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자 송환으로 북미회담 청신호.. 비핵화 의제 조율됐나

백상진 기자 2018. 5. 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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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전격 송환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신호다. 6월초가 유력시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변수로 떠올랐던 억류자 석방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양측이 상호 신뢰구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억류됐다 9일 전격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들. 왼쪽부터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씨.

◇백악관 “억류자 석방은 선의의 긍정적 제스처”

억류자 3명 석방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장소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로 꼽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지켜보라(Stay tuned)”며 이들이 곧 석방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일주일 가깝도록 상황은 진척되지 않았다. 지난 주말 판문점을 통해 송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불발됐고, 그동안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에서 한 발 더 나가 대량살상무기 폐기까지 포함한 영구적 비핵화(PVID)로 북한을 거듭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재방북은 북미 간 신경전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진행됐다. 부활절 연휴기간인 3월 31일~4월 1일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지 40여일 만이다. 특히 이번에는 첫 방북 때와 같은 극비리 방문이 아니라 국무부 출입기자들까지 동행한 ‘공개 방북’ 으로 진행돼 억류자 석방 협상이 마무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현지시간) 전용기로 방북하면서 국무부 기자들과의 기내 간담회를 통해 “북한이 석방 결정을 내린다면 위대한 제스처가 될 것”이라며 “억류자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모두가 만나길 고대하는 3명의 멋진 신사를 데리고 북한에서 귀국중이라는 소식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전해 억류자 석방 문제가 최종 마무리됐음을 알렸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석방을 선의의 긍정적 제스처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 사실상 타결?… 회담 장소·일정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귀환하는 것은 북미정상회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은 억류자 석방 외에 북미회담 장소와 일정, 비핵화 협상 의제까지 상당부분 합의를 도출하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실을 밝히면서 “(북미정상회담) 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 관계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서도 “장소가 정해졌다. 시간과 날짜 모든 게 선택됐다”며 “매우 큰 성공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에서도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 그는 국무부 기자단들과의 평양행 기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재차 강조한 것에 대해 “우리는 잘게 쪼개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걸었던 길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이 7~8일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강조하자 이를 반박한 발언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가 역사적이고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기회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달성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국무장관 취임식 때부터 PVID라는 용어로 북한을 압박했던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CVID라는 기존 대북기조로 돌아선 것도 비핵화 의제 협상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의 오찬 회동에서도 “우리는 수십년간 적이었지만 지금은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북한을 진지한 협상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남은 것은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일정 관련 공식 발표다. 폼페이오 장관은 억류자 3명과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하루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회담 날짜 등 세부사항은 며칠 내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억류자 석방에 대해 즉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송환조치키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북한의 이 같은 결단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매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북한에 억류중인 한국인 6명의 조속한 송환을 요청한 바 있다”며 “우리 억류자들의 조속한 송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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