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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카톡~어버이날 선물왔어요"…디지털시대 달라진 가정의 달

류영욱 기자
입력 : 
2018-05-07 17:58:31
수정 : 
2018-05-08 08: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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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대신 기프티콘 보내고 용돈봉투 대신 계좌이체
카네이션 유통 5년새 34%↓
서울 소재 증권회사에 다니는 이병진 씨(가명·30)가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에게 선물하기 위해 최근 찾은 곳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니라 카카오톡이었다. 카카오톡에서 산삼 배양근세트 기프티콘을 구입한 이씨는 어머니 카톡 아이디로 기프티콘을 전송했다. 기프티콘에 짧은 메시지를 함께 담아 산삼 기프티콘을 보낸 이씨는 어버이날 당일인 8일 대구에 사는 부모님께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할 계획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어버이날 신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카네이션이 자취를 감춘 자리는 모바일 기프티콘이 차지하고, 봉투에 담은 현금 대신 간편송금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선물에 대한 젊은 세대들 인식과 구매 행태가 변화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시대 변화라는 진단과 더불어 가족 간 정(情)을 표현하는 방식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권 모씨(32)는 "작년까지만 해도 부모님께 용돈과 함께 카네이션을 드렸지만 올해는 꽃 대신 디너쇼 티켓을 드릴 예정"이라며 "꽃을 드리면 부모님도 고마워하시겠지만 크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조 모씨(30)도 지방에 있는 부모님께 계좌이체로 용돈을 보내드렸다고 한다. 조씨는 "선물은 주는 사람 정성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성이 굳이 카네이션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직접 찾아가지 못할 바에야 넉넉하게 용돈을 챙겨 드리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선물을 받는 쪽에서도 실용성이 높은 현금을 환영하는 추세다. 두 아들 모두 타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 모씨(65)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첫째가는 선물"이라면서도 "꽃보다는 함께 여행을 가거나 용돈을 주는 것이 우리로서도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50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로 남녀 모두 현금을 첫손에 꼽은 바 있다.

이 같은 신풍속도 영향으로 5월이면 특수를 누렸던 화훼단지는 침체 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상가에서 화훼 점포를 운영하는 박 모씨(51)는 "요즘은 5월에 학생들이나 꽃을 사가지,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이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카네이션 유통량은 5년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버이날 직전 카네이션 거래량(매년 4월 22일~5월 7일 기준)은 올해 15만6567속(1속=20송이)으로 지난해보다 15% 가까이 떨어졌고, 2014년보다는 34%나 줄었다.

유통업계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해 발 빠르게 관련 상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5월을 맞아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가정의 달' 탭을 따로 만들어 상품권이나 건강식품 같은 어버이날 선물을 추천해 준다.

원하는 만큼의 돈을 꽃과 함께 장식해 넣은 플라워 용돈박스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 모씨(54)는 "이런 날에 자식들 얼굴 보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는 전화 한 통 달랑 오고 만다"며 "예전에는 아무리 바빠도 부모님 찾아뵙는 게 당연했는데 세상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두상달 사단법인 가정문화원 이사장은 "가족끼리 정을 나누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세상이 바뀐 것은 맞지만 어버이날은 부모와 자식 관계를 되새기는 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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