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류 떼죽음 부른 '항아리곰팡이' 한반도서 유래"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항아리곰팡이가 호주와 중앙아메리카 양서류 죽음의 원인’이라는 논문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그 후 북미와 유럽에서도 양서류 떼죽음 현상이 보고됐는데, 그 배후에 늘 항아리곰팡이가 있었다. 항아리곰팡이가 휩쓴 지역에서는 양서류 종의 40%가 멸종위기에 몰렸다.
그는 항아리곰팡이와 국내 양서류가 ‘특별한 관계’일 것이라는 의심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항아리곰팡이가 유독 아시아에서는 악명에 비해 영향력이 약했고 2013년 부분적으로 진행한 유전자 연구 결과 한국 개구리에서 발견된 곰팡이 유전자가 중국 및 일본과도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 내 항아리곰팡이는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다양했어요. 놀라운(shocking) 수준이었죠. 만약 곰팡이가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면 짧은 시간 내 유전적 다양성을 그렇게 갖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다양하게 진화했다는 의미지요.”
실제로 박물관에 진열된 1911년 원산(북한) 개구리에서도 항아리곰팡이 유전자가 발견됐다.
월드먼 교수는 이번 사이언스 논문에서 ‘심증’을 ‘물증’으로 굳혔다. 지금까지 항아리곰팡이가 발견된 모든 지역에서 배양된 곰팡이를 받아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세계적인 항아리곰팡이 계통의 병원균이 모두 한국 무당개구리의 항아리곰팡이에서 유래했음을 확인했다. 해외 다른 계통과 유전형질을 교환하면서 전염병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물고기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물고기에 대해 잘 모르는 지도교수가 ‘개구리도 올챙이 적 물고기랑 비슷하니까 양서류를 연구해보지 그래’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어쩌다보니 양서류학자’가 되었지만, 양서류 질병 연구에서 그는 세계적인 학자다. 특별한 뜻은 없었으나 한국행이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뉴질랜드나 미국은 상위 5%에게 연구비가 집중되는 구조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꾸준히 논문 성과를 내면 적은 금액이라도 계속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연구 열정이 있는 사람은 훨씬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예요.”
그는 생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만봐도 정작 ‘생태학’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생태를 안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흔히 양서류를 ‘탄광의 카나리아’라고 하는데, 그만큼 생태계 건강을 알 수 있는 척도죠.”
‘이번 항아리곰팡이 연구결과를 통해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그는 비슷한 고민을 전했다..
“비록 항아리 곰팡이가 전세계에 치명적인 위협이기는 하지만, 희소식이 있다면 한국 양서류가 그랬듯 외국 양서류들도 점차 저항력을 길러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간활동으로 환경이 너무 빨리 바뀌는 탓에 양서류의 진화속도가 환경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요. 이게 비단 개구리만의 문제일까요? 언젠가 우리 인간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 수 있습니다. 항아리곰팡이에 속수무책으로 사라진 개구리들처럼 인간도 미래 알 수 없는 병원균에 위기를 겪을지 모릅니다.”
인위적인 환경변화가 인류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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