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톡톡] '길보드' 차트의 변신..USB로 듣는 트로트 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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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논산천안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각종 트로트 명곡을 취합한 '메들리'부터 전설적인 가수 남진의 앨범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길거리 음반은 각종 대중음악 판매 순위에는 집계되지 않지만 트로트 등 성인가요를 중심으로 한 신명나는 '뽕짝 메들리'로 중장년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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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논산천안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대체휴일을 낀 사흘 연휴의 마지막 날인만큼 상경하는 인파로 붐볐다. 휴게소 한켠의 음반 판매 매장을 찾으니 휴대용 메모리인 USB로 제작한 앨범이 눈길을 끈다. 각종 트로트 명곡을 취합한 ‘메들리’부터 전설적인 가수 남진의 앨범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남진 등 유명 가수 앨범에는 ‘정품’ 마크가 강조돼 있기도 했다. 점주는 “1년쯤 전부터 USB 음반이 소위 ‘대세’가 됐다”며 “요즘은 CD보다도 USB가 더 잘 팔린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번화가 노점 등에서 판매하는 길거리 음반을 일컫는 ‘길보드 차트’에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길거리 음반은 각종 대중음악 판매 순위에는 집계되지 않지만 트로트 등 성인가요를 중심으로 한 신명나는 ‘뽕짝 메들리’로 중장년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과거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판매하는 길거리 음반은 테이프, CD로 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SD카드, USB 등 휴대용 대용량 저장매체로 모습을 바꿔나가는 중이다.
USB 음반은 고속도로뿐 아니라 도심 음반 취급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 남대문 지하쇼핑센터의 ‘새로나’ 음반 판매점에는 테이프, CD와 함께 USB 음반이 전시돼 있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구모(71)씨는 “최근 USB 음반이 CD에 비해 5배 이상 팔린다”며 “60~70대가 주 수요층으로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른 오승근을 비롯 주현미, 장윤정 등 트로트 가수 음반이 가장 잘 나간다”고 말했다.
USB 트로트 음반의 가격대는 1만5000원. CD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수백곡을 담을 수 있는 용량과 휴대성이 장점이다. 구씨는 “2~3년 전 USB 음반이 첫 등장했다”며 “신형 자동차에 CD플레이어가 사라지며 USB 음반을 찾는 이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전했다.
USB 음반은 대중음악계 주류 시장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2008년 샌디스크는 SD카드에 음원을 담은 ‘슬롯앨범’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디지털 다운로드, 스트리밍 등에 자리를 내주며 ‘양지’에서의 보편화에 실패했다. 음반이 음악 재생이 아닌 소장가치로서 주목받자 도리어 전통적인 CD 패키지의 가치가 높아진 탓이다.
국내에서도 빅뱅의 지드래곤이 지난해 6월 자신의 신작 앨범을 USB로 발매한 바 있지만, 이 USB에는 음악 대신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가 적혀 있을 뿐이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중음악계에 자리 잡지 못한 USB가 길보드에 자리 잡은 배경엔 ‘자동차용 음반’이라는 특성이 있다. 과거 자동차 전장 기기에는 카세트플레이어와 CD플레이어가 필수였지만 최근 들어선 카세트는 물론 CD플레이어도 옵션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구형 자동차의 테이프나 CD플레이어를 개조해 USB를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한 발짝 나아가 블루투스 등 근거리 무선통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카세트테이프와 CD를 재생할 수 없게 됐지만, 디지털 스트리밍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사이에선 수백곡의 트로트 메들리가 가득 담긴 ‘음반’의 수요가 여전하다.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황모(61)씨는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면 네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없고 매번 복잡한 조작이 필요해 번잡하다”며 “간편히 차에 꽂아 넣기만 하면 끊임없이 흥겨운 메들리가 흘러나오는 ‘길보드’를 찾는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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