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움직이는 아베가 미운 北 "억년 뒤도 우리땅 못 밟아"
미·일 회담 때도 트럼프 아닌 아베가 주장
美, 日 인사만 만나면 강경 노선으로 전환
北 노동신문 "군국주의자가 평화사도로 둔갑"
대북 제재·압력 유지 주장 덮으라는 경고성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1억년 후에도 우리 땅을 못 밟을 것”이라며 일본에 독설을 퍼부었다.
6일 자 논평 ‘행장을 차리기 전에 마음부터 고쳐먹으라’를 통해서다.
논평은 “모기장 밖에 있는 일본의 신세가 가련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정세를 다루는 마당에 일본이 앉을 방석을 마련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고 소위 ‘일본 패싱’을 강조했다.
이어 “요란스럽게 군국주의 광풍을 일으켜 위기를 모면하더니 이제는 평화의 사도로 둔갑해 평양길에 무임승차하겠다고 한다”고 아베 총리를 직접 비난했다.
실제로 미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일본의 리더들과 접촉할 때마다 북한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이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의 회동 이후 “모든 핵무기, 탄도미사일, 생물·화학무기와 이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포함한 북한 대량파괴(살상)무기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를 달성하자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백악관의 발표가 대표적이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물·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로 북한에 대한 요구 대상이 더 넓어졌다.
그런데 관련 내용을 가장 큰 목소리로 주장해 온 사람이 바로 아베 총리다.
지난달 14일 미국의 시리아 공격 직후 아베 총리는 “(중동뿐만 아니라)동아시아에 있어서도 대량파괴(살상)무기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북한의 화학무기를 겨냥했다.
지난달 17~18일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총리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정상회담 뒤 공동회견에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파괴(살상)무기와 모든 탄도 미사일의 폐기를 요구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트럼프가 아닌 아베였다.
아베 총리 자신이 먼저 대량살상무기를 회담에서 언급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공개한 셈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7일 정례 브리핑에서 9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 “대량파괴(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CVID), 일본인 납치문제 조기해결을 위한 3국 간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을 자극하고 싶지 않은 한국과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3국 정상회의 성명에 CVID와 ‘북한에 대한 압력 유지’ 문구를 넣자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신문의 논평을 두고는 “미국을 움직여 북한에 더 압박을 가하겠다는 아베 내각의 태도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신문은 “문제는 (일본이) 진정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대북) 관계를 개선하자는 입장인가하는 것”이라고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은근히 촉구했다. ‘납치문제 해결 등을 위한 북·일간 대화를 원한다면 더 이상 우리를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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