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연히 먹지 않고 버렸던 음식이 있다. 특히 과일을 손질하다 보면 껍질, 씨, 줄기 등 먹지 않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늘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던 음식들이지만 알고 보면 영양소도 풍부하고, 풍미가 좋아 음식 맛을 돋우는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과일 껍질에는 항암·노화 방지, 면역력 증진, 다이어트에 좋은 성분들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올란도 건강 의사 협회 영양사 로렌 포펫(Lauren Popeck)의 조언을 받아 과일에서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소개했다.
◆ 귤 껍질
한국인이 겨울에 가장 많이 먹는 대표 과일은 바로 귤이다. 귤은 겨울철 면역력 향상과 피부미용, 그리고 감기 예방에도 좋다. 더군다나 귤은 과육부터 껍질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과일이다. 귤껍질은 대부분 버려지지만, 알고 보면 활용도가 아주 높다.

동의보감은 귤껍질이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에 약재로 활용하면 좋다고 말한다. 말린 귤껍질로 알려진 ‘진피’는 비장과 위장 등 소화기를 보강하고, 식욕감소와 구토 등을 다스리는 데 쓰이는 한약재다. 진피 추출물이 암에 의해서 나타나는 전신적인 염증을 완화한다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결과도 있다.
귤껍질을 말려 더운 물에 우린 귤피차는 영양성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지방흡수를 억제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피로회복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름때, 냄새를 제거하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전자레인지 안에 귤껍질 한 개를 넣어 두고 1분 정도 가열하면 전자레인지 속 음식 냄새가 사라진다. 그리고 싱크대, 가스레인지 등 주방 기름때를 효과적으로 없애는 천연 광택제로 사용할 수 있다.
◆ 바나나 껍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나나의 부드러운 부분만 먹고 껍질은 버린다. 여기서 포펫 영양사는 우리가 실수를 저지르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바나나 안에는 ‘트립토판’이라고 하는 성분이 있다. 트립토판은 우리가 안정감과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또 바나나 껍질은 식이섬유소를 가장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기도 하다. 바나나 껍질은 과육보다 더 많은 양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도움이 된다. 껍질에 있는 칼륨은 노폐물 배출을 돕고 전해질 균형을 맞춰 심장 건강을 지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몇 가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우리는 껍질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우선 껍질을 10분 정도 굽거나 삶아 부드럽게 만든다. 그런 다음 스무디, 케이크 반죽, 머핀, 퓌레, 수프 등에 넣어 활용할 수 있다. 혹은 바나나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잘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바나나 껍질로 차도 만들 수 있다. 깨끗이 씻어 막 벗겨낸 바나나 껍질을 사용할 경우 앞 꼭지와 뒷 꼭지를 잘라낸 뒤 10분 정도 물에 끓여 차로 마시면 된다. 꿀이나 설탕, 계핏가루를 더해도 좋다.
◆ 양파 껍질
늘 버리는 양파의 거친 갈색 껍질, 여기엔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노화를 방지해주는 ‘케르세틴’ 성분이 양파 속보다 수십 배는 더 들어 있다. 케르세틴은 혈압을 낮추고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며 동맥경화 등에 도움을 준다. 특히 붉은 양파는 노란 양파보다 케르세틴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양파 껍질 역시 그냥 먹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가장 편한 방법은 유기농 양파를 통째로 갈아먹는 것이다. 양파를 갈면 껍질의 거칠고 텁텁한 식감이 사라져 양파의 모든 부분을 남김없이 섭취할 수 있다. 건강차로 마시고 싶다면 양파 껍질을 일회용 티백 주머니에 담은 뒤 끓는 물에 우리면 된다. 알싸하고 깊은 맛이 나는 양파 껍질차로 마실 수 있다. 껍질을 깨끗하게 씻어 말린 후 냉동보관을 했다가 다양한 국물 내기에 활용해도 좋다.
◆ 파인애플 심
파인애플의 가운데 박혀있는 ‘파인애플 심’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파인애플을 먹을 때 보통 파인애플 심은 잘라내고 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포펫 영양사는 파인애플 심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함유돼 있으니 이제는 버리지 말고 요리에 활용하자고 조언한다. 또 파인애플 심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브로멜라인’ 성분이 있는데, 이는 항염증 작용과 관절염, 근육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혈소판 등을 감싸 상처로부터 출혈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브린’도 함유하고 있다.

간단하게는 파인애플 심을 썰어 과일 샐러드, 처트니 소스, 살사, 스무디 등에 넣어 먹을 수 있다. 또는 큐브 모양으로 잘라 얼린 뒤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거나, 물이나 차 또는 상그리아에 넣어 풍미가 더할 수도 있다. 그릭요거트에 잘게 자른 파인애플 심을 더해 디저트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큐브 모양으로 자른 파인애플 심을 올리브유에 볶아 사용하거나 해산물 재료와 함께 요리해도 일품이다.
◆ 안전한 섭취를 위한 세척법은?
과일 껍질의 효능을 보기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과일 껍질에 잔류했을지도 모르는 ‘잔류 농약’이다. 잔류 농약은 농산물에 남아 있는 아주 적은 양의 농약으로, 대부분 잎, 줄기, 과실의 표면에 남게 된다. 따라서 껍질을 활용하기 위해선 세척법이 중요하다. 잔류 농약은 물에 1분 정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잘 헹구는 것만으로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식초와 술, 베이킹소다, 소금을 활용 이용하면 좋다.

아래는 식약처에서 소개한 과일별 세척 방법이다.
* 딸기 - 표면적이 넓어 농약 흡수량이 많은 데다, 잘 무르기 때문에 손으로 비벼 씻기가 곤란하다. 다른 채소보다 더 많이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하며, 특히 꼭지 부분은 농약이 상대적으로 많이 잔류하므로 먹지 않고 남기는 게 좋다.
* 바나나 - 수확을 전후해 대부분 보존제나 살균제 등을 뿌린다. 수확 후 보존제를 탄 연기를 쐬게 하는 훈증법도 쓴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껍질을 뚫고 속살까지 농약이나 보존제가 침투하지는 않기 때문에 별도로 세척할 필요는 없다.
* 포도 - 포도알 사이까지 깨끗이 씻기 어렵기 때문에 알알이 떼어내서 씻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송이째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잘 헹궈서 먹으면 큰 문제가 없다. 밀가루나 베이킹소다를 포도에 뿌려 씻으면 농약을 흡착해 더 깨끗해진다는 사람도 있으나 큰 효과가 없다.
* 사과 - 물에 씻거나 헝겊 등으로 잘 닦아서 껍질째 먹어도 된다. 다만 꼭지 근처 움푹 들어간 부분에 상대적으로 많은 농약이 잔류하므로, 껍질째 먹을 땐 이 부분을 먹지 않는 게 좋다.
* 오렌지 - 신선도 유지를 위해 식용 왁스로 코팅을 하지만 인체에 무해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껍질을 벗겨 먹으므로 왁스 제거를 위해 물에 씻을 필요가 없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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