스에서 가상화폐는 이제 진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이런 행사들에서 비트코인은 무시를 당하고는 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5000억 달러까지 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을 '사기'로 규정하는 목소리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가상화폐 투자를 '바보이론'에 비유했다. 바보이론은 더 비싸게 사줄 바보가 시장에 있을 것이란 기대심리를 의미한다.

그는 "비트코인과 ICO(가상화폐 공개)는 완벽한 광기이자 투기"라며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었다면 다 팔아치우겠다"고 선을 그었다.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비트코인은 쥐약을 제곱한 것(rat poison squared)과 같다"며 "가상화폐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거물들의 연이은 비판에 비트코인 가격은 1만 달러 돌파를 앞두고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제도권 진입을 앞둔 비트코인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공급 2100만개로 제한...채굴 난이도와 비슷한 상승 추세"

IT업계의 구루와 투자업계의 전설이 모두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비트코인을 투자상품으로 만들려는 월가의 움직임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월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최근 '비트코인 경제학 심층 분석(An In-Depth Look at the Economics of Bitcoi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공급이 2100만개로 한정돼 예측 가능성이 높지만, 수요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은 투자상품이다.

2009년 1월 세상에 처음 채굴된 비트코인은 총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첫 채굴자에게는 보상으로 50비트코인이 주어졌다.

이후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설계에 따라 보상이 점차 줄어들었다. 비트코인은 21만개가 채굴될 때마다 보상이 절반씩 줄어든다.

비트코인은 2009년 이후 두 번의 반감기를 거쳤다. 21만블록이 형성되는 시간은 약 4년이다. 현재는 한 블록을 채굴할 때마다 12.5개의 비트코인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보고서는 공급량이 정해져 있고, 가격이 오르더라도 채굴자들에 의해 정해진 양만 생산되는 상품의 특성으로 인해 가격변화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격한 변화를 보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가격이 얼마로 오르건 간에 채굴자들이 정해진 최종 수량 이상으로 생산해낼 수는 없다. 게다가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반드시 채굴 속도 향상에 유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설사 유인이 된다 하더라도, 이것은 채굴자들이 미래의 채굴량을 희생해 현재의 채굴량을 늘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채굴시스템이 가격을 상승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암호화된 수학 문제를 푸는 채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문제의 난이도가 상승한다. 이에 문제를 푸는 장비의 성능이 올라가게 되고 비용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석유와 비교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석유는 시간이 갈수록 땅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작업의 난이도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인류는 지표면 가까이 매장된 석유를 이미 수십 년 전에 모두 추출했다. 이제 한계 추가 공급량은 대부분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에서의 채굴을 통해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석유 채굴 원가가 상승하게 됐고 유가가 올라가게 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공급량이 정해져 있고, 원가상승 요인이 있는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며 장기적으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월가는 이런 비트코인의 상품적 속성을 통해 파생상품 시장을 형성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문가 "파생상품 발행은 규제 기준 만드는 것...블록체인 산업에도 영향"

국내 전문가들은 월가의 투자에 대해 미국 정부가 시장 움직임에 대응해 새로운 규제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기적으로 가상화폐에 연동된 블록체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월가가 파생상품을 통해 비트코인을 제도권에 진입시키려는 움직임은 그에 맞춰 가상화폐 규제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규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어서 업계가 당혹스러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해 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설계에 들어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규제에 대해 '모르겠다'는 식의 입장보다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종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월가의 관심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살릴 수 있는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해온 비트코인이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해 투자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선물, 옵션 상품을 투기라고 보긴 어렵다.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투자상품 요건이 갖춰지는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하더라도 전문가들이 투자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가상화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물거래가 장기적으로 진행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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