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10개' 먹은 손님과 주인, 결국 '소송' 붙었다

박성우 기자 2018. 5. 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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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소 2라운드, ‘마카롱 10개’ 사건
댓글→진실공방→맞고소
주인-손님, 모두 ‘악플러’에 고통
사건 키운 범인은 ‘악플러’라는 지적도

“해명을 하지 않으면 가게가 망할 것 같습니다. 손님 B씨가 이상한 글을 올린 후, 욕설과 메시지와 악플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내가 잘못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맞고소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OO 마카롱 매장 대표 A씨>
“갑자기 CCTV 화면을 공개해 충격이었습니다. 제 모습 일부가 공개되자 악플러들이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마카롱 매장 손님 B씨>

가게 주인과 손님 간 ‘맞고소’ 사태를 불러온 ‘마카롱 10개’ 사건. /조선DB

‘마카롱 10개’가 결국 맞고소 사태를 부르고 있다. “무시하고 말면 되지”라는 말은 두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 얘기였다. 손님은 마카롱 가게 사장 A씨를 부산지방검찰청에 고소했고, 주인도 손님을 허위사실 유포 및 영업 방해 등을 이유로 이번주 내로 고소장을 낸다고 한다.

소셜미디어(SNS) ‘한 줄’에서 비롯된 싸움이 법정 다툼으로 가는 중이다. ‘마카롱 10개 사건’ 관련자들의 얘기를 7~ 8일 들어봤다. 두 사람은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억울하다’, ‘너무 많이 참았다’, 참다 참다 고소를 하게 됐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사건 이후 고소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악플러’들의 악플과 욕설 등을 꼽았다.

◇ 마카롱 10개 사태는 무엇?
경기도 용인시의 OO 마카롱 업체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것은 지난달 14일. B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카롱 가게에서 10개 먹고 인스타로 '뒷담' 당한 후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부산에 사는 B씨는 마카롱 마니아. 지난달 4일 평소 택배로 주문해 먹던 용인시 수지구의 마카롱 매장을 직접 찾았다. B씨는 30분 기다려 마카롱 11개와 커피 한 잔을 시켰고, 그 자리에서 마카롱 11개를 먹었다.

당시 카페 주인의 답글 /손님 B씨가 올린 글에서 캡처

문제는 A씨의 매장에 대해 “마카롱이 너무 딱딱해 입천장을 찔렀다”고 비평한 제삼자의 SNS에서 출발했다. 이 글을 본 A씨는 “마카롱은 칼로리가 높아 잘 숙성시켜서 드셔야 한다”고 댓글을 남겼다. 두 사람의 글을 본 다른 손님이 “저는 칼로리가 높은 줄 모르고 한 번에 2~3개씩 먹었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A씨는 “그 정도면 양호한 것, 앉은 자리에서 잘 모르고 막 10개씩 먹는다”고 댓글을 남겼다.

B씨는 자신을 겨냥한 말이라는 확신이 들어 논란이 된 SNS 계정에 "제가 마카롱 10개 먹고 간 사람인데 이런 글 자꾸 올라와서 기분 나쁘다"고 댓글을 달았다. A씨는 즉각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B씨가 “‘뒷담화’당했다”는 글을 올린 후, A씨 매장 페이스북에는 악플이 넘쳐났다. 결국 A씨는 10일간 영업(4월16일~26일)을 중단했다가 지난달 27일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 마카롱 매장주 A씨 “B씨 몰랐고, 특정인 염두에 둔 댓글 아냐”
지난 7일 오후 1시30분. 용인시 수지의 마카롱 매장을 찾았다. 손님 7~8명이 줄 서 있었다. 이 매장의 주인 A씨는 “단골손님들이 와줘서 감사하지만, 예전처럼 문밖으로 길게 줄 서는 경우가 사라졌다”며 “마카롱 사건 이후 손님을 ‘저격’하는 가게로 낙인(烙印)이 찍혔다”고 했다.

-왜 손님을 고소하려고 하는가?
“처음에는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B씨가 끈질기게 글을 올렸다. 또 악플도 계속해서 올라왔다. 여기에 B씨가 먼저 고소를 하면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됐다. 특히 언론사 두 곳에서 B씨의 입장만 담은 편파적인 기사가 나왔고 우리의 잘못이 없다는 걸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안 그러면 가게가 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

B씨의 지적에 사과문을 올린 A씨. 사진은 해당 사과문 /A씨 인스타그램 캡처

-손님 B씨가 마카롱을 많이 먹은 걸 알고 있었나?
“1~2분 만에 포장할 게 100~200개 쌓이는 상황에서 어느 테이블에 누가 앉았는지 확인을 못하고 손님이 몇 개 사 갔는지도 기억을 못한다. B씨 역시 문제된 이후 CCTV를 다시 확인해 알았다. B씨가 마카롱 11개를 시켰고, 10개는 포장 박스에 담겨 있더라. 그 손님이 몇 개를 먹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우리 가게는 매우 바쁘다.”

