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르포] "또 오고 싶어요!" 슈퍼 매치가 돌아왔다(영상)

박주성 기자, 임창만 기자 입력 2018. 5. 6. 12:33 수정 2018. 5. 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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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경기장을 5번 방문한 김도훈 어린이(왼쪽, 하일초 4학년)과 K리그 경기장에 처음 온 백승헌 어린이(하일초 4학년)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박주성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너무 재밌어요. 또 오고 싶어요!”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명실상부 K리그 최고의 브랜드 매치. 지난 4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는 그러지 못했다. 지루한 공방전 끝 0-0. 슈퍼매치 역대 최저관중. 서울과 수원을 향해 날카로운 비난이 쏟아졌다. 위기에 빠진 K리그, 수도권에 위치한 두 기업 구단의 책임감은 다른 구단보다 커야 했다. 팬들은 그걸 원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2번째 슈퍼매치. K리그 팬들은 한 번의 실망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날씨가 맑은 어린이날 열리는 슈퍼매치. 경기 홍보와 경기력만 맞춰진다면 충분히 흥행이 가능한 조건이었다. 모두가 기대했던 이번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는 우리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수원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6호선 서울월드컵경기장역으로 가기 전 마지막 환승역인 합정역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로 쏟아졌다. “설마 경기장에 가는 사람인가?”라는 혼잣말을 했던 필자는 경기장역에 도착하자 정답을 알 수 있었다.

지하철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분주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경로석에 앉은 한 어르신은 “오늘 서울 경기장에서 뭐 하나?”라며 썰물 빠지듯 텅 빈 지하철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때부터 흥분이 시작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K리그 이야기를 시작했다. “데얀 이 나쁜 놈”, “박주영이 나와야 할텐데”, “수원에 호날두 닮은 애 누구지?” 축구가 한국 대표 프로스포츠 같았다.

경기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많은 관중이 자리에 앉았다. 서울은 어린이 장내 아나운서를 등장시키며 어린이날의 들뜬 분위기를 만들었다. “제발 경기가 재미있기를…” 이 분위기를 보고 다시 한 번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K리그의 북적이는 분위기. 서울과 수원 모두 즐거운 경기를 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양 팀 감독들도 필요성을 절실하게 알고 있었다. 황선홍 감독이 물러난 후 급히 지휘봉을 잡은 이을용 감독 대행은 “어린이날 승리와 함께 재밌는 경기를 하려고 한다.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고 있어 팬들이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서정원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날 축구가 즐거운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볼 경쟁하는 조원희(왼쪽)과 박주영 ⓒ곽혜미 기자
▲ 경기장을 가득 메운 양 팀 팬들 ⓒ곽혜미 기자

경기는 박진감이 넘쳤다. 전반 시작과 함께 에반드로의 크로스를 안델손이 해결하며 화려한 폭죽과 함께 골이 터졌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양 팀은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경기의 미안함을 속죄하는 듯한 경기력이었다. 전반 28분 서울은 또 다시 에반드로의 크로스, 안델손의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았다. 완벽했다.

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원정석을 가득 메운 팬들을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오프사이드로 2골을 날린 수원은 후반 40분 염기훈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까지 긴장감 넘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양 팀은 90분 동안 쉴 틈 없이 치고받으며 즐거운 경기를 완성했다.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K리그의 가능성 그리고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박수였다.

서울과 수원은 이번 슈퍼매치에서 어린이들을 만족시키고 다시 경기장에 찾아오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은 이뤄졌을까? 하프타임에 그 답을 듣고 싶어 어린이들을 만났다. 김도훈 군(하일초 4학년)은 경기가 재밌냐는 질문에 환하게 웃었다. “재밌고 긴장돼요. 지금까지 5번 정도 경기장에 왔는데 오늘은 선수들이 골을 많이 넣어서 재밌어요”라고 답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묻자 “조영욱이요. 이번에 새로 왔는데 잘하는 거 같아요. 안델손도 오늘 골을 넣어서 좋아졌어요”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K리그 경기장에 처음 온 친구 백승헌 군(하일초 4학년)도 “저는 박주영이 제일 좋아요”라고 입을 뗀 뒤 “재밌어요. 골 넣는 장면이 멋있었어요. 마지막에 슈팅을 잘한 거 같아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또 축구 보러 오고 싶어요?’ 다행히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너무 재밌어요. 또 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필자의 짧은 인터뷰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그래, 자주 오자”라며 아이들과 한번 더 경기장에 오자고 약속했다.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벌써부터 다음 경기장 방문을 기대했다.

바로 이거다. 우리가 원하는 K리그의 모습이었다. 일부 서포터즈만이 아닌 경기장을 찾은 관중 모두가 즐거운 경기 또 박진감 넘치는 선수들의 경기력. 우리는 그런 걸 원한다. 위기라는 수식어가 떼어지지 않는 K리그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슈퍼매치로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K리그는 멈추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환하게 웃은 아이들이 또 다시 경기장에 올 수 있게.

▲ 승리한 서울 선수들 ⓒ곽혜미 기자
▲ 서울월드컵경기장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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