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챙기는 건 인간뿐?.."사람과 가장 닮은 유인원도 부모자식 개념 없어"

김진호 기자 2018. 5. 7. 10: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버이날, 우리 인간이 됩시다

인류라는 말은 인간이란 종이 스스로를 동물과 구분해 부르는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다른 모든 생물 종보다 한 차원 높은 존재로 여긴다. 지혜나 사랑과 존경 등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들을 누구나 쉽게 머리에 떠올릴 수 있다. 
 
특히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부모에게 되갚을 줄 안다는 것도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다.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은 부모의 사랑을 되새기는 인류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GIB 제공

온몸을 불사르며 새끼를 돌보는 가시고기나 황제펭귄처럼 태어난 뒤 일정 기간 자식을 돌보는 동물은 많다. 하지만 그 반대의 일, 늙은 혈육을 챙기는 자식이 관찰되는 건 오직 인간뿐이다.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영장목 유인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수화도 알아 듣는다’ 등 각종 연구에서 인간과 유인원의 닮은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부모를 챙기는 행동이라는 점에서는 닮은 면이 없다.

유인원은 평소 단독 생활하다 교미철에만 어울리거나, 대장 수컷 중심의 질서를 형성하거나 하는 등 여러 형태의 사회 생활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아버지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말하는 혈육의 정이란 개념은 인간과 가장 닮은 유인원에서도 다른 동물에서처럼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극도로 예민한 원숭이와 폼생폼사 오랑우탄, “부모? 알게 뭐야!”

소형 유인원인 원숭이는 인간과 97% 이상 유전자가 같은 대형 유인원들과 비교하면 우리들과 유적적으로 약간 거리가 멀다.

다양한 아종과 함께 세계적으로 많은 개체 수가 분포한다. 한국에서 약 5시간 떨어진 동남아시아 국가를 여행하면 길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원숭이는 극도로 예민해 음식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우기도 한다. 여행 가이드들은 원숭이에게 함부로 먹이를 주거나 친근감을 보이는 행위를 하지말라고 자주 주의를 준다. 원숭이들은 무리를 이끄는 대장 원숭이에게 간혹 순응하는 모습을 보일뿐이다. 당연히 자식이 부모를 챙기는 일도 없다.

오랑우탄은 암컷이든 수컷이든 홀로 생활한다. 암컷의 경우 새끼를 낳고 얼마간은 같이 생활하지만 이내 성장하면 영영이별하게 된다. 새끼 오랑우탄이 부모에게 은혜를 갚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GIB 제공

그 다음으로는 오랑우탄이다. 암컷과 수컷 모두 따로 생활하며 교미철에만 수컷이 암컷의 영토를 침범한다. 암컷이 거부하면 힘으로 제압한다. 누가 아빠인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오랑우탄 자식이 아버지를 챙기는게 가능할까? 성행위만 하고 떠난 아빠 오랑우탄을 찾을 길은 없다. 성장한 자식 역시 혼자 생활하기 때문에 어미 오랑우탄과도 영영 이별하게 된다.

하렘제국을 꿈꾸는 고릴라, 거의 모든 수컷과 교미하는 침팬지

아프리카의 대형유인원 고릴라와 침팬지는 힘의 대명사다. 고릴라는 인간과 약 97% 이상, 침팬지는 98% 이상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종 모두 지독한 수컷 중심 사회를 꾸리고 있다. 가장인 아버지가 각 집안을 이끄는 인간의 부계사회와는 다르다. 힘이 센 수컷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무리의 일을 결정하는 사회다.

고릴라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수컷 한 마리가 3~6마리 내외의 암컷을 거느리고 산다. 중동 지역 왕들의 하렘을 연상케 한다. 이 대장 수컷은 자신의 아내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무리 속 부하 수컷이 암컷과 교미해도 눈감아주는 식이다. 나이가 들어 힘이 약해지면 가차없이 대장 자리를 젊은 수컷에게 뺏기게 된다.