-‘10개씩 먹는다’는 댓글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쓴 건가?
“해당 글에서 (숫자 10개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만약에 9개라고 했으면, 그럼 9개 먹은 손님이 나한테 얘기하겠나? 누굴 특정하지 않았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수도 틀렸다. B씨는 10개가 아니라 11개를 구입했다.”

-인스타그램은 차단한 적이 있나?
“B씨를 차단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인스타를 하다보면 하루에 2~3명씩 유령 계정으로 뜬금없이 욕하는 분들이 있다. 가게 이름이 좀 알려진 곳은 다들 그런 일을 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욕하는 분들은 내가 원래 차단한다. 다녀간 손님인 걸 알았다면 차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B씨의 계정을 보면 프로필이 없는 계정이라 가계정 또는 유령 계정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마카롱 매장 손님 B씨의 고발장(왼쪽), 매장 주인 A씨가 경찰서 방문을 인증한 글의 사진 /A씨, B씨 인스타그램 캡처

-CCTV 캡처 이미지는 왜 올렸나?
“하도 많은 악플이 달려서 정확한 정황을 설명하기 위해 CCTV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올렸고, 그래도 또 수많은 악플이 달려 이후 사진을 내렸다. 조용히 넘어가려 했으나 B씨가 끈질기게 글을 올리고 나를 자작극하는 허위사실 유포자로 만들었고, 제삼자가 올린 후기에도 내가 올린 글인냥 캡처해서 올렸다. 나는 그런 일을 할 시간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증명이 필요했다.”

-악플러 댓글이나 메시지 수준이 어느 정도냐.
“마카롱 사건 이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자살해라, 똥맛 마카롱 먹고 자살해라’라는 메시지가 왔고 악성 댓글에 너무 많이 시달렸다. 남편도 겨우 몇m만 가면 되는 아이 유치원을 못 데려다 줄 정도로 심리적으로 힘들어했다. (눈물을 흘리며) 남편이 우는 것을 수년 만에 처음 본 것 같다.”

-B씨를 동업업계 경쟁자라고 한 것은 실례 아닌가.
“손님이 한 제빵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 쓴 댓글을 봤다.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댓글이었다. 또 B씨가 팔로(follow)하는 마카롱 매장을 봤더니, 부산 사람이 부산에는 단골이 없고 싹 다 서울과 경기권이었다. 마카롱 업계는 텃세가 심하다. 보통 저런 행동은 마카롱 가게 간판 달기 전까지는 하지 않는 행동이다. 이런 모든 이유 때문에 동종업계라고 추측한 것이다. 그런데 이 추측 때문에 욕을 더 많이 먹었다.”

◇ 손님 B씨 “CCTV 공개로 악플 쏟아져, 사과받고 싶다”
이어 손님 B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A씨가 CCTV (캡처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내 신체와 머리 길이가 공개됐고 이를 통해 ‘마카롱 10개나 먹었나...돼지겠네’, ‘덩치 보니 역시나 돼지였네’ 등 수많은 악플들이 쏟아졌다”고 했다.

-왜 고소까지 했나?
“그 전에 A씨와 있었던 일은 이해할 수 있더라도 CCTV 공개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A씨는 당신이 동종업계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A씨가 마치 동종업계, 전문 악플러로 생각하며 글을 올렸다. 결국 간호사라는 직업을 밝히게 됐고 취미로 베이킹을 하는 사람이라고 글을 올렸다. 또 뒷조사한 게 기분이 나빴고 근무표를 첨부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CCTV 캡처 이미지에 모자이크가 돼 있다.
“CCTV 공개 이전 사람들은 나를 몰랐다. 모자이크를 했지만 내 덩치와 긴 머리 때문에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 이후 CCTV 이미지와 간호사라는 직업 ,마카롱 가게 등이라는 정보를 통해 나를 알아보고 실제 한 지인은 연락이 오기도 했다.”

-‘10개씩 먹는다’ 댓글은 특정인을 대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말한 것을 알고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넘어가려고 했다. 진짜 문제는 A씨가 사과를 하는 척하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차단했고 CCTV까지 공개해 어이가 없었다. 또 저를 전문 악플러라고 하는 것도 기분이 너무 나빴다.”

-A씨 측에서도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당황스럽다. A씨의 명예훼손을 한 적도, 가게 상호를 말한 적도 없다. 지금도 수많은 악플 때문에 너무 고통받고 있다. (SNS 등) 확인할 수 있는 공론장에서 A씨의 사과를 받고 싶다. 지금까지 팩트에 의한 사실만 얘기했다”

◇ 마카롱 사태 키운 건 ‘악플러’
사건의 당사자인 A씨와 B씨 모두 “악플러의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B씨의 글 때문에, B씨는 A씨가 공개한 CCTV 때문에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프로파일러는 “두 사람의 감정 싸움이 점차 진실 공방에서 법정 싸움으로 확대돼가는 상황이고 악플러들이 두 사람을 자극하면서, 일종의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사건을 키운 것 같다”며 “마녀사냥식의 여론보다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고 사건의 특성을 놓고 봤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체하지 말고 두 사람이 만나 터놓고 얘기하면 오해가 의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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