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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헬리오시티發 역전세 태풍 | 뒤바뀐 갑을…세입자 품귀 발 동동 잠실 석 달 새 전세가 1억 이상 하락

  • 강승태,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8.05.11 09:28:43
  • 최종수정 : 2018.05.11 09:34:03
# 2013년 입주를 시작해 현재 약 8만명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위례신도시는 지금 전셋값 하락 충격에 빠졌다. 헬리오시티와 가까운 데다 전세 재계약을 앞둔 입주 2년 차 단지 전세 물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가율이 40%대인 아파트 단지도 널렸다. 위례아이파크1차를 비롯해 위례신도시 아파트 전용 84㎡ 기준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해 말 5억8000만~6억원에서 호가가 5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 집주인들의 체감 충격은 더욱 크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2년 차 단지 물량 증가에 헬리오시티 입주 악재가 겹쳤다”며 “지하철 8호선 역 신설 등 향후 개발 호재는 분명하기 때문에 매매 시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전세가격 하락 폭은 예상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간 무섭게 올랐던 전세가격이 조정에 들어갔다. 올해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 중이다. 기존 세입자의 내집마련 등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입주 시점이 다가온 일부 서울 신축 아파트는 입주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계약자들의 요구도 속출하고 있다. 입주 물량은 많은데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난’ 현상이 전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집주인 사이에서는 세입자를 모시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도 나온다.

강남 전셋값 하락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

강남 전셋값 하락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

▶사라진 전세 홀수 해 법칙

▷올 초부터 강남권 하락 시작

서울 부동산 시장에는 ‘전세 홀수 해 법칙’이 있다. 매년 홀수 해가 되면 전세가격이 급등한다는 의미다. 사실 2008년 이전만 해도 ‘전세 짝수 해 법칙’이 있었다.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과 함께 전세 기간은 종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났다. 1999년 3월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전세 기간은 2년으로 늘었다. 1999년 재계약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2년으로 계약했다. 주로 만기가 홀수 해에 도달하다 보니 짝수 해에는 전세 물건이 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전세 시장이 안정화됐다. 이때부터 주기는 바뀐다. 2008년 이후 홀수 해마다 전세 물건이 귀해지면서 전세가격이 올랐다(아래 그래프 참조).

하지만 2017년에는 별다른 외부 경제 변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 홀수 해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지수는 105.2로 전년(103.1)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2015년 전세지수(100)가 2014년(91.3) 대비 큰 폭으로 오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낮은 상승 폭이다.

문제는 올해 2월부터 강남 등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 4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약 2% 떨어졌다. 올 2월 이후 10주 연속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송파구(-2.21%), 서초구(-1.92%)의 하락 폭이 컸다. 서울 평균 전세가격 변동률(-0.29%)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수치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낮아지는 추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평균 66.2%로 집계됐다. 지난 몇 년간 70%를 웃돌았던 서울 전세가율은 올해 들어 매매가 상승과 전세금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60% 선으로 주저앉았다.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가 별로 없던 노원구 아파트 전세가율(69.5%) 또한 2015년 5월 이후 약 3년 만에 60%대로 내려앉았다. 마포구도 지난 4월 전세가율(68%)이 3년여 만에 70%를 밑돌았다. 올 들어 매매가격 상승은 계속됐지만 전세금은 보합세를 보여 격차가 커졌다.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전세가율은 5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강남구는 50.6%로 2013년 6월 이후 가장 낮다. 해당 통계가 집계된 2013년 4월 이래 사상 처음으로 4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53.6%, 54.1%로 떨어졌다.

6월 입주를 앞둔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 호가는 연초 14억원에서 지금은 10억~11억원대까지 빠졌다. 잠실 재건축 단지를 통칭하는 이른바 ‘엘리트레파(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파크리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리센츠 전용 84㎡의 전세가격은 올해 초 10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호가가 8억원까지 떨어졌다. 엘스 역시 올 초 9억원에 실거래됐던 물건과 같은 층 매물은 최근 호가가 8억원을 밑돈다. 리센츠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엘리트레파 모두 전세가격이 연초 대비 1억원 정도 떨어졌다”며 “1만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급하게 전세 매물을 내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 세입자 입장에서는 값이 조금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있는 탓에 실제 거래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도권 택지지구 입주 증가와 노후 아파트 수요 감소 등으로 전세 물건이 누적되기 시작하면서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입주가 계속되는 만큼 역전세난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세가격 하락 원인은

▷공급 물량 증가와 전세 수요 감소

전세가격 하락의 주원인은 늘어난 공급 물량이다. 올 하반기(7∼12월) 서울 새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419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969가구)의 약 2배에 달한다. 특히 송파 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아파트)가 역전세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오는 12월 입주를 앞둔 헬리오시티는 규모가 9500가구에 달하는 신도시급 대단지. 연초부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전세 물건들이 쌓이는 상황 속에서 헬리오시티 전세 물량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세 수요는 분산되고 매물은 늘어나면서 자연히 전세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송파구 잠실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헬리오시티에서는 벌써부터 세입자를 선점하기 위해 전세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전용 84㎡ 기준 전셋값 호가는 한 달 전보다 1억원 가까이 떨어진 7억원대다. 전세가율도 이미 50% 언저리”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전세에 머물렀던 실수요자들이 올해 매매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연초 저렴한 급매물이 늘어난 데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세입자들이 자가 마련을 서둘렀다는 설명이다.

