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시확대 거부한 서울대 "수능 올인하면 교실붕괴 불보듯"

이재연 기자 2018. 5. 1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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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입수한 '서울대학교 정시모집 확대(안) 검토 결과' 보고서에는 서울대의 '마이웨이' 명분이 정리돼 있다.

먼저 서울대는 교육부가 요청한 정시 확대가 오히려 교육부의 공교육 정상화 사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봤다.

서울대는 2018학년도 수능 물리Ⅱ 선택 비율이 1.33%에 불과한 데 반해 아랍어Ⅰ은 71.42%에 이르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시를 확대하면 특정 과목 기피·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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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사업 역행… 지역·계층별 격차도 심화
대입제도 안정성도 악화… 중도탈락률 증가 예측도

국민일보가 입수한 ‘서울대학교 정시모집 확대(안) 검토 결과’ 보고서에는 서울대의 ‘마이웨이’ 명분이 정리돼 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서울대 총장을 직접 만나 정시 확대를 요청했지만 서울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당시 ‘간 큰’ 결정이란 말이 교육계 안팎에서 나왔다. 교육부가 지난 10여년간 유지했던 정시 축소 기조를 뒤집은 데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권의 의중이 실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뺀 서울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 요구를 수용해 정시를 늘렸다.

서울대는 교육부에 대입 안정성 악화, 공교육 붕괴, 지역·계층별 격차 심화 등의 이유를 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의 문건을 공식 보고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2018년도 지원자 전체 성적을 분석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까지 가동했다.

먼저 서울대는 교육부가 요청한 정시 확대가 오히려 교육부의 공교육 정상화 사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봤다. 학생들이 수능에 ‘올인’하면서 교실 붕괴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2018학년도 수능 물리Ⅱ 선택 비율이 1.33%에 불과한 데 반해 아랍어Ⅰ은 71.42%에 이르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시를 확대하면 특정 과목 기피·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능의 사교육 영향력 및 교육여건 변화를 감안할 때 향후 교실붕괴 통제 불가’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고도 우려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물리 같은 과목은 응시자가 적으니까 1등급 받기가 어려워서 선택을 안 하는 것”이라며 “수능뿐만 아니라 내신에서도 소수 인원이 지원하는 교과목은 선택을 하지 않고 아랍어처럼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과목으로 수능을 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어 “교육의 본질적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안타까운 결과인데 성취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배움’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대는 대입 3년 예고제라는 원칙 문제도 지적했다. 교육부가 요청한 2020학년도 정시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면 1년 후에 치를 입시를 손봐야 하는데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서울대는 ‘확고한 명분 없이 학생선발 기조 변경 시 기존 대입정책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위기를 초래한다’고 적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 입시 정책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일선에 미치는 영향과 혼란이 크다”며 “더구나 정시 비율을 늘리는 문제는 파급력이 커서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정시를 확대하면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입학 전공으로 졸업하지 않은 비율)도 늘 것으로 내다봤다. 중도탈락은 과를 옮긴 뒤 다른 전공으로 졸업하거나 학교를 아예 자퇴한 경우다. 서울대가 2014학번 학생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시 일반전형 합격생들의 중도탈락률은 11.5%로 수시 일반전형 합격생(4.1%)에 비해 7.5%포인트 높았다.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해 더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얻으려면 교육부 차원에서 전국 대학의 자료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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