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 평양으로 떠나기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은을 ‘은(Un) 위원장’이라 불러 논란이 일고 있다. 급박한 일정 소화에 따른 단순 실수로도 볼 수 있으나, 협상 파트너의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등 미국 측의 미·북 정상회담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평양으로 떠나기 직전 일본 요코타 주일미군 기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과 은(Un)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략적인 계획과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 위한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오늘 (평양 회담)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못 박고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틀을 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의 기자회견 워딩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김정은을 ‘은 위원장’이라고 부른 것은 ‘은’이라는 단어를 성(姓)으로 착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통 미국 매체들은 김정은을 ‘정은킴’으로 부르지 않고 한국 명칭 그대로 ‘김정은’으로 부르거나 ‘KJU’라고 줄여 쓰곤 하는데, 은이 마지막 단어이기 때문에 이를 성으로 착각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이름에 익숙지 않은 일부 보수 매체나 미국인들은 과거에도 종종 김정일과 김정은을 킴종(Kim Jong) 이라고도 부르곤 했다. 한 인기 시사 해설자는 얼마 전 김정은을 김용운이라 불러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국무부와 백악관 내 대북 협상팀에 북한 전문가가 사라진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국무부를 떠나는 등 현재 미국 측 대북 협상팀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제외한 대다수가 대북 정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협상이 잘됐는지는 그의 귀국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에는 미국인 3명이 억류돼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함께 방북길에 오른 기자들에게 “우리는 17개월 동안 억류자들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다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하는 데 동의한다면 엄청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억류 3인을 석방해 폼페이오 장관이 그들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북미정상회담 조율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행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두 번째 방문에서는 우리가 기대하지 않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하고 싶다”며 “우리는 이전에 우리가 향했던 그 길로 다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