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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독] 엘리엇 7천억 손배요구에…정부 "협상 응하겠다"

송광섭 기자
입력 : 
2018-05-11 16:11:38
수정 : 
2018-05-12 06: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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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합병 ISD 협상제안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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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협상 제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에서 엘리엇의 ISD 추진 배경과 의도를 파악해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간 실무진 회의를 열고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11일 정부와 국제중재 업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엘리엇의 협상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방침을 정하고 엘리엇 측에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와 근거 등을 제시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부의 부당 개입으로 7000억원대 손실을 봤다"며 손해배상에 대한 협상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협상 시기와 방식에 대해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엘리엇 측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받은 뒤 협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엘리엇이 ISD를 제기하기 위해 지난달 13일 법무부에 제출한 중재의향서에 원론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협상이 엘리엇의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협상에 응한다고 해서 당장 합의에 이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나서 의견을 들어보는 일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협상 후 별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와 엘리엇 간 ISD는 이르면 올 하반기 중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협상 수용 결정에 따라 엘리엇 측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서는 엘리엇이 ISD를 추진한 실제 의도가 현재 공격 대상이 된 현대자동차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제기돼 왔다. 이달 29일 현대차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신들이 주장한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 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ISD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ISD가 현대차그룹 압박용에 가깝다면 엘리엇이 오히려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는 11일 엘리엇이 제출한 중재의향서를 공개했다. 엘리엇은 중재의향서에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6억7000만달러(약 7160억원)를 적시했다. 그러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합병 찬성이라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 엘리엇에 손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엘리엇은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규정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손해배상 청구액을 산정한 근거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관계부처가 합동 대응 체계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관계부처에는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복지부 등이 참여했다. 초기 법무부와 복지부 주도로 진행해오다 다른 관련 부처들이 가세한 것이다. 이들 부처는 최근 과장급 실무진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엘리엇은 유럽계 로펌 '스리크라운'을 해외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스리크라운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에 사무소를 둔 글로벌 국제분쟁 전문 로펌이다. 2015년 이란계 가전회사 엔텍합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을 때 스리크라운 소속 얀 폴슨 변호사가 중재인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재미동포인 김상윤 변호사가 2003년 미국에 설립한 '코브레&김'도 대리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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