고릴라는 힘쎈 수컷이 여러암컷을 거느린다. 자신의 암컷이 다른 수컷(부하)와 교미해도 신경쓰지 않기때문에 수컷에게 자식은 무의미하다. 자식역시 누가 자신의 아버지 인지 알기 어렵다. -GIB 제공

침팬지는 보노보(피그미침팬지)가 새로운 종으로 구분되기 전까지 인간과 가장 닮은 종으로 여겨졌다. 영화 ‘혹성탈출의 시작’에서 무리를 이끌고 주변 상황에 대응해 전쟁을 마다 않는 침팬지는 이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묘사됐다. 침팬지와 인간은 약 500만년 전에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힘쎈 수컷 중심의 침팬지 사회에서 암컷은 난교를 한다. 10~14일간 지속되는 발정기 동안 암컷은 오빠나 아들을 제외한 모든 수컷과 교미를 한다. 수컷의 사정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2~3분 내에 12마리 안팎의 수컷과 성행위를 가질수 있다.

고릴라나 침팬지 사회에서는 누가 자신의 부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난교가 횡행하는 것이다. 만약 은혜를 갚으려는 자식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리의 대장이었다가 힘에 밀려 무리를 떠난 수컷이 아버지라고 가정하자. 행방조차 모르는 아버지에게 은혜를 갚는 상황은 일어날 수 없다.

평화를 원할뿐 ‘공경의 예’ 아니다, 보노보

끝으로 남은 것은 침팬지의 아종인 피그미침팬지로 불렸던 보노보다. 유전적으로는 인간과 약 1.6%만 다를 뿐이다. 침팬지와 인간이 갈라지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인 약 200만년 전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콩고강 남쪽의 일부 지역에서 고립된 보노보는 경쟁자 없는 풍족한 환경에서 평화롭게 생활했다. 아프리카 전역에 분포해 다른 무리와 끊임없이 싸움을 해야했던 침팬지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보노보 사회를 설명하는 두 가지 단어를 들라면 암컷와 평화다. 보노보 암컷은 사춘기 때 자신이 태어난 무리를 떠난다. 암컷들이 새 무리에서 적응하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보노모 무리는 암컷 중심의 사회가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평화를 사랑하는 보노보 사회에서는 다른 유인원 사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모에 대한 사랑도 볼 수 있을까?

수컷 보노보끼리 동성애를 즐기는 모습이다. 유인원중 가장 많은 성행위를 한다고 알려진 보노보 사회 역시 부모와 자식 사이(특히 아버지-자식)의 정이란 성립되리 어렵다.-GIB 제공

보노보는 가장 자주 성적인 접촉을 하며, 그를 통해 평화를 구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로에 대한 공격성을 성적 접촉으로 해결하는 사례는 수백가지가 넘게 보고돼 있다. 예를 들어 두 마리의 보노보에게 한 개의 상자를 가져다 주면 그것을 갖고 놀거나 소유권을 다투기 전에 서로 성행위를 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긴장을 해소해 싸울 여지를 없앤다는 것이다.

보노보 사회에서 어미는 자식이 5살이 될 때까지 돌본다. 하지만 그 반대의 일은 보고된 바 없다. 보노보 역시 난잡한 성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실 누가 자신의 아버지인지는 유전자 검사를 인간이 해주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 다만 고릴라나 침팬지와 다른 점은 힘이 없다고 쫓겨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자신의 무리 속에 아버지가 살고 있기는 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각박해지는 세상 때문인지 자식을 등지고 부모를 져버리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하지만 전체로 보면 부모와 자식이 평생 혈육의 정을 나누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라 할만하다. 물론 아직 우리는 영장류의 사회와 삶의 방식을 전부 이해하고 관찰하지는 못한 상태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선, 부모를 공경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핀잔을 줘도 될 것 같다. ‘이런 짐승같은, 동물보다 못한 X'이라고 말이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