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기회 준다더니.. '믹스나인'이 보여준 오디션 프로그램 민낯

고희진·이혜인기자 기자 2018. 5. 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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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믹스나인 최종 데뷔조 9인.사진·JTBC 제공

‘중소기획사 아이돌에게 데뷔 기회를 주겠다’는 말은 결국 공허한 약속이 됐다. 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 연습생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해 그룹으로 데뷔시켜주기로 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나인>의 최종 선발자 9명의 데뷔가 끝내 무산된 것이다. 낮은 시청률로 이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자 데뷔 추진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을 맡은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결과에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한없이 죄송스럽고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최종 선발자들의 데뷔 무산 소식을 알렸다. YG엔터에서 제작을 맡고 JTBC에서 방영한 <믹스나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4부작으로 방송됐다. 중소기획사 아이돌들에게 데뷔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양현석 YG엔터 대표가 직접 70여개 기획사를 돌며 출연자를 선발했고, 치열한 경연을 통해 데뷔조 최종 9명을 뽑았다. 유료 문자 투표까지 하면서 연습생들을 응원했던 팬들은 프로그램 종방 후 4개월 가량 이들의 데뷔를 기다려왔던 터였다.

<믹스나인> 최종 데뷔조 9인.사진·믹스나인 인스타그램

데뷔가 틀어진 것은 프로그램 흥행이 실패하면서 YG엔터가 말을 바꾼 탓이 크다. 당초 YG엔터는 데뷔조에 4개월의 국내 활동과 그 후 해외 공연을 약속했다. 하지만 매회 평균 1% 정도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기획사들에게 다른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총 3년동안 각 1년을 쪼개 상반기 6개월은 연습생들이 소속된 각자의 기획사에서 활동하고, 하반기 6개월은 데뷔조 9명이 함께 모여서 활동하자는 안이었다. 기획사 별로 입장이 달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결국 데뷔가 무산된 것이다.

<믹스나인>에 연습생을 내보낸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애초 데뷔 활동 기간이 바뀌면서 기획사들이 함께 맞추기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이 보통 7년 정도 활동하는데 그 중 3년을 YG엔터의 계획대로 매여서 활동하는 안을 기획사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믹스나인>의 사례는 연습생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민낯을 보여준다. Mnet의 <프로듀스 101> 시즌 1·2가 흥행하자 유사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잇따라 나왔다.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하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그나마 <더 유닛> 최종 선발조는 데뷔했고, <믹스나인>은 무산된 것이다. 방송사와 기획사들은 프로그램이 <프로듀스 101>처럼 성공하면 연습생들을 독점해 활동시키려고 한 반면 실패시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했다.

<믹스나인>의 한 장면.사진·JTBC 캡처

계약조건 등 이들 프로그램과 관련한 문제 지적이 일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지난 2일 공정위는 <더 유닛>과 <믹스나인>의 방송 출연·매니지먼트 계약서 관련 불공정 부분에 대한 시정 권고를 공개했다. <더 유닛> <믹스나인> 모두 음악콘텐츠의 수익 배분금을 기획사에 지급한 후 ‘기획사와 아티스트 사이의 출연료 정산, 전속계약 효력 및 기타 본 계약상의 의무 이행으로 인한 민형사상 어떠한 분쟁으로부터도 면책된다’고 적은 부분이 지적 받았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약관심사과의 배현정 과장은 “연습생들을 미성년자로서 보호해야 하는 규정이라거나, 출연료를 제대로 지급하겠다는 규정 등 여러 가지 내용이 계약서에 의무로 있는데, 콘텐츠 수익금을 기획사에 나눠 지급하면 (방송사·기획사가)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과중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물게 한 조항이나 타 방송사 출연을 금지한 조항들이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됐다.

데뷔가 무산되었지만 연습생들이 소속된 기획사나 JTBC, YG엔터는 별다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JTBC 관계자는 “‘믹스나인’은 YG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YG 관계자는 “아직도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고희진·이혜인기자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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