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선 서강대 페미니즘 강연, 일부 학생들 반발에 취소

2018. 5. 10.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은하선은 남성혐오자" 총학 탄핵 서명운동도
총학 "강사와 총학에 대한 혐오발언 상처"
은하선 "홍대·서강대 사건, 페미니즘 부재 보여줘"
여성학자 정희진, 은하선과 연대 차원에서 강의 취소

[한겨레]

칼럼니스트 은하선.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의 서강대학교 페미니즘 강연이 일부 학생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애초 은하선은 서강대 총학생회 주최로 오는 10일 오후 6시 “섹스, 많이 해봤어?”라는 제목으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강대 총학은 10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은하선의 강연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은하선의 강연이 취소되면서, 여성학자 정희진 씨는 “미투를 다시 생각한다-범죄 신고가 혁명인 사회”라는 제목으로 11일 예정됐던 강의를 스스로 취소했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이날 은하선의 강연이 취소된 이유에 대해 “연사들과 주최 측에 대한 혐오 발언과 백래시는 인권주간의 취지에서 엇나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다”며 “게다가 최근 며칠간 총학생회 구성원 개개인과 관련인을 향한 폭력을 더 견딜 수 없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정희진 선생님께서는 은하선 선생님의 강연 취소와 관련하여, 은하선 선생님께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표하시고 강연을 보이콧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은하선의 강연과 관련해 총학 페이스북을 비롯해 학내 익명 게시판 ’서담’, 서강대 대나무숲 페이지 등에서는 은하선이 남성 혐오 성격의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5월8일 총학이 페이스북에 올린 ’인권강연회 관련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문’이라는 게시글에는 “나는 은하선이 레즈인지 뭔지는 관심없고 걔가 한 남성들을 일방적으로 성범죄자, 가해자에 위치에 놓은 발언을 비판한 것”, “십자가를 딜도로 쓰고 성수를 윤활제로 쓰는 그런 사람을 그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서강대에서 강연할 기회를 줘야 하나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9일에는 서강대 캠퍼스 안에서 총학생회를 탄핵하자는 서명 운동도 벌어졌다.

은하선의 강연을 반대한 일부 학생들은 은하선이 지난해 <한겨레>에 기고한 ’거시기 사전 : 남성’ 칼럼을 두고도 ‘남성 혐오’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글에서 은하선은 “여성이라는 미천한 존재가 감히 자신을 거절 혹은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성장 과정에서 배우지 못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범죄자가 되더라도 걱정 없다.… 태어남과 동시에 무료 자동가입 된 남성연대에서 온 힘을 다해 도와주러 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은하선은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어떤 말에는 맥락이 존재하는 것인데 그걸 삭제하고 어떤 워딩만 가지고 와서 남혐을 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즘 강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홍대 누드크로키 사진 공개 사건과 이번 서강대 강연 취소 사태 모두 페미니즘이 부재해서 일어난 일이다.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것, 자기 안에 있는 소수자와 권력을 동시에 바라보며 타자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라며 “홍대 누드크로키 사진 공개 사건은 남성도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을 페미니즘이라고 믿어버린 뒤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홍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 워마드는 페미니즘이 아니다”)

서강대 종학생회 페이스북 갈무리.

서강대 총학은 은하선에게 쏟아지는 ‘남성혐오’ 비판에 대해 입장문을 통해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 즉 소수자에 해당하는 이들에 대해 가해지는 언어적, 비언어적 폭력, 문화, 사회적 인식과 규정이 ‘혐오’”라며 “문화와 사회를 떠나 개개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관계를 설명한다면 ‘여성 혐오도 나쁘고 남성 혐오도 나쁘다’는 양비론도 등장할 수 있으나, 이는 ‘남성 혐오’라고 불리는 것을 '목적'이라는 사회적 맥락을 배제하고 바라볼 때 생기는 오해다. 총학생회는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