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봉 5000만원 비서, 세상 떠나며 88억 기부.. 어떻게 큰돈 모았을까

최원국 기자 입력 2018. 5.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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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변호사들 주식 매수 때 자신도 따라 투자해 수익
평생 대중교통 이용 등 절약


지난 2월 한 여인이 고모의 유언이라며 미국 뉴욕의 사회복지기관인 헨리 스트리트 세틀먼트에 624만달러(약 67억원)를 기부했다. 이 기관이 설립된 1894년 이후 가장 큰 개인 기부액이었다. 기부자는 성공한 사업가나 백만장자가 아니었다. 뉴욕의 로펌에서 한평생 비서로 일했던 실비아 블룸〈사진〉이라는 여성이다. 블룸은 자신의 모교 헌터대학에도 200만달러(약 21억원)를 남겼다. 평균 연봉이 5000만원 정도인 블룸은 어떻게 수십억원을 기부할 수 있었을까.

블룸은 1947년 로펌 비서로 취직했다. 성실했던 그에게 상사들은 개인적인 업무를 맡기곤 했다. 심부름 중엔 주식 투자도 있었다. 블룸은 상사들이 어떤 주식을 매수하라고 시킬 때마다 월급으로 살 수 있는 만큼 자신의 몫도 함께 샀다. 뉴욕 최고 변호사들의 투자 전략을 가장 가까이서 베낀 셈이다.

검소한 생활도 한몫했다. 블룸은 자신이 '재테크'로 번 돈을 남편에게조차 비밀로 했다. 소방관이었던 남편은 2002년 사망할 때까지 블룸에게 따로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블룸은 뉴욕에 있는 작은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다. 동료들은 그를 '눈보라 치는 날에도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블룸은 2001년 9·11테러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을 때도 택시를 타지 않고 브루클린 다리를 걸어서 건넌 다음 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고 전했다. 당시 80이 넘은 나이였다.

2016년 은퇴할 때까지 블룸이 70년 가까이 일하며 모은 돈은 은행 11곳과 증권사 3곳에 차곡차곡 쌓였다. 모두 900만달러(약 100억원)였다. 96세 나이로 자녀 없이 사망한 블룸의 돈은 그의 뜻에 따라 대부분 기부됐고, 이 사실은 뒤늦게 언론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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