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사진관]'물벼락 갑질' 대한항공 직원들도 뿔났다
오종택 2018. 5. 5. 06:01
이날 집회에 참석한 대한항공 직원연대 등 약 500여명은 밤 7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씨 일가 욕설 갑질, 못 참겠다 물러나라!", "자랑스러운 대한항공, 사랑한다 대한항공, 지켜내자 대한항공!" 등 구호를 외치며 조씨 일가에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채 집회 사회자로 나선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은 "우리는 대한항공을 음해하려고 온 게 아니라, 대한항공이 내부 직원과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게 하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 발언자로 나선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는 "분위기가 워낙 폐쇄적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총수 일가를 비판하기 위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오늘이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온 한 직원은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면 불이익을 준다. 바로 위인 그룹장도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할 정도로 갑질이 흔한 분위기"라며 "조씨 일가가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이 와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일반시민은 발언대에 나와 "지난겨울 촛불로 정치권력을 바꾼 것처럼, 갑질하고 물컵 던지는 경제 권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조 회장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과 이들의 '갑질'을 당국이 엄중하게 처벌할 것 등을 요구하는 피켓도 들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대한항공 전·현직직원과 가족, 시민들은 검은색 계열의 옷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가면을 쓰거나 모자,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려 신분 노출을 막았다.
이날 집회는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등의 주도없이 메신저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 총수 일가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 보도에 분노한 일부 일반시민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집회에 동참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특수폭행 혐의는 빼고 종이컵을 뿌린 것과 혐의부인, 증거 인멸 시도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검찰은 이유 없다며 반려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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