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2018년 8월 1일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만 40세 미만의 젊은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 필즈상 수상자가 정해 집니다. 올해는 누가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될까요? 7개월간 필즈상 후보자 10명을 뽑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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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 프랑스, 스위스
생년 | 1985년(만 32세)
연구 분야 | 확률프랙털, 수리물리
소속 |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
수상 | 유럽수학상(2016), 브레이크스루상 뉴 호라이즌(2017)
확률 분야의 떠오르는 샛별은 2010년 필즈상을 받은 스타니슬라프 스미르노프 교수의 제자 휴고 듀밀-코핀 교수입니다. 박사 과정 때인 2012년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수학연보’에 연구를 발표하며 수학계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습니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도 대단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육각형 격자를 따라 선을 긋는 시행을 n번 합니다. 한 점에서는 세 방향으로 선분을 그을 수 있으니, 각 시행마다 무작위로 한 방향을 정해 선분을 긋는 게 됩니다. 매번 어느 방향으로 갈지 종잡을 수 없는 그림이 나오겠지요? 이처럼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설명하는 확률 모델을 ‘확률보행’라 부릅니다. 기체나 액체 속의 작은 입자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현상을 나타내는 브라운 운동을 설명할 때 주로 쓰이지요.

듀밀-코핀 교수는 무작위로 그린 선 중에서 자기 자신과 만나지 않는 선만 주목해 살펴봤습니다. 이를 ‘자기회피산책로(SAW)’라 하는데, n이 커질때 원점에서 출발한 이러한 선의 개수가 어떤 속도로 늘어나는지 알아본 겁니다. 그 결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기존의 추측을 해결했지요. 듀밀-코핀 교수가 지수함수의 밑, 즉 an에서 a값이

라고 정확하게 구한 겁니다. 또 이 곡선은 SLE( 8/3 )에 수렴한다고 추측했습니다. 여기서 SLE(k)는 속력이 k인 브라운 운동을 운동 함수로 갖는 뢰브너 방정식으로부터 얻은 확률곡선으로, ‘슈람 뢰브너 전개’라고 부릅니다.
● SLE라는 필즈메달 텃밭에서 성과
어떤 곡선이 등각불변을 만족해야지만 SLE(k)로 표현이 가능한데요, 등각불변이면 물리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여러 구체적인 등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은 물론 물리학에서까지 각광을 받습니다.

듀밀-코핀 교수는 2014년 ‘이징 모형’ 위에 그린 경계 곡선이 SLE(3)이 된다는 것도 증명했습니다. 금속 원자는 초소형 자석처럼 자성을 갖는데, 이 성질을 수학적으로 모형화한 것이 이징 모형입니다. 모형이 간단한데다 정확한 해를 구할 수 있어 고체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하지요.
이런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듀밀-코핀 교수의 이번 필즈상 수상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 두 업적 뒤에 지도 교수가 있어서지요. 만약 이 모든 걸 혼자 했다면 필즈상 수상이 유력하지만, 이미 대가로 평가받는 스미르노프 교수와 함께 했다고 하니 필즈상을 받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겁니다. 강남규 고등과학원 교수는 “듀밀-코핀 교수가 만약 40세 이전에 2012년 연구에서 추측한 내용을 혼자 증명한다면 필즈상 0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2018 필즈상 후보로 세드리크 빌라니 교수의 제자 알레시오 피갈리 교수(2018 수학동아 3월호)를 소개했었는데요, 피갈리 교수 역시 이번에 필즈상을 받기에는 몇 퍼센트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었습니다. 그런데 듀밀-코핀 교수와 피갈리 교수 사이에 공통점이 또 있습니다. 지도 교수가 모두 2010년 필즈상 수상자라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빌라니 교수와 스미르노프 교수는 2022년 세계수학자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각각 프랑스와 러시아 유치위원으로 활동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결정 역시 2018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나옵니다. 둘은 묘한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는데요. 앞으로 누가 웃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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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수학동아 2018년 5월호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일러스트 :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