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유리' 여왕 .. 직공서 여성 최고 부자로 인생역전
애플·삼성전자에 강화 유리 납품
차스닥 상장으로 9조원 거머쥐어
불우한 가정 형편으로 고교 중퇴
일하며 모은 276만원으로 창업
모토로라와 계약하며 사세 급성장
포기 모르는 성격 '페이 형' 별명
여성 억만장자 중 자수성가로 부를 일군 사람은 500명 중 7명(1.4%)에 불과했다. 반면 남성 부호의 63%는 자신의 힘으로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렇게 드문 자수성가 여성 부호의 맨 앞줄에 선 사람이 ‘유리 여왕’으로 불리는 저우췬페이(周群飛·48) 란쓰커지(藍思科技) 회장이다. 란쓰커지는 스마트폰용 강화유리 제조업체다.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 테슬라 등 전 세계 굴지의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분 82%를 보유한 저우 회장의 순 자산은 79억 달러(약 9조원)에 이른다. 란쓰커지가 2015년 창업판(차스닥)에 상장되며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란쓰커지의 시가총액은 632억 위안, 직원은 8만2000명에 달한다.
그는 성공의 비결로 인내를 꼽았다. 그는 “사업가로서 수많은 난관과 장애를 만났고, 만약 그때 내가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저우췬페이와 란쓰커지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삶은 역경을 극복해가는 과정이었다. 1970년 중국 후난(湖南)성의 가난한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기능공이던 아버지는 일하던 공장에서 폭발 사고를 당해 시력과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그가 5살 때 자살했다.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집안 형편은 어려웠다. 16살이 되던 86년에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을 떠나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있는 렌즈 공장인 아오야(澳亞)광학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키울 기회는 우연히 왔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제품 대금을 주지 못하는 고객 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렸다. 돈 대신 고객이 쓰던 설비를 받으며 사업 분야를 확대했다. 그러다 2001년 중국의 한 휴대전화 업체에 유리를 납품하면서 2003년 란쓰커지를 세운 것이다.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모토로라와의 계약이다. 휴대전화 액정을 유리로 만들어 납품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발판일 듯했던 이 계약은 그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그를 게임판에서 몰아내기 위한 경쟁자들의 심한 견제 때문이다.
그는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물건을 받기 전에 물건값 전액을 결제하라고 압박했다”며 “집을 팔고 귀금속 등을 처분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절망에 빠진 그는 “기차역 플랫폼에 서서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직원과 가족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모토로라에 SOS를 치고, 도움을 받으며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07년 애플에 강화유리를 납품하게 되면서 란쓰커지와 저우 회장은 날개를 달았다. 전 세계 강화유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유리 여왕’으로 불리지만 시장에서 그를 부르는 별명은 따로 있다. CNBC는 “저우 회장이 남자 만큼이나, 때로는 남자보다도 더 터프한 탓에 업계에서는 그를 ‘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보도했다. 임원 20명과 후난성 리우양(瀏陽)시 다웨이산(大圍山)에 올랐던 일은 포기를 모르는 그의 직진 본능을 드러내는 사례다. 정상(1524m)까지 오르는 과정에 포기하려는 사람을 설득한 것이다. 저우 회장은 “중간에서 멈춰서면 돌아올 용기가 나지 않고 바닥부터 다시 모든 걸 시작해야 한다”며 “참고 견뎌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입지전적 성공 신화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여공에서 ‘유리 여왕’의 반열에 오르며 ‘샤오싼(小三·첩)’ 루머에 휩싸인 것이다. 세 번의 결혼도 저우 회장에 대한 세간의 입방아를 부추기는 이유기도 하다. 그는 23살 때 첫 직장이던 아오야광학의 사장 양다청(楊達成)과 결혼한 뒤 이혼했다. 두 번째 남편은 리진취안(李金泉) 보언(伯恩)광학 사장이다. 보언광학은 란쓰커치의 경쟁사다. 때문에 저우 회장이 보언광학의 기술자 등을 빼내 와 란쓰커치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의 세 번째 남편인 정진룽(鄭俊龍)은 화물배송기사로 일하다 그와 2008년 결혼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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