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10m 금연 2년..얌체족만 늘었다

금보령 2018. 5. 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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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10m 이내보다 골목이 문제죠."

지난 9일 오후 1시3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중구청 소속 공무원 두 명이 흡연 단속에 나섰다.

흡연단속원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면 금세 골목으로 들어가거나 발뺌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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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붙어 있는 곳 바로 옆 골목에서 흡연..차로에 내려가서 피우기도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 골목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있는 곳이 지하도 출입구 10m 지점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곳이다.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지하철역 10m 이내보다 골목이 문제죠."

지난 9일 오후 1시3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중구청 소속 공무원 두 명이 흡연 단속에 나섰다. 그들은 "여기는 흡연부스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데 저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지 2년이 지났다. 시민들 대다수가 이를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얌체 흡연자들만 늘어났다.

흡연단속원은 "처음에는 지하철역 출입구 근처에서 담배 피우던 분들이 꽤 많아서 실랑이도 있긴 했는데 요즘은 90%가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정책이 거의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그 사람들이 다 골목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흡연단속원을 따라 롯데백화점 본점 건물과 영플라자 건물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자 반대편 좁은 골목에서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근처에서 일하는 흡연자들이 모이는 일종의 아지트처럼 보였다.

이 골목은 지하도 출입구 10m 지점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곳에서 불과 3~5m 떨어진 곳이다. 어떤 흡연자들은 금연구역과 비금연구역을 오가며 자유롭게 담배를 피웠다. 길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코를 막거나 손바닥으로 연기를 휘저었다. 흡연단속원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면 금세 골목으로 들어가거나 발뺌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 차로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빨간 동그라미 안에는 금연거리 표시가 적혀 있다.

대형 건물들이 즐비한 곳에서도 얌체 같은 모습이 발견됐다. 금연거리라고 적힌 보도를 뒤로한 채 차로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민들이 많았다. 금연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단속 대상이지만 보도 아래 차로는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다만 담배 연기는 그대로 보행자들의 얼굴로 향했다.

최근에는 전자담배가 유행하면서 단속이 더 어려워졌다. '스위치만 켜고 들고 있었다'고 말하는 흡연자들 때문이다. 잎담배의 경우 불이 붙으면 흡연한 것으로 보지만, 전자담배는 스위치로 작동할 수 있어 흡연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흡연자들도 할 말은 있다. 담배를 피울 곳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금연거리 10㎝ 아래 차로에서 담배를 피우던 직장인 김모(34)씨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정말 담배를 피울 곳이 없다. 바닥을 봐도 다 금연이라고 적혀 있어서 스트레스 받는다"며 "금연구역을 만들기 전에 흡연구역을 먼저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흡연자 오모(36)씨도 "담배를 피우는 게 불법도 아닌데 이렇게 쫓기듯이 눈치 보면서 피우고 싶지 않다"며 "흡연부스 등을 설치해주면 거기서 눈치 좀 덜 보고 편하게 피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한편 서울시·자치구 금연구역 단속현황을 보면 2015년 4만229건에서 2016년 4만6394건, 지난해 5만6053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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