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투데이 매거진] '택배대란' 한 달.."결국 손수레로 끌어요"

2018. 5. 1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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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 앵커 ▶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산신도시 택배대란 기억하실 겁니다.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단지 내 차량 통행을 막으면서 택배 차량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이렇게 '택배대란'이 벌어졌었는데요.

한 달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뉴스투데이 취재진이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한 달 전 택배 대란이 빚어졌던 경기도 남양주의 아파트 단지.

택배 차량의 지상 통행은 막힌 상태 그대로였지만 택배 물품을 단지 내 공간에 쌓아두는 진풍경은 사라졌습니다.

택배 기사가 손수레를 이용해 단지 내 곳곳으로 직접 배달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택배기사] "저희가 지치니까요. 계속 사무실에 물건이 쌓이니까 적체가 되니까 저희 직원들이 하루에 다섯 명씩 나와서 몇 동씩 나눠서…."

하지만 입주민들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탓인지 단지에는 택배기사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는데요.

지금 상황이 여전히 억울하다는 주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국토부 중재로 마련된 실버택배 안이 세금 특혜 지원 논란 탓에 백지화됐다는 겁니다.

[입주민] "국토부에서 중재를 해줘서 우리는 고마웠는데 갑자기 호떡 뒤집듯이 여론이 안 좋으니까 그렇게 딱 뒤집는 것도, 사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해달라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 앵커 ▶

반면에 이런 논란도 있었습니다.

택배 차량 출입을 막는 것도 아닌데 주민들이 택배 물품을 직접 날라야 하는 빌라촌 이야기, 투데이 현장에서 보도해 드렸죠.

이후 택배 기사와 수령자, 어느 쪽이 맞는지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보도 영상 보시죠.

◀ 리포트 ▶

택배 차량이 편의점 앞에 멈춰서 물품을 내립니다.

물품 보관대에는 이미 다른 기사들이 놓고 간 택배 물품들이 놓여 있는데요.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이 동네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입니다.

택배를 편의점 등에 맡길 때는 분실 등의 우려로 고객 동의가 필요하지만, 부재 시 문 앞에 놓아달라고 요청해도 일방적으로 편의점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입니다.

[주민] "20킬로짜리 쌀 포대도 있는데, 그것도 (편의점에서 각자가 집으로) 들고 가는 거예요. (택배기사에게) 서로 쌍욕을 했어요."

[주민] "그건 잘못된 거죠, 무거운 거는 집으로 배달을 해 줘야죠."

택배 기사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택배업체 관계자] "문앞에 두면 (택배) 분실 건이 생기고…무거운 가구 같은 게 많이 와요. 그런 경우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지고 가기가 힘든 상황이에요."

◀ 앵커 ▶

집 앞까지 갖다주는 게 택배지, 아파트 빌라 가려서 배달하느냐, 이런 의견이 있는가 하면 3천~4천 원에 쌀 포대를 집 앞까지 갖다주는 게 맞느냐 이런 의견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공통된 의견은 택배 이용이 폭증하고 있는 만큼 주먹구구 식으로, 동네 따라 제각각인 택배 시스템을 재정비할 때라는 거였습니다.

◀ 앵커 ▶

그럼 비용부터 따져볼까요.

택배는 이제 국민들의 보편적 서비스나 마찬가지입니다.

1인당 택배 이용 건수는 44.8회로 지난 2000년 2.4회였던 것에 비해 무려 18배나 늘었고요.

지난해 택배 물동량만 23억 상자로 최근 3년간은 해마다 10% 넘게 시장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물량이 늘었으면 택배기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운임 단가도 늘어야 정상일 것 같은데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택배 1개당 평균 운임 단가는 2011년 이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지난해에는 2천2백 원 정도까지 하락했습니다.

이유가 뭔지, 뉴스투데이 취재진이 택배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에 있는 한 택배물류센터.

택배 물품들이 자동분류기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연휴 물량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택배기사들은 목적지에 따라 쉴 새 없이 물품을 분류하느라 바빴는데요.

서너 시간 작업을 마친 뒤에야 시작되는 배송 작업.

연휴가 끝난 뒤에는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손석봉/택배기사] "7시부터 일을 시작해서 오늘 같은 경우에는 밤 9시 10시? 점심은 거르고 저녁은 일 끝나고 집에 가서 밥 먹고…."

간단한 생활용품도 있지만 최근 건강관련 기구, 전자제품 같은 대형 화물이 늘면서 일선 택배기사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세졌다는데요.

최근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는 것도 기사들은 곤혹스럽다고 합니다.

[윤홍희/택배기사] "손수레를 이용해서 배송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솔직히. 물건이 하루에 한두 개 오는 것도 아니고, 3백 개 5백 개씩 오는 거를 손수레를 이용해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런데도 택배 기사가 손에 쥐는 돈이 늘기는커녕 도리어 줄고 있는 건 택배 업계의 경쟁 탓이라는데요.

경쟁 탓에 가뜩이나 떨어진 운임에, 집배점에 수수료를 내고 기름 값 등을 제하면 택배기사에게 떨어지는 건 물품 1개당 700~800원이 고작이라는 겁니다.

[김준래/택배기사] "최소 700~800원 정도 떨어지고, 집배점 사장님한테 대리점 수수료 나가고 기름 값 나가고…."

◀ 앵커 ▶

양질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내야겠죠.

택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 최저 임금제처럼 최저 운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배송 물량이나 거리가 기사마다 천차만별이다 보니 가격을 일률적으로 올리기도 어렵고요.

또 택배기사들이 사실상 개인사업자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들어가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이다 보니 집단행동 역시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한 달 전 택배 대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택배 차량의 지하 주차장 진출입이 가능하게 높이를 올리는 조례안을 마련하고 있고요.

우체국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상점 등과 계약을 맺어서 택배 접수를 대행하는 택배방을 다음 달부터 운영하기로 하는 등 여기저기서 개선책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곳곳에서 불거지는 택배 갈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걸로 보입니다.

◀ 앵커 ▶

택배대란 한 달, 우리 생활에 비중이 크지만, 운영은 주먹구구라는 걸 알게 된 계기가 됐죠.

더 큰 갈등 생기기 전에 정부와 업계, 그리고 기사들이 머리 맞대고 제대로 시스템 마련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투데이 매거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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