현재 시점이 전세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전세 수요는 보통 입학을 앞둔 겨울방학 기간인 12~1월에 많다. 전세가격도 당연히 이 시기에 많이 오른다. 이주현 엘제이컴퍼니 대표는 “세입자가 서울, 특히 강남권역 전세를 결심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군이다. 학군 수요가 많은 12월과 1월 등을 제외하면 전세가격이 오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하면 깡통전세 우려도 커진다. 깡통전세는 집값이 전세가격 밑으로 떨어지면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집값이 급락할 때 생긴다. 지난 몇 년간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율이 80%까지 치솟았고, 그 틈을 타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것)’가 성행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8년처럼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갭투자자들이 정부 규제나 금리 인상, 역전세난에 의한 집값 하락 등을 견디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매가격에도 영향 끼칠까

▷2~3년 후 매매 시세에 반영돼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가격 약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신도시 전역에 걸쳐 증가하는 입주 물량 때문에 전세가격 하락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세가격 하락이 매매 시세에도 영향을 끼칠까.

과거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전세 시세는 매매가격을 선행하는 지표였음을 알 수 있다. 전세 세입자는 예비 매수 수요다. 전세가격이 오른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주택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세 세입자들은 전세가격이 급등했을 때 집을 사려고 마음먹는다. 2년마다 한 번씩 재계약을 하는데 갑자기 전세 시세가 1억원 올랐다고 하면 주택 구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전세 시세가 비슷하거나 떨어진다면 굳이 주택 구입을 고려하지 않는다. 전세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현재 주택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거나, 주택 구입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가 상당수다. 그러다 보니 전세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으면 주택 구입을 굳이 서두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전세가 매매에 선행하는 지수임은 분명하지만 그 주기는 일정하지 않았다. 2010년 전세가격은 10% 가까이 올랐지만 2011년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았다. 2011년 전세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16.3% 상승했지만 2012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2011년 기록적인 전세가격 상승 후 2014년이 돼서야 매매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2001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20% 이상 올랐을 때 2002년 매매가격도 약 30% 오르기도 했다. 이를 보면 전세가격은 대략 1~3년 후 매매가격에 반영된다는 추론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매매가격이 어떻게 되는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전세 외에 다른 요소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가격 하락이 매매가에 미치는 영향은 수년간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데다 세금·규제·금리 등 다른 요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세가격 하락은 매매 시장에서 하나의 하락 요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유세 강화 여부나 금리 인상 등이 하반기 주택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건축 규제로 인해 서울에서는 신규 공급이 사실상 막혔다는 점도 변수다.

“전세가격 하락과 함께 현재 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 매매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서울은 2020년 이후 신규 공급량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에 2~3년 하향 안정화 과정을 거친 후 다시 매매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의 생각이다.

역전세난 시대, 보증금 안 떼이려면

전세보증보험 ‘강추’…부채비율 70% 넘으면 위험

전셋값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른바 ‘깡통전세’라고 불리는 주택이다. 역전세난 시대 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Q&A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Q 역전세난 우려로 최근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는데.

A 전세보증보험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전셋값을 내주는 상품이다. 주택 형태별로 보증보험 한도와 보증보험료가 다르다. 아파트는 보증금의 연 0.128%다. 전세금 1억원당 내야 할 보험료가 2년간 25만6000원인 셈이다. 그 외 주택은 아파트보다 조금 높은 0.154%다.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가입할 수 있다. 전세보증보험은 집주인 동의 없이도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간편하지만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은 편이다.

Q 계약 전 깡통전세를 거를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A 무엇보다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우선 집주인의 부채비율을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비율이 70%를 넘어가면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아파트는 통상 집 가격의 75% 수준에서 낙찰되기 때문이다. 경매 부채비율은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선순위 근저당 설정 최고액’과 ‘본인보증금’을 ‘주택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밖에도 등기부등본에 소유권 이전 청구권 가등기나 매매·임대차를 금지하는 가처분등기가 포함돼 있으면 계약을 피하는 게 좋다.

Q 집주인과 연락이 두절됐을 때 행동 요령은.

A 계약 만기 한 달 전까지 계약 갱신 거절의 내용증명을 보내야 한다. 만약 반송되면 임대차계약서와 내용증명을 들고 주민센터를 방문해 집주인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집주인과 연락이 안 될 경우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세입자가 법원에 우선변제권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우선변제권을 얻었다면 보증금 반환청구소송도 가능하다. 계약 조건과 임대차 기간 등을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가 있으면 변호사 없이도 가능하고 비용 부담도 덜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7호 (2018.05.09~05.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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