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레전드.. '파죽지세' 골로프킨, 돌주먹 또 터졌다!

김종수 2018. 5. 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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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 20차 타이틀 방어 성공, 미들급 최다 타이기록

[오마이뉴스 김종수 기자]

무패의 하드펀처 '트리플 G' 게나디 골로프킨(36·카자흐스탄)이 프로복싱 미들급 역사에 또 다른 역사를 썼다.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카슨 스텁허브센터서 있었던 WBA(슈퍼)·WBC·IBF 타이틀 방어전에서에서 '나이트메어' 바네스 마티로시안(32·아르메니아)을 2라운드 TKO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골로프킨은 39전 38승 1무의 무패행진을 이어나간 것을 물론 기존 버나드 홉킨스가 가지고 있는 미들급 역대 최다 20차 방어와 타이기록을 세웠다. 마티로시안은 특유의 패기를 내세워 정면에서 골로프킨과 맞대응했으나 선수간 화력 차이를 넘어서기는 힘들었고 결국 참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미들급에서의 골로프킨은 당대 최강을 넘어 역대급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펀치 파워로는 줄리안 잭슨, 제럴드 맥클레란, 스텐리 케첼 등 역대 미들급 하드펀처들 이상이다는 극찬이 쏟아진다. 맷집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이 가볍게 얹힌 것 같은 펀치에도 다리가 풀려 휘청거리는가하면 먼저 좋은 펀치를 맞추고도 바로 이어서 나오는 반격에 당황한 기색으로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즐비하다.

선수로서 완성도에 대해서는 버나드 홉킨스, 마이클 넌, 로이존스 주니어, 슈거 레이 로빈슨, 카를로스 몬존 등 미들급 역사를 썼던 쟁쟁한 대형 챔피언들을 넘어 '링위의 암살자' 마빈 해글러와도 진지하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미국시장에 늦게 진출했고 기량을 알리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음을 감안했을 때 골로프킨이 어떤 행보를 걸어왔는지 새삼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미국인, 겸손하고 얌전한 성격 등에서 약점(?)이 존재했던지라 만약 골로프킨이 조금이라도 실력적 빈틈을 보였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오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노쇠한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했던 ’트리플 G‘ 게나디 골로프킨은 경기력을 통해 다시 한번 건재함을 과시했다. ⓒSBS Sports 홈페이지 캡쳐
상대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하드펀처

한국계 어머니와 러시아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관계로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골로프킨의 파이팅 스타일은 이제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그와 맞서는 상대들은 골로프킨이 어떻게 나올지 잘 알고 있으며 거기에 맞춘 대응법을 들고 나온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골로프킨을 무너뜨리는 데는 실패했다. 골로프킨은 상대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늘 하던 대로 자신만의 압박형 인파이팅으로 승리를 가져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3월 격돌했던 다니엘 제이콥스(31·미국)전에서는 꾸준한 압박 속에서 코너에 가둬놓고 들어가는 라이트 훅이 인상적이었다. 제이콥스는 유연하고 빠른 몸놀림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링 중앙에서 펀치를 주고받게 되면 골로프킨 역시 상당한 정타를 허용했다.

때문에 골로프킨은 제이콥스를 코너에 묶어놓는데 많은 신경을 썼고 그런 상황에서 나온 유효타로 인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제이콥스가 코너에 등이 닿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지면 왼손으로 앞손 공격을 내다가 뒷손 라이트훅을 날카롭게 휘둘렀다.

자주는 사용하지 않았으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나오는 어퍼컷도 제이콥스를 순간적으로 움찔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승부로 끝난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28·멕시코) 전은 팬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상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이전까지의 알바레즈는 날렵한 움직임과 반응속도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이기는 했으나 골로프킨 수준의 묵직함은 없었다. 하지만 골로프킨과의 맞대결에서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골로프킨의 연이은 돌주먹을 허용하면서도 외려 자신이 더 파워풀하게 돌려주는 등 예전에 없던 무게감을 과시했다.

결과적으로 여기에는 약물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차전 이후 알바레즈는 약물검사에서 적발되었는데 이에 대해 "오염된 고기를 잘못 먹었을 뿐이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확한 진실여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겠으나 여기에 대해 주체육위원회는 어느 정도 감안을 해준 분위기다.

이를 입증하듯 예상보다 가벼운 6개월 출장 정지가 내려졌고 8월 중순에 징계가 끝날 예정이다. 이론상으로는 9월부터 시합을 뛸 수 있는지라 골로프킨과의 2차전도 가능하다. 골로프킨은 알바레즈의 태도에 대해 뻔뻔하다며 불쾌한 기색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2라운드에 경기를 마무리 지은 폭풍연타

이날 도전자였던 마티로시안은 이전까지 한번도 넉 아웃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 그만큼 맷집이 좋고 디펜스 기술이나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골로프킨을 상대로 그같은 데이터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골로프킨은 언제나처럼 링 중앙을 선점한 채 압박에 들어갔다. 레프트 잽을 부지런히 내면서 뒷손을 장전했고 빈틈이 보이면 짧고 정확하게 라이트를 휘둘렀다.

마티로시안도 만만치 않았다.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듯 잽 싸움을 같이 벌이며 공격적으로 맞대응했다. 들어오는 골로프킨을 역으로 밀어붙이며 라이트 훅을 적중시키기도 했다. 노련한 골로프킨은 뜻밖의 정타를 얻어맞은 순간에도 후속타를 피하며 베테랑다운 관록을 보여줬다. 골로프킨이 무패행진을 벌이는데는 화력도 화력이지만 상대의 강한 공격을 적절히 피하거나 막아내는 능력이 뒷받침되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티로시안의 기세는 매서웠으나 골로프킨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에 개의치 않았다. 전진 스탭을 밟으며 사냥에 들어가듯 돌주먹을 휘둘렀고 아예 2라운드에서 그대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마티로시안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디펜스에 집중하며 경기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었다. 동체급 최강의 하드펀처를 상대로 초반부터 화력전을 펼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너무 무모했다. 이를 입증하듯 빈틈에 어퍼컷, 라이트훅이 연달아 들아갔고, 충격을 받은 마티로시안은 코너에 갇힌 채 한순간 움직임이 굳어버렸다.

골로프킨은 인정사정없이 연이어 폭탄 같은 훅 공격을 터트렸다. 인상적인 것은 놀라운 정확도였다. 확실하게 기회를 잡은 상황이었던지라 흥분할 만도 했지만 한방 한방 정확하게 적중시켰다. 헛스윙을 틈타 마티로시안이 반격을 펼치거나 클린치를 할 여유 자체를 주지 않았다. 결국 견디지 못한 마티로시안은 맥없이 링 바닥에 무너져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경기 후 골로프킨은 "내가 돌아왔다. 누구든지 자신 있으면 덤벼라"며 최강자로서의 여유